아름다운 동백림과 환상적인 해안가 기암절벽

▲ 지심도 해안

이번 산행은 조금 멀리 가볼 요량으로 남해안에 위치한 지심도를 택했다. 지심도는(只心島)는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속하는 면적 0.36㎢(약 10만평)의 작은 섬으로 최고점은 97m이다. 남해안 섬들 중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의 숫자나 수령 등이 압도적이어서 '동백섬'이란 이름이 여타 섬들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하여 지심도(只心島)라 불렸다한다. 섬사람들은 남해안 일대에 산재한 여러 동백나무 군락지 가운데 숲이 조밀하고 동백나무들의 수령이 많아 원시 동백림으로는 지심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라 말한다.

▲ 동백꽃

실제 동백 숲을 둘러보면 지심도 북쪽에는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을 만큼 수령이 백여 년이 훌쩍 넘어 보이는 동백고목이 여러 그루가 있는 등 현재 지심도 동백 숲은 국내에서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심도 안에는 희귀종인 거제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소나무 등 총 37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그중 동백 이 무려 ⅔를 차지하고 있다.

   
▲ 지심도 둘레길

동백림으로 온통 뒤덮인 지심도에는 팔색조(八色鳥)가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아직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여 년 전 모방송사에서 '팔색조'란 제목의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 한 일도 있으며, 국내 조류학계의 권위 있는 박사도 이곳을 100여 차례 방문했으나 팔색조를 아직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수년전에는 장승포 세관의 지심도 초소원들이 비번을 틈타 3개월여에 걸친 잠복 끝에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녹음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해지지만, 팔색조의 것인지는 공인(公認)되지 않은 상태다.

   
▲ 장승포항

지심도의 농가는 현재 해군시설물이 위치한 서쪽 사면에 아홉 가구가 모여 있고 섬 중간에 한 가구, 그리고 섬 북쪽 모서리에 세 가구가 살고 있다. 오래된 일본양식의 집이긴 해도 다들 정성들여 가꾸어 한두 채 방치된 것 이외에는 한결같이 깔끔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산행을 함께한 산악회는 네이버까페에 적을 둔 ‘475sansarang 산악회’이다. 벌써 알고 지낸지가 10년이 넘는 분들이라 반가운 얼굴을 볼 생각에 마음이 살짝 설렜다. 서울에서 거제까지 거리가 상당하기에 강변역에서 토요일 밤 11시 20분에 만나 출발하기로 했다. 11시 30분 강변역을 출발해 거제의 장승포항에 도착하니 새벽 4시 50분이다. 출항을 기다리는 동안 가져간 코펠과 버너로 라면을 끓이고 주먹밥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장승포에서 지심도는 배로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왕복도선비는 성인 12,000원, 소인 6,000원이다.

▲ 바람의 언덕

지심도에 도착하니 풍광이 장승포항과는 전혀 다르다. 해안의 기암절벽과 동백꽃으로 뒤덮인 숲속이 마치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행들 역시 카메라 셔터 누르느라 손이 바빠진다. 해안을 돌아보니 섬과는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띤다. 바로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탄약고이다. 이 탄약고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해안방어진지를 구축할 때의 잔재로 우리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더 지나니 풍차가 있는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드라마 ‘이브의 화원’, ‘회전목마’ 촬영지이다. 섬 경치에 취해있는 사이 어느덧 출항시간이 가까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선착장으로 발을 돌렸다. 12시 조금 넘어 장승포항에 다시 도착했다. 점심식사로 선택한 메뉴는 바닷가에서 맛보는 싱싱한 계절횟감과 소주 한잔. 무박 2일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일요일이라 차가 막힐 것을 고려해 오후 2시께 장승포를 출발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지심도의 아름다운 동백림과 환상적인 기암절벽의 멋스런 모습을 다시금 눈과 마음에 담았다.

   
▲ 지심도에서 승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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