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국지 인물전’ 저자 김재욱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한문학자이자 대학 강사인 김재욱. 그는 2013년 겨울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에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열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김한길은 원술이다, 안철수는 원소다, 문재인은 유표다, 조국 교수는 조자룡이다…” 그렇게 삼국지 인물과 우리나라 주요 인물을 비유한 <즉흥적 인물평>을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했다. 다음 편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결국 출간으로 이어졌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필독서인 삼국지와 김재욱의 촌철살인 인물평이 만나 <삼국지 인물전>으로 탄생한 것이다.

“김한길 대표는 역사상 가장 무능한 야당대표다, 안철수 대표는 고집세며 소심하다, 문재인 의원은 성인군자 같아선 안 된다” 등…. 칼처럼 날카로운 그의 책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선물했다. 인물에 대한 전망과 바람을 적은 부분도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켰다.

현대 인물은 정치인을 비롯해 공직자, 언론인, 논객 등 32명이 나온다. 보수 인사는 무능한 악당으로, 진보 인사는 능력있는 참모나 장수에 비유했다. 그렇다고 객관성을 잃은 채 글을 쓰지 않았다. 사실을 바탕으로 쓰되 그의 생각을 녹여냈다.

원고를 쓰면서 두 번이나 ‘팡팡’ 울었다는 김재욱 작가. 책을 보면 그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때문일까.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삼국지 인물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표창원은 <삼국지 인물전>을 두고 ‘유쾌한 괴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쓴 글이 좋은 반응을 일으켰고 이것이 책으로 나온 것에 감사하다”며 “지금 주어진 삶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 머리말에서 현재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안녕하지 못한 시대’라고 표현한 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 같은 리더가 없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국지 인물전>을 통해 점차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재욱. 그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치와 삼국지 그리고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삼국지 인물전>이 나오기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즉흥적 인물평’을 올려 반응이 뜨거웠다.
처음 인물평을 올리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즉흥적 인물평은 페이스북 친구들하고 마음을 나눌 생각으로 술 한 잔 마신 상태에서 쓰게 됐다. 현 시국이 돌아가는 게 답답하기도 했고.

- 페이스북에 우연히 쓴 글이 책으로 나왔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처음에는 ‘즉흥적 인물평을 도대체 왜 좋아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재하는 내내 그런 기분은 계속 들었다. 왜냐하면 내 글이 누굴 설득시키거나 주장을 드러내서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용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큰 관심과 반응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글도 통하는구나, SNS를 넘어서 출판까지도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니 기분은 좋다. 사실 지금도 인터뷰하면서 좀 얼떨떨하다. 몇몇 매체에서 취재도 오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도 많이 찍히고…. 정말 예상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웃음) 어찌 보면 과도한 반응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 페이스북에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글을 올리는 이유는.

페이스북에는 음악가, 작가, 노동자,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SNS상에서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성장하고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조국 교수를 비롯해 많은 누리꾼들로부터 끊임없는 출간요청을 받았는데.

사실 책을 내는 데 있어 고민이 있었다. 나는 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정치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 출간했던 책들도 인문교양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책을 정식 출판해도 될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페이스북 안에서의 반응은 어떻게 해서든 커버할 수 있지만 책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내 글이 아니게 되지 않나. 어떤 반응이 와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는 반응이 올텐데 다 좋을 순 없으니까. 독자들한테 관심을 받아본 적도 없고, 혹시 상처가 될 만한 반응이 왔을 때 과연 의연하게 넘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조국 교수님의 권유였다. 어느 날, 조국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간단하게 짧은 책 정도로만 내봐라”라고 하셨다. 다만, 페이스북에 올리는 건 짧으니 조금만 더 고치라고 하시면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를 눈여겨봐주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책을 낼 수 있는 이 삶을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현재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 원래 삼국지에 대한 애정이 있었나.

삼국지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였다. 우연찮게 보게 됐는데 그 책이 재미있어 겨울방학 때 완독했다. 그 후에도 재미있어서 계속 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겼다. 무엇보다 삼국지에 대한 기억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삼국지 게임’이다. (웃음)

- 삼국지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모함인지도 모르고) 조조 진영으로 가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자 평소 효자였던 서서는 어쩔 수 없이 주인인 유비를 떠나게 된다. 서서가 유비를 떠나는 장면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서서가 대나무 밭을 지나서 가는데 유비가 대나무 밭을 다 잘라버리라고 한다. 서서가 가는 길을 보고 싶어서다. 그런데 서서가 갑자기 가다 말고 말을 돌려 유비에게 간다. 유비는 서서가 마음을 돌린 줄 알고 기뻐한다. 그런데 서서는 “주인께서는 20리 근처에 있는 융중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천하제일의 선비가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그가 추천한 사람은 제갈량이었다. 유비한테 인재가 없었는데 서서가 가지 않고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책에서 어떤 현대 인물이 나오는지도 궁금하다.

국민들의 염원이나 힘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시민들은 생활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제대로 고쳐나가고 현실을 타개해나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반면, 정치인들은 현실을 바꿀 수 있기에 정치인을 중심으로 인물평을 쓴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유표에 빗대면서 ‘유비나 조조같은 인물로 성장하려면 지금처럼 성인군자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책을 통해 표현했다. 또 김한길 대표는 원술로 비유하면서 ‘역사상 가장 무능한 야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언으로 빗대며 ‘민선 서울시장 중 가장 뛰어난 행정력을 발휘하며 인품도 넉넉하다’, 안철수 대표는 원소로 그렸는데 ‘이슈가 되는 현안에 대해 언론인처럼 논평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권은희 과장은 감녕으로 비유하면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진실을 알려준 국민을 지키는 유일한 경찰’로 표현했다. 그 외에도 표창원은 마초, 노회찬은 방통, 손석희는 서서 등으로 그렸다.

- 책에 나오는 32명의 인물 중 보수 인사는 단 3명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수인사(야권으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이)가 3명 정도 나온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과 매칭된다고 생각해 쓴 것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유명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로 선정했다. 또 야권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들에게 내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인물평을 보면 여성이 적어 조금 아쉽긴 하다.

이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여성 정치인 중에서 눈에 띄는 분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반영했어야 하는데 특징을 잡아서 쓸 분이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우리나라 정치 인물을 많이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범위가 좁아진 게 아닌가 싶다. 추미애, 한명숙 등을 써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쓰려고 한 적도 있다. 그 분들의 행적을 봤더니 삼국지 인물과 맞는 부분이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사회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을 반영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 정치인들이 많이 진출해 큰 역할을 하셨으면 한다.

   
 

- 책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자료를 찾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 질문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글 쓰는 것보다 자료를 수집하는 게 훨씬 힘들었다. 쓰는 게 5시간이라면 생각하는 시간은 10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현대 인물과 삼국지 인물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표창원 선생님 편을 쓸 때는 마초가 등장하는 부분을 다 찾아보며 마인드맵을 그렸다. 또 페이지 수를 적으면서 ‘재미있구나, 스펙터클하구나’ 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뽑아놓고 인물과 연결시켰다.

현대 인물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뒤지기도 하고, 신문기사 등 인물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인물이 했던 발언도 보는 등 특징을 자세히 파악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한 꼭지를 오후 9시부터 쓰기 시작하면 새벽 4~5시정도가 됐다. 매일 낮과 밤이 바뀐 채 산 셈이다. 글 한 줄 쓰는 게 힘들지 않나. 기자님은 내 맘을 아실 거라 생각한다. (웃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게 술밖에 더 있을까 싶어 술과 오징어 한 마리를 사놓은 다음 한 꼭지를 마무리하면 먹었다. 안 그러면 스트레스를 풀 수가 없더라.

-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다. 이에 대한 야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는데.

민감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건 진보나 이념, 진영을 떠나 생각해볼 문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너는 좌파나 진보세력이냐’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국가기관이 선거 개입 의혹을 산다는 것 자체가 이념을 떠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어찌 보면 정상적인 것 아닌가. 분명히 확인도 됐고 김용판 청장이나 이런 분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혹이 있다. 또 진실 규명을 위해 힘쓰는 분들도 있고. 국민들이 자각을 해서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정원이나 의혹사건에 대해 일반 시민의 처지에서 누구한테 얘기를 하겠나. 우리가 기댈 곳은 야권밖에 없다. 그 사람들이 유능하든 무능하든. 이 문제는 야권 인사들이 앞장서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야기한 것이다.

- 삼국지 인물과 실제 인물의 비유가 적절치 않다 등 여러 비판도 있다. 일부 독자들의 비판이 두렵지 않나.

솔직히 두렵다기보다는 피곤하다. 누군가는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 나름 유명해졌으니까 비판도 잘 넘기고 대범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이 부분이 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강도 높은 비판일지라도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런 비판은 앞으로 내가 글을 쓰면서 도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없는 비판이 반복된다면 내 체력이나 에너지에 한계를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스펙터클한 부분을 뽑아서 비평을 한 거다. 우리나라에 삼국지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다. 근데 진수가 쓴 정사삼국지를 갖고 “정사에는 이런 식으로 묘사가 돼 있으니 당신의 평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어떻게 맞을 수가 있겠냐. 이건 소설인데. 삼국지연의는 유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 이야기가 당연히 유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옛날 소설이지 않나. 삼국지연의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 이를 토대로 쓴 건데 정사삼국지를 갖고 얘기하면서 무턱대고 아니라고 할 때는 조금 화가 나기도 한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그런 것(비판)들이 힘들고 괴로웠다. 지치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내성을 길러 웃어 넘기려고 한다.

- 외압이나 압력은 없었나.

외압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실세를 건드리지 않았지 않나. 오세훈, 김문수 도지사 등 센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현직 집권 여당의 실세를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압은 없었다. 할 수 있는 비판을 했기 때문에 외압은 없었던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 (웃음)

- 현 우리나라 정치현실과 삼국지 시대와 비교하자면.

책에서 언급했듯이 현 정치현실은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기 전, 후한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짜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본다. 황건적의 난은 어떤 영웅들이 일어나기 전에 백성들이 먼저 일어나는 것이지 않나. 올해 이슈가 된 것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싸워도 무방한데 야당들이 큰 세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삼국지처럼 오히려 국민들이 황건적처럼 일어났고 후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망국으로 가지 않았나. 나라가 망하려면 어떤 징조들이 온다. 예를 들면 기득권층의 부패, 특정한 집단들이 권력이나 부를 독점하고 빈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백성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인심이 각박해지고 서로 배려하지 않는 것 등이다. 물론, 옛날 후한이라는 중국 시대와 과학기술이 발달한 민주사회인 우리나라와 비교하기가 힘들 수 있지만 일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정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꾸준한 관심이 없으면 이런 글을 쓰기 힘들 것 같다.

정치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당시 18대 대선에 대해 부정이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후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집권 여당이나 국가기관의 태도, 대응하는 야당의 태도를 보니 굉장히 답답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국정원 대선 개입에 의혹을 제기하고 최소한 항의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이때부터 정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기사를 찾아보기, 평소에 존경하는 분들이 올린 글 보기, 의견 개진 등 그런 작은 관심 말이다.

-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롤모델로 삼아야 할 삼국지 인물이 있다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혼란스러워진 이유 중 하나는 권력이나 부가 한 곳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시골에서도 학력고사를 잘 보면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집에 돈이 없으면 못 간다. 부가 되물림이 되는 것이다. 투자하고 육성을 해줘야 아이들이 고스란히 커서 사회지도층이 되고 할텐데 말이다. 요즘엔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 그렇게 되는 영향 중 하나는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고 인재를 능력 위주로 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특정 학교 동창이나 동문 등을 뽑지 않는가. 자기네들은 능력을 보고 뽑는다고 하지만 그게 아닌 것을 누구나 안다. 조조는 삼국지연의에서 악당으로 나오지만 그에게 배울 점이 있다. 바로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능력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심지어 백정출신이거나 집안이 안 좋은 사람이라도 괜찮은 인재라면 뽑는다. 또 부하들이 실수하면 질책은 하되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며 용서해준다.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조조 같은 리더가 없어서 아쉽다.

   
 

-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가 있나.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 앞으로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하면서 살다가 죽을 것 같다. 이유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나라마다 미국하면 ‘링컨’, 영국하면 ‘처칠’ 등 좋고 나쁘고에 관계없이 기억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 원고를 쓰면서 펑펑 울었다던데.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한다. (글썽이며) 기자님도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와 다른 글을 쓰시지만. 친구가 나에게 ‘작가는 펜에 골수를 묻혀서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이런 멋진 말이 어디 있나. 작가는 글 한 줄 한 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려하게 쓰고 테크닉을 부여하는 것도 글을 잘 쓰는 것에 속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마음을 담아야 한다. 32명의 인물평을 쓰면서 이 분들을 다 모르지만 최대한 공부하고 이 분들 상황이 돼 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표창원 선생님 편을 쓰다가 운 적이 있다. 정말 ‘팡팡’ 울었다. 글을 쓰기 전에 한 동영상을 봤는데 영상에서 대선 당일, 경찰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표창원 선생님이 방송에서 이야기를 하시다가 우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옆에 있던 이상호 기자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울음을 막 참더라. 영상을 보고 난 후 표창원 선생님 대목에 들어가니 눈물이 나더라. 글을 쓰면서 집중하는 것이 글쟁이로서는 굉장히 좋기도 하나 괴롭기도 하다. 그래도 독자분들이 ‘작가가 이런 마음으로 썼구나’하며 알아주시더라.

- 책을 보니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한 인물로 특징을 잡았기 때문에 앞뒤 배경을 몰라도 ‘이런 인물이 있었구나’ 하고 보실 수 있다. 어떤 분이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글이 재미있어 열심히는 읽지만 삼국지가 어려워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원고작업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다. 예를 들어 그냥 서울이라고 하면 지명인지 뭔지 모를 수 있으니 ‘서울이라는 곳’이라고 표현했고 장수가 여러 명 나오는 경우도 정리해 읽기 편하게 썼다. 어투도 현대어로 맞추려고 노력했다.

- 이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양당에 집중되는 구조. 한 당이 모든 것을 독식해가는 구조는 지양됐으면 좋겠다. 그럼 둘이 대결로 갈 수밖에 없고 대안도 없어진다. 특정한 세력을 반대하기 위해 한 쪽을 싫어하면서도 할 수 없이 한쪽을 지지하는 게 반복되고 있다. 먼 훗날의 얘기지만, 특히 지방 정치에 있어 정당이 좌지우지하는 구조보다 특정 이념에 관계없이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들이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면 양당제로 굳어져가는 것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가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보다 삼국지를 잘 알고 정치 현실이나 현대사에 대해 깊고 넓게 아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런 분들이 책을 보면 ‘이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내가 잘못 본 부분도 있을 테니 지적과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 절대 기분 나쁘지 않다. 내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 엄청난 지적과 공격을 받았었다. 그때 만약 비판에 기분 나빠하고 일희일비(一喜一悲)했다면 공부도 못하고 학위도 못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자가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글이라는 것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삼국지 마니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소설을 바탕으로 썼기에 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이런 내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게 책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2006년도 박사과정 당시 맹자를 주제로 글을 썼다. 근데 재작년쯤 모 출판사에서 해당 글을 보고 함께 작업할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했었다. 사실 맹자 원고를 먼저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때 학교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학술논문을 쓰고 있던 터라 논문을 먼저 완료한 다음에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삼국지 인물전> 출판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결국 출판사 사장님이 좋은 일이라며 흔쾌히 이해해주셔서 <삼국지 인물전>을 먼저 출판하게 됐다. 지금은 맹자 원고를 쓰고 있다. 내 전공이 한국한시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히 관련 논문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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