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철폐투쟁위원회 등 ‘KT 명예퇴직거부자 보복 인사 항의’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사랑스러운 일터가 지옥이 됐다”

KT새노조를 비롯해 CFT철폐투쟁위원회, 시민사회단체 소속 200여명은 지난 15일 오후 2시 KT광화문지사 앞에서 명예퇴직거부자 보복 인사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KT새노조와 CFT철폐투쟁위원회는 “황창규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KT직원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중 8304명을 강압적 명예퇴직으로 사실상 정리 해고했다”며 “명예퇴직 거부자 중 291명에 대해서는 KT판 보복성 인사로 신설된 CFT(Cross Function Team)로 인사발령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직무가 불분명한 CFT조직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인력퇴출 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KT는 지난해 10월 이석채 회장이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던 끝에 퇴진하고 올해 1월 27일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다.

KT는 2013년에 6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KT새노조측은 이석채 전 회장이 1조원을 투입해 추진한 새로운 전산시스템이 부실 판정을 받은 것이 적자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여파로 회사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된 4월 8일, 황 회장은 유선부문 직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겠다는 노사합의를 발표했다. 이후 본격적인 면담 등으로 퇴진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T는 급기야 이달 12일 명예퇴직거부자 291명에 대해 CFT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등을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으로 인사조치를 하던 CP(C-Player)프로그램을 시행했었다. 이 때문에 KT새노조 등은 CFT가 이 회장의 CP의 연장선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

CP는 인사고과에서 C등급을 받은 직원을 퇴출하기 위한 내부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불법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CFT, 명예퇴직 거부자 모은 KT판 강제수용소?

CFT란 전국 광역 차원의 5부(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를 설정한 조직이다. CFT에서 수행하는 주된 업무는 ▲현장 마케팅 ▲고객서비스 활동 지원 ▲그룹사 상품판매 대행 ▲네트워크 직영공사 ▲시설관리 등 사실상 KT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해야 한다.

CFT의 각 부서 산하 근무지는 △경기CFT(가평, 강화, 안중, 장호원 등) △호남CFT(진도 등 해안가) △영남CFT(영양, 영덕, 의령 등) △충청CFT(서천, 태안 등) △강원CFT(철원, 영월, 삼척) 등으로 오지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KT에서 도입한 CFT가 스스로 일을 그만두게 하려고 신설된 부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KT새노조 등은 “291명을 갖고 전국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경영상 인정될 수 없다”며 “업무도 불분명하고 출퇴근이 매우 힘든 먼 거리 발령은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또 “연고가 전혀 없는 곳으로 인사발령을 하거나 실행하기 힘든 업무를 부여하는 등 업무적응에 실패하게 해 노동자들을 퇴출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이성근 대표는 “KT의 잔혹 경영은 결코 경제에 도움이 안 되고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즉시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사발령을 중단하고 해고정책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 사랑방 활동가 명숙 씨는 “CFT는 명예퇴직에 반대한 사람들을 모아놓은 것이고 이들을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것”이라며 “(집과 근무지의)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넌 여기서 일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괴감과 함께 스스로 물러나게 한다. 실제로 업무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얼마 전에도 KT 반인권적 경영으로 자살한 분이 있다. CFT는 세월호의 새로운 모습이라 생각한다”며 정리해고는 죽음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당일 KT측은 긴급 보도자료를 내 “업무지원 CFT는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신설된 정규 조직”이라며 직원 퇴출을 위한 부서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시범 근무지역 조사를 위한 기본 면담을 실시해 본인 희망지역을 최대한 고려해 배치 중”이라며 “근무환경에 따라 직원이 원할 경우 사택을 제공하는 등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직무전환 교육 등 신설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창규 회장과의 면담 시도… 결국 성사되지 않아

KT새노조와 CFT철폐투쟁위는 황창규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사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KT측은 정문 입구를 봉쇄하고 사옥 근처에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황창규 회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 예상했냐는 질문에 CFT철폐투쟁위원회 공규식 위원장은 “황창규 회장이 만나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집회나 1인 시위 등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고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질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현 심정을 묻자 “명분없는 인사조치에 기가 막힌 상황이다”라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황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명예퇴직 과정… 사측, 반인권적 행위도 ‘논란’

KT 명예퇴직거부자 등에 따르면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명예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실시되자 KT는 전 지사에 옥상 폐쇄를 지시했다. 또 직원의 2/3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강요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는 욕설을 하거나 강당에 근로자들을 불러놓고 강요 등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KT새노조 이해관 대변인은 “KT판 강제수용소로 불리는 CFT와 KT 인권침해, 가혹행위 등 금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CFT가 해체될 때까지 노동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KT 부산지역 근로자 손모씨는 “노조관련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쯤 부산 외곽지역 위주로 다니게 됐다. 차타기도 어중간하고 도로가 막혀서 운전해도 가기 힘든 곳. 그런 위치로 사람을 보내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CFT를 통해 다시 근무지가 변경된 이유를 묻자 “회사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요구해서 그런 것 같다. 상품판매 강매에 대해 ‘비영업직이 왜 상품을 판매해야 하냐’고 따지다 보니 쉽게 말해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원하지 않았고 면담 자체도 하지 않았는데 CFT 팀으로 배치시켰다. 그래서 면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면담을 계속 거부하자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강제발령을 냈고 이를 오늘 (15일) 오전 11시경 문자로 통보받았다”이라고 언급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사랑스런 일터가 지옥이 되고 평생을 10~20년 동안 일했던 일터가 (근로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희망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일부 구조조정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노동계와 KT새노조가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얼마든지 회사 미래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새노조 관계자 김미영 씨는 “사람을 이윤으로 치환하는 게 아닌,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행복한 것.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그것이 좋은 기업이고 한국사회가 올바르게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KT 새노조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CFT해체와 황창규 회장 반인권적 명퇴 강요에 대한 사과, 갑질횡포 중단, 내부공익 제보자 즉각 원상회복, 낙하산 인사, 삼성 인사 끌어들이기 중단 등도 요구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