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위기의 KBS, 침몰의 끝은 어디인가?’ 토론회 열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최근 KBS는 재난 주관방송사임에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세월호 참사 유족과 국민들에게 거센 지탄을 받았다. 

20일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희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고 말했다. 보도를 책임지는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숨진 가족의 영정 사진을 들고 KBS 본관 앞에서 김 보도국장 발언에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사장과 보도국장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 앞에서 1박 2일 동안 지내던 중 김 보도국장은 사퇴했고 길 사장은 유가족 앞에 나타나 사과했다. 유가족들이 KBS에 직접 찾아왔을 때 만나지 않다가 다음날 직접 청와대 앞으로 간 배경에는 청와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16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 사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라고 언급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이 지난 5월 8일 국회 미방위를 단독으로 열고 세월호 참사 국면에 KBS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했다.

이처럼 최근 불거지고 있는 KBS사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과 최원식 의원은 1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위기의 KBS, 침몰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KBS의 정부 보도통제 문제와 편파방송을 짚어보고 KBS수신료 인상의 문제점 등을 집중 논의했다.

토론회 사회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가 맡았고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 미디어로드 박태순 연구소장이 발제했다. 또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 전국언론노조 이경호 수석 부위원장,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김재영 교수,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자 KBS 이사인 최영묵 이사가 토론에 참석했다.

   
 

“KBS뉴스,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 찾기 힘들어”

김경환 교수가 제공한 자료(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부터 매년 언론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언론사의 신뢰도, 공정성, 유용성을 조사한 결과 KBS보도의 공정성은 2007년 2위에서 2013년 5위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방송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KBS 보도는 참여정부에 비해 언론의 중립성, 사실성, 권력비판 기능이 하락했고 특히 공영방송의 사회 감시와 권력 비판 기능이 낮아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면서 공영방송 내부 제작 자율성은 철저히 유린됐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아이템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적 이념을 떠나 사회적 감시기능이라는 차원에서 정치의 언론 장악이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방송, 보도 장악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KBS 보도 신뢰도는 추락의 일로를 걷고 있다며 김 교수는 우려했다.

또한 KBS기자협회는 18일 길환영 사장이 새정치연합대표인 안철수 대표의 발언 자막과 해경에 비판적인 보도 내용은 삭제하도록 지시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는 보도 순서를 앞으로 당기게 해 정권에 유리한 보도개입을 해왔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S는 기자들이 세월호 취재 현장에서 화난 시민들에게 공격당하고 재난방송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 하락은 물론 신생 종편 방송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KBS본부 측은 이런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김 교수는 “KBS 9시 뉴스는 전체 기사 내에서 피해자인 유가족 입장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대통령 입장에서 기사화해 유가족은 물론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입장이 사라진 공영방송 뉴스라는 근본적 문제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KBS 사장의 보도개입과 정치 편향성 뉴스제작 지시를 폭로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KBS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사건의 발단인 김시곤 보도국장의 유족폄하 발언은 공영방송 뉴스보도에 대한 정부의 끊임없는 개입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노조 측은 “김시곤 보도국장이 KBS 공정성을 훼손시킨 김 보도국장의 독단과 독선은 일선 기자들뿐만 아니라 부장급 간부들도 뒷전에서 수군거리던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김 보도국장은 KBS 뉴스보도 정치적 편향성을 초래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지목한 바 있다.

공영방송 KBS, 청와대의 꼭두각시 방송?

지난 8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KBS에 진실보도를 요구하며 사장과의 면담과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KBS미방위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독으로 KBS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하는 인상안을 상정했다.

지난 5월 12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이 방송 공정성,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의 지시와 명령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신임 백운기 보도국장의 임명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로드 박태순 연구소장은 “일련의 사건들은 소수 낙하산 정치 인사들에 의해 KBS의 제작, 편성의 자유가 철저하게 유린되고 있고 청와대의 꼭두각시 방송이 돼버렸음을 국민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의 축소, 왜곡보도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 대선보도 ▲관제 보도로 일관한 세월호 사건 등 불공정, 편파, 왜곡 방송이 계속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아울러 제작편성의 자유를 침해와 관련해 ▲이승만 다큐영상을 통한 친일 미화와 이승만 우상화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단독 토론 방송 ▲‘추적 60분’ 제작진의 MBC파업 사태의 방송제작 불가 결정 등을 꼽았다.

이어 그는 “KBS가 공영방송의 기본적인 조건조차도 충족하지 못하고 세월호로서 나타났듯이 국가 재난방송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위한 가장 초보적인 매뉴얼조차 지키지 못했다”며 “정권 거수기 방송으로 일관하다가 세월호 희생자를 더 키우는 것에 심하게 말하면 기여해버린 셈”이라며 분노했다. 

   
 

새누리당의 KBS수신료 인상,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

KBS와 새누리당의 수신료 인상 시도에 대해 박태순 소장은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독선으로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수신료를 둘러싼 KBS가 직면한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자기 정체성 상실, 정치권력 앞에 비굴해지고 (엄마가 웃으면 아이가 웃 듯, 권력이 웃으면 따라 웃는) 유아기적 허위의식으로 인한 저널리즘 상실”이라며 “저널리즘 없는 뉴스, 권력 이익만 대변하는 뉴스를 지속적으로 재생해 오면서 국민적 저항을 받아온 것이 KBS”라고 일침했다.

박 소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재원 중 KBS의 수신료 비중은 37%, 영국 BBC는 75.9%, 일본 NHK는 96.2% 등 해외 주요국 공영방송에 비하면 수신료 비중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공영방송의 경영 측면에서는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은 법률이 정하고 있는 선행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고 박 소장은 주장했다. 쉽게 말해 단순한 재원 구조만 비교해 수신료 인상의 필연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은 KBS의 혁신과 정상화라고 주장한 박 소장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고 공공이익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의지”라며 “KBS 내 공정성 확보를 위해 편성규약을 실효성있게 개선하고 공정방송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순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KBS의 재정운영이 방만하고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28일 감사원은 KBS의 방만 경영에 대해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KBS 및 자회사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2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이 과다해 인건비가 가중되는 등 인력감축과 정원조정이 필요하다고 KBS측에 통보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수신료 인상보다 먼저 KBS의 재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S, 마치 과거 대한늬우스를 보는 듯한 보도행태”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가 공정선거 감시단을 꾸려 최근 2월 24일부터 지금까지 KBS 보도를 꼼꼼히 살펴봤다”며 “박대통령 국정담화문 기사를 여섯 꼭지로 꾸리거나 박대통령 관련 보도를 크게 보도하는 등 헌정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마치 과거 대한늬우스를 보는 듯한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BS가 대통령에 관한 여론 조사를 두 번 보도했는데 최고로 여론조사 결과가 높을 때 보도했다. 그 이후 지지율이 세월호 이후 떨어지자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2월 24일에 박대통령 취임 1년과 관련해 3사가 다 여론조사를 했는데 KBS만 부정적인, 비판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긍정적인 질문만 물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발표했다”며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내용도 아주 짧게 보도했다”고 언급하며 사례가 너무 많이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정부조직 개편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 재난에 언론의 공공기능의 붕괴가 드러난 것이고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했던 정부조직개편의 총체적인 실패”하며 “국가 재난에 모든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규제 기관들이 무기력하거나 작동을 멈췄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KBS 최영묵 이사(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가 몰락하고 있는데 이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죄송한 마음을 드러냈다.

길환영 KBS사장에 대해 최 이사는 “언제까지 버티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며 “길환영 사장이 KBS 직원 대부분이 불신임하고 있어 그 안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길환영 사장이 지금 KBS를 떠나면 화살이 청와대로 갈 것이기 때문에 일단 버티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를 합법적으로 보호할 장치로 7인의 정부여당 추천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 KBS… 정치적 편향과 수신료 문제 등 개선방안은?

KBS의 정치적인 편향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우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김 교수는 “KBS 사장의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이사 선임요건 강화만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핵심 요소인 보도의 정치 편향성을 바로잡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보도국 내부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도국장 직선제 또는 임명동의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시청자위원, 시청자평가원, 뉴스옴부즈맨과 같이 외부 시각에서 KBS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적지 않다”며 “기존 제도의 실효성있는 운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이제 정치적 개입을 시도한 정권이 반성문을 내놓을 차례”라며 “KBS 사태를 계기로 정권의 방송장악이라는 악연을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인상을 비롯해 공정성 확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미디어로드 박태순 연구소장은 “영국의 BBC나 프랑스의 France Television과 같이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 공적 재원과 광고, 협찬 등을 바탕으로 상업적 재원을 구분해 공익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공공사업과 상업 활동을 위한 예산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집행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박 소장은 “재정의 투명성과 공공이익을 위한 예산집행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않고선 수신료 인상에 대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수신료 징수 및 관리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박 소장은 공정방송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 최소 1년 이상 방송 공정성과 공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후 국민들로부터 공정성 평가를 받고 공영방송으로써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KBS기자 출신이자 전국언론노조 이경호 수석 부위원장은 “수신료 문제는 노사가 공동으로 같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국회가 아닌 시민사회단체 학계 혹은 국회가 추천한 사람들 다같이 모여서 합리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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