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훈 칼럼니스트
現 국가개발연구원장
現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투데이신문 김용훈 칼럼니스트】언론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의 정서와 감정에 충실해 왔던가, 안하던 짓을 하자니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고 오보가 연속이다. 특종 아닌 특종에 혈안이 됐던 언론이 이제는 핵심과 가십을 구분하지 못하는 언론이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공정성과 형평성과 부당성 그리고 자유성을 목숨처럼 여겨야하는 언론이 늘 상 가십을 쫒아 다니더니만 세월호 사고 앞에서도 문제의 핵심보다는 문제의 주변에서 문제를 다시 양산하는 일로 왜곡되고 있다.

지금 문제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 했기에 사고가 나고 어떻게 구조되고 있으며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미흡한 것은 없는지 유가족은 어떠한지를 논하기도 바쁜데 사고 앞바다로 들어오는 차량을 막아서고 차량에 누가 탄 것인지 표정은 어떠한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를 두고 매달리고 있다. 취재의 목적은 뒷전이고 지켜보는 국민의 자극과 반응, 중앙요직의 행동과 관련부처의 표정을 읽어내느라 언론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뉴스 간판앵커가 눈물을 흘리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진도 앞 바다에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사건의 내막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는지 물어보며 뒤를 캐내고 있으니 지금 진도 앞 바다는 유가족의 오열과 언론의 플래시 소리로 뒤 엉켜있다. 하다못해 홍가혜라는 사건과는 무관한 여자까지 대동해 일각이 촉박한 상황에 어이없는 상황 연출까지 만들어 버렸다. 대형 참사 앞에 어느 누구도 차분하지 못하고 군경과 피해자 유가족 그리고 언론까지 개입해 사건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이러다보니 혼선은 혼선을 낳고 혼동은 분노로 바뀌는 것이 다반사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추측인지 알 수가 없다.

사건현장에는 피해 가족이 생사여부로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연이은 오보와 왜곡이 난무하니 분노와 원성은 자연히 정부의 탓으로 돌아가고 몇몇의 정신 나간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구조작업을 하는 선량한 공무원마저 돌팔매를 맞고 있다. 긴장과 두려움이 자칫 구조작업에 방해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 때문에 검경은 사고자 수습보다는 책임자 문책에 정신이 없고 중앙정부는 혹여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언론의 눈치를 보며 행동을 하니 제대로 된 재난대책은 나오지 않고 전시행정과 같은 요식행위가 나오고 있다. 조난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물 밖에서는 전자정보국가에 걸맞게 촉각을 다투며 기사전쟁에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보는 이는 마음도 엉망이 되고 있다.

한시라도 구조가 되기를 원하는 가족들 앞에 심적 고통을 들으려하고 피해자의 평소 성격과 그 날 아침 무엇을 먹고 어떤 표정으로 집밖을 나갔는지 물어대니 피해자들의 감정은 더욱 격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애달픈 마음에 넋 놓고 오열하는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한쪽에서는 정부의 표정과 태도를 찍어댔다. 그리곤 서로의 모습을 대조하며 웹에 올려대니 정부는 점점 죽일 놈이 되어가고 피해가족은 더욱더 비통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몰려 보는 이들은 마치 정부의 고의적인 사건의 은폐와 또 다른 국정원의 음모설까지 나도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핏발서린 가족들에게 마음은 이미 닳을 대로 닳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게 되자 언론들의 발 빠르게 피해자 지인 또는 학생들의 친구와 친척들까지 대동하여 평소의 아이 모습을 앨범처럼 꺼내놓고 국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정부는 아직 현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까지 쫒아가 사후대책을 말하라고 하니 정부는 당장의 구조보다 아직 생각지도 않은 대책까지 마련하니 현장과 손발은 더욱 멀어져 갔다. 때마침 구조된 학생들에겐 친구의 생사여부를 물어보고 모른다면 사망까지 친절하게 애기해주는 언론의 자극적인 질문은 사건의 진짜 밉상은 정부가 아닌 언론으로 보이기 딱 이다.

사고가 난지 보름 이제는 화제가 나올 만큼 나오고 찍어댈 사진조차 없으니 모두들 다시 서울과 안산으로 상경하여 노란리본캠페인에 합류하여 한솥밥을 먹어대고 있다, 또 무슨 기사를 만들지 궁금증까지 자아내게 하는 언론은 항상 이런 참사에 손발을 걷고 돕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염장을 질러댄다. 사건은 갈수록 정리되기보다는 더욱 민감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사건의 포커스는 진도에서 한참 벗어나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자인 유병언 세모 전 회장과 그 일가 그리고 구원파로 집중되고 그의 탈세와 재산은닉 그리고 로비부터 구원파의 행동강령과 헌금 심지어는 지난 사건인 오대양 집단변사와 청진해운의 주식상황까지 회자돼 쏟아지고 있다.

망자의 한과 절규가 채 가시지도 않고 아직 실종자도 전원 구조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내심 없이 또 방향을 틀어버렸다. 애초보다 길어지는 구조작업만큼 언론의 철없는 기사들은 계속해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예능과 코미디 같은 웃음을 소재로 다루는 모든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되었고 애도와 크게 연결되지 않는 드라마 역시 스톱이 되었다. 온 나라가 세월호에 집중되어 있으니 국민의 관심으로 먹고사는 방송이 다른 짓을 하지 못한다. 이해는 가지만 지나치게 몰려있는 세월호 사건이 며칠째 방송편성을 한결같게 했다. 그러다 보니 관찰보도는 한계를 가지게 되고 더 이상 나올 소재가 없으니 언론에서 도를 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를 쳐다보는 국민들도 이어지는 같은 소재 같은 주제에 서서히 질리기 시작한다. 사고가 사고인 만큼 사건현장에 집중되는 언론의 자세는 비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얽매이는 취재와 관찰은 자칫 사고의 본질은 왜곡하거나 사고현장을 방해하는 위험인자를 만들 수가 있으니 문제이다.

사실적인 현장보도 보다는 특정장면과 특정 정보만을 부각해 전달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언론의 자충수이다. 과거와 달리 언론은 지금은 불신과 조장 그리고 왜곡이라는 꼬리표까지 얻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분석하는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더 가까이 가니 사고의 본질에서 한참 멀어져 가고 필요이상의 언행으로 구설수가 되고 있다. 특종이 곧 언론의 수익이 된다는 목적으로 이미 언론의 영역과 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다. 세계적인 정보전쟁에서 우리 언론은 갈수록 치졸한 행태로 수치스러움 사고 있다. 경쟁적인 속보와 특종에 필터링과 구성은 없고 반사이익만을 생각하는 언론의 익숙한 태도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금 정비하는 기회가 가져야한다. 보도에 사고와 감정의 가미료가 없는 담백한 언론 본연의 성질을 다시금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채찍질과 자유를 구속하는 제어 가능한 독립적인 기능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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