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로네뜨

【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칼럼니스트】텅 빈 무대 위에 몇 가지 아기자기한 소품. 한 사람이 무대를 다 채우기에는 왠지 넓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기우(杞憂)였다. 배우가 김혜자이기 때문이다. 이름 석자만으로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 그 이름은 더욱 귀하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튜엘 슈미트’의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원작이다. 전 세계 39개국에 번역된 만큼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0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고 이듬해 파리에서 연극으로 상연됐다. 2009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어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好評)을 받았다.

오스카는 죽음을 앞둔 10살 소년이다. 소년은 백혈병에 걸렸고 여러 번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은 성공하지 못했다. 오스카는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연극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주제 때문에 극이 우울할 것 같지만 극에 나오는 장미 할머니라는 캐릭터 덕분에 죽음은 두려운 존재에서 호기심의 존재로 바뀌게 된다.

장미 할머니는 일주일에 2~3번 병원을 찾는 간호사이다. 그녀를 장미 할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오스카 밖에는 없다. 오스카는 자신 앞에서 당황스러워하는 부모님과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의사 선생님보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간호사 장미 할머니를 좋아한다. 둘은 죽음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하루에 한번씩 하나님께 편지를 써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하루에 10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전설을 알려준다. 이제 10살인 오스카는 오전에 15살 사춘기를 맞이하고 그날 저녁엔 20세 성인이 된다.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년씩 12일 동안 100세가 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스카는 결혼도 하고 중년 남자의 괴로움도 토로(吐露) 한다.

관객은 오스카를 통해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오스카는 삶은 잠시 빌린 것이란 걸 알게 됐다며 빌린 거니까 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10일이 지나 일어날 수 없게 된 소년은 죽음을 평안히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삶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잔잔히 던지고 있다. 

소품을 이용해서 청색증을 앓고 있는 여자 친구 페기 블루는 푸른색 풍선으로,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팝콘은 커다란 노란색 공으로 표현한 것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을 잘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 또한 채워주는 똑똑한 역할을 보여줬다.

▲ 사진제공=로네뜨

라이브 피아노 연주곡이 함께 해서 감동은 배가 된다. 하루가 지나고 밤을 맞이하게 되면 어김 없이 들리는 아름다운 피아노 곡은 하나님과 오스카가 만나는 가장 편안한 시간일 것이다. 쇼팽의 녹턴 2번 야상곡을 시작으로 영화 ‘세 가지색 블루’ 트랙 1번, 쇼팽 왈츠 7번 변형 곡,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 등으로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는 건 프랑스 몽트뢔이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한 엄주빈이다.

삶에 대한 깊은 생각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70대의 여배우가 1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해 감사함을 배울 수 있다.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6월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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