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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 언뜻 보면 일반 소설책인 것 같다. 제목도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다.

제목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책을 집어 들면 그제서야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이라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이 단어들의 나열이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앉고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닮은 옥빛 표지색깔마저 ‘눈물색’처럼 보인다.

“강서야 가자.”

프롤로그부터 마음을 쿵 친다. 가자고 한다. 가자고 하는 말 안에는 당신을 지키지 못해 우리가 미안하다는 뜻과 저세상에서는 억울함 없이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세상은 그의 마지막을 두고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라고 너무나 쉽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강서씨가 작별한 이유는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희생이다. 이렇게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메시지마저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고 바라던 강서씨에게 사람들은 이제 그만 이 속절없는 세상을 떠나자고, 이만 가자고 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이다. 한진정리해고투쟁위원회와 가족대책위원회가 거대한 힘에 맞서 어떻게 버텨오고 싸워왔는지를 적은 르포르타주다.

사측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통보해버린 2010년부터 66일이 지나서야 솔밭산에 안치될 수 있었던 최강서 열사가 떠난 2013년까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 명의 신진작가 허소희, 김은민, 박지선과 ‘전태일’ 등을 집필했던 오도엽이 공동으로 써냈다.

이들은 ‘써내려가는 행간마다 길게 눈물자국 드리우’며 문장을 작성했고 ‘조금이나마 아저씨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현실의 모습을 기록했다.

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책장을 덮는 마음마다 종이배 하나씩 남아 희망과 연대의 동심원이 조용히 퍼져 나가길’ 바라고 있으며 ‘옥빛 작업복’을 입은 사내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 책 속에 그들이 전개한 3년간의 투쟁은 결국 삶과 죽음, 함께 하자했던 약속과 그를 저버리는 배신이었다. 또한 이 불편한 이야기는 한진중공업뿐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노동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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