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 저자 임승수②

   
▲ 4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모. 비결이 뭐냐고 묻자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어서 그렇다”고 답하는 임승수 작가.

【투데이신문 이광명 기자】지난 회에는 그간의 저작 활동을 통해 임승수 작가를 살펴봤다. 이번 회에는 현재의 삶을 통해 그를 파헤쳐 본다. 한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임승수 작가는 우리가 그토록 얻고자 하는 행복으로 가는 지도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려가고 있는 루트를 통해 우리의 경로를 이탈한 내비게이션을 재프로그래밍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 내내 벙글벙글 웃는 임승수 작가를 보며 어쩜 저럴까 싶으면서도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근 두 시간을 웃고 떠들다 보니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다.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게 살게 됐는지 <투데이신문>이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 아내와 함께 쓴 책도 눈에 띈다. 어떻게 만났기에 책을 같이 쓰고 결혼까지 하게 됐나.

- 결혼 전 아내가 신문사 일간지 기자를 하고 있었다. ‘차베스 미국과 맞장뜨다’라는 책이 반응이 좋다보니 저를 취재하러 왔더라. 그렇게 처음 만났는데 초절정 미녀였다. (웃음) 아무리 예쁘더라도 처음 보는 기자에게 선뜻 작업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우리 아내가 항상 저에게 자신은 ‘지성, 미모, 성격 삼위일체’라고 하곤 하는데, 그렇게 아쉬울 게 없는 여자들이 보통은 나에게 호감이 있을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 마누라가 살짝 똘기가 있었던지 나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 듯싶었다. 우리 아내에게는 세상과는 다른 남자보는 기준이 있었던 거다.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수원 화성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하고, 갈비도 사주고 그랬다. 미치지 않고서야 싫거나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에게 좋은 거 보여주고 맛있는 거 먹여주고 할리는 만무하지 않나. 그렇다면 ‘혹 이것은...?’ 하면서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됐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결혼 전까지 아내를 만나면 제 얼굴에 1분 이상 집중할 수 없도록 굉장히 말을 많이 했다. 제 아내 말로는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더라고 하더라. 그렇게 결혼까지 약 1년 반 정도를 만났다.
하지만 우리가 이십대 초반에 만났다면 결혼은 못했을 것 같다. 젊은 시기에 좌충우돌하고 상처도 받고 그러면서 바보짓 다 하고 서로 성숙해진 상태로 결혼할 만한 나이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게 결혼할 인연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그 때 아내를 만난 것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절묘한 시기에 절묘한 사람을 만났던 것이다. 저희가 2009년 5월에 결혼을 했는데 2009년 3월에 공동집필한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이란 책이 나왔다. 결혼 전에 그런 것을 함께 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또 제가 가진 게 없다 보니 같이 책을 내면 결혼하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 혼자만의 고민도 있었다. 그렇게 같이 책을 썼는데 반응도 좋았다. 만나면 트러블이 자꾸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저와 아내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본업이 글쓰기이다 보니 집에 24시간 붙어 있는 날들도 많은 편인데 그렇게 오래 같이 있어도 성격과 죽이 잘 맞아서 싸울 일이 안 생긴다. 함께 놀듯이 산다. 제가 글을 쓰면 기자출신인 아내가 코멘트를 해준다. 서로 조언도 해주고 그런 면들이 참 좋다.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결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돌이켜 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과 타이밍이란 생각이 든다.

▲ <투데이신문> 독자들을 위해 이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좀 전수해 달라.

- 간단하다. 죽이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하면 된다. 그걸 확인하는 방법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보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있다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들도 보게 되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물론 저는 끝까지 잘 숨겼다. (웃음) 제가 평소에는 유순해 보이지만 순간 욱하는 성격이 살짝 있는데 결혼 전까지는 참 잘 참았다. 아내가 그럴 때마다 이런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넋두리를 하곤 한다. 또한 사귀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사람을 잘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 잘 아시겠지만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세상에 몇 십억 명이 사는데 그런 건 없다.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나보다가 좋은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하면서 깊이 있게 시간을 많이 가져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 사람의 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보며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좋아 죽어서 결혼했다 하더라도 살면서 모르던 부분들을 발견하면 충격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이혼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아내가 작년인가에 이런 말을 했다. “오빠,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행복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뿌듯함이 밀려오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여자에게 이런 말까지 나오게 하고 나란 남자, 참 괜찮은 남자!” (웃음)

▲ 작가님께 아내란?

- “all myself(내 전부)” 혹은 “soul mate(마음의 벗)”. 나이 40이 넘으니까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아내와는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 지방 강의가 잡혀도 아내와 가족 모두 가는 경우가 많다. 뭐든지 함께 하는 것들이 참 많다. 마트를 갈 때도 같이 가고, 누가 병원 갈 일이 생겨도 같이 가고, 여행도 최대한 많이 다니려고 한다. 그렇게 같이 하는 시간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까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더라. 내가 먼저 가든, 아내가 먼저 가든 너무 비극적일 것 같다. 만약 ‘아내가 없으면’이라는 그 상황 자체를 가정할 수조차 없다. 아내는 나에게 그런 정도의 미친 존재감이다.

▲ 아이들과 보내는 일과도 궁금하다.

- 똥 치우며 지낸다. (웃음) 특히 둘째가 정말 똥을 거나하게 싼다. 첫째와 둘째가 너무 다른 것을 보면서 선천적으로 인간의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둘째가 돌이 갓 지났는데 정말 많이 먹는다. 얼마 전에는 아침에 설거지를 하며 잠깐 뒤를 돌아보니 하나씩 포장돼 있는 초콜릿 껍질을 스스로 벗겨서 먹고 있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 말을 배우는 것도 빠르고 얼굴도 아내를 참 많이 닮았다. 지금 계획은 이 아이를 아기 모델로 만들어 돈을 좀 벌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웃음) 집안에 아기가 있으면 쉴 틈이 없다. 물론 저는 아내에 비해 하는 일이 적긴 하지만 같이 있으면 아이들을 돌보는데 시간이 다 간다. 이렇게 아이를 중심으로 온 집안 시스템이 돌아가다 보니 글 쓰는 것이 좀 힘들어졌다. 저도 정말 어렵게 이번 6월에 나올 ‘책 쓰기’에 관한 글을 썼고, 아내도 출판사랑 계약을 해서 집필을 시작한 책이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

▲ 아이들 교육에는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우리 집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따로 아무런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황당하게 ‘a, b, c, d’ 이런 걸 배워오더라. 아이가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 암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숫자만 해도 몇 개인 줄도 모르면서 그냥 ‘1, 2, 3, 4’를 외우기만 할 뿐이다. 제 신조는 ‘한 번 사는 인생,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자’ 이거다. 어제는 두 아이를 마트에 데려가서 카트 위에 올려놨는데 둘이 노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종이쪼가리 모으느라 시간을 보내느니 이런 행복한 시간들을 켜켜이 쌓기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따로 뭘 시키는 것도 없고, 부모와 함께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는 시간들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런 얘길 하시더라. 첫째 아이 이름이 지유인데 “지유는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 뭐가 다르냐면 애가 참 행복해 보여요.” 아이의 표정이나 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 집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지유는 참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것 같고 집에서도 행복한 것 같다는 얘기를 직접 해주셨다.

▲ 가장 주목받는 저작 중 하나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다. 요즘 팟캐스트 강의도 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상당히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 재조명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 2008년에 사실상 세계경제 대공황이 왔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전 세계가 그 충격으로 다 같이 동반 몰락했다. 그 후 지금까지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소위 신자유주의 하에서 “나 혼자 열심히 하면 성공해, 시장은 자유시장경제에 다 맡겨야해, 복지는 비효율적인 거야”라고 얘기하면서 계속 달려왔다. 전 세계가 ‘쾅’하고 망하고, 불황이 계속 되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그런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날카롭고, 가장 과학적으로 비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이런 시기에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한다.

   
 

▲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들 하지만 그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모호한 인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과연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작가님이 생각하는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돈이 근본이 되는 주의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군림하고, 돈을 버는 것에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을 두는 체제다. 잘 알다시피 돈이 사람보다 중해지는 문제 때문에 그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까지 벌어진 것 아닌가. 사람 나고 돈이 난 건데, 기업가가 이윤을 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 가능한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사회가 망가지고 있다. 그렇게 거꾸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돈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중시하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별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의 목적일 수밖에 없으니 그들을 뛰어넘는 국가가 나서서 기존의 돈벌이 방식이 아닌 국민TV와 같은 협동조합 기업이라든지, 사회적 기업과 같은 대안적이고 새로운 경제 모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적으로 가능하도록 공공성에 무게를 두고, 국가가 경제에 적절하게 통제를 가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위주인 기업 뿐 아니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많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다.

▲ 돈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고민 없이 천박한 본능에 충실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 돈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저도 돈 좋아하고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 제가 쓴 글을 최대한 돈으로 바꾸지 않으면 생계가 안 되는 시스템에 살고 있다. 다만 인생에서의 우선순위를 말하고 싶은 거다. 저 역시 돈만 바라봤다면 이렇게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전공 살려서 잘하면 지금보다 돈 더 잘 벌 수 있다. 제가 이렇게 사는 이유는 저에게 있어 돈보다는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 돈보다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가치관의 전복이 제 삶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욕망 자체를 부인해서는 세상이 바뀔 수 없다고 본다. 다 각자 행복해지고 싶고 쾌락을 느끼고 싶고 다 자신이 즐거운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중들의 대중적인 욕망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만으로 대중을 이끌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보다는 그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사회 전체의 선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식욕이 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고, 성욕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단절되지 않고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의지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건 안 돼!’라고 하는 건 더 위험하다. 단, 물신주의와 개인주의를 증폭시키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사는 방식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는 것처럼 이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변화와 사회개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깨어난 사람들이 앞장서서 해내야 한다.

▲ 그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 같다. 작가님이 생각하기에 이런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보나.

- 적다. 제 책 꽤 괜찮다. 그리고 제가 말도 못하는 편이 아니다. 솔직히 저를 아침마당에 떨궈주기만 하면 아줌마들 웃길 자신도 있다. 그런데 돈의 힘이라는 게 참 무섭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기득권 세력이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자본과 기득권층이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모두를 틀어쥐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만 불러다가 방송을 태워주고 기업 간부를 시켜주며 먹고 살게 해준다. 그 돈이 흐르는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떼처럼 달려든다.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떻게든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돈의 힘과 싸운다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막말로 제가 공중파 가서 자본론을 한 번만 강의해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저를 섭외하지 않는다. 조중동이 날 지지해주겠나? 씁쓸하지만 현실이 그런 거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내 대에 추수까지 하면 기쁘겠지만, 설사 그러지 못한다 할지라도 씨 뿌리는 삶 자체를 좋아하니까 만족하며 산다. 물론 그렇다고 구도자적 삶까지는 아니다. 놀 건 다 놀면서 산다. 카드 할부로 여행도 다니고. 또 그렇게 살지 않으면 길게 못 간다.
지금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모든 것은 사람이 바꾸는 것인데 지금 젊은 세대들 중에 깨어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히려 일베가 성행하지를 않나. 최대한 이 악조건 속에서도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씨앗을 뿌려야 한다. 저의 씨앗은 책이나 강의 같은 거다. 따라서 길게 보고 있고, 제가 거두지 않아도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래도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런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지 않았나.

- 그렇다. 저도 느낀다. 우리 어머니께서 박근혜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하시더라. 지금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고 많이 실망하신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투표를 안 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분인데 차마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쪽은 찍을 수 없어 그러시는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그럴 정도라는 것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욕을 하고 다니지 않나. 그게 자신에게 표가 되니까 그렇게 하고 다니고 있는 거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이 체제와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서민들에게 걸림돌이 되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다.

▲ 작가님 페이스북을 보니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도 서슴지 않더라.

- 막 살고 있다. 대통령한테 막말도 하고 그런다. 설마 내 페이스북을 보겠나? (웃음)

▲ 직접 정치에 참여해볼 생각은 없나.

- 물론 관심이 있으니까 민주노동당 활동도 했었고, 2006년에는 지방선거에 나간 이력도 있다. 당의 명령으로 나가긴 했지만.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야지 선거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그때부터 사람이 괴물이 된다.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지자체 선거에 나가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이 되는 게 목적이 되면서부터 맛탱이가 가고 배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수단일 뿐이다. 지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글 쓰고 강의하는 것이다. 지금 진보적인 정당들이 다 망해버렸는데 거기서 한 자리 하겠다는 말은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당에 기어들어간다는 얘기다. 저는 거기가 그렇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당제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그것이 제 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지금은 그 토대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생길, 다시 부활하고 더 강해질 진보정당에 씨를 주고 물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생각보다 빨리 되고 잘 되면 그때는 그것을 도구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활용할 수 있으니까, 거부하지 않고 나서서 할 수도 있다.

▲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란.

- 기본적으로 사람이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노동자가 자신이 내놓은 성과에 비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음으로써 결국 시간을 빼앗기고 빈부격차가 생긴다는 점이다. 또 우리 각자가 행복한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경제적 상품을 많이 살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왜 우리의 행복의 기준이 돈을 많이 벌어서 내가 가진 물건을 늘려나가는 것이 돼야 하며, 더욱이 브랜드가 있는 상품을 소유하는 삶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이 되어야 할까? 우리가 행복한 시간, 이웃들과 책을 한 권 읽고, 시를 읽으며 음미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가끔은 다 벗어던지고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이것이 꼭 돈이 많아야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에 대한 변화도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성공의 기준과 인생의 목표가 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다. 아직은 오지 않아 두리뭉실하지만 언젠가는 오기를 바라는 세상이다.

   
 

▲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본다면.

- 벌이가 시원찮다보니 로또를 가끔 사는데, 만약 내가 당첨된다면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생각해봤다. 우선 우리 집 피아노가 너무 고물이다. 제 귀만큼은 럭셔리한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피아노로 바꾸고 싶다. 그리고 아내가 북유럽풍 가구를 좋아한다. 어느 날 구경하러 가보니 천만원짜리 빈티지 가구가 있더라. 우리가 작가다보니 한가한 평일 낮에 가서 그 의자에 10분 동안 앉아 있어봤다. 내 궁둥이가 천만원짜리가 된 기분이더라. (웃음) 아무튼 그런 것도 좋은 것으로 바꿀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더 해보니 내가 로또가 됐다고 책을 더 이상 안 쓸 것이냐, 아니었다. 책 쓰는 삶이 즐거우니까 계속 쓸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강의를 안 하겠느냐. 강의도 계속 할 것 같았다. 로또가 당첨됐다고 생각해보며 깨달은 것이 피아노와 가구가 좀 더 좋아지는 것 빼고는 내 삶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 자체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행복을 미루면서 살지 않으면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작가님은 굉장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주변에 많은 분들은 불행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 행복에 동참할 수 있나.

- 투표 좀 잘 했으면 좋겠다. 특히 좋은 책을 읽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 ‘yes24’에 가서 검색창에 ‘임승수’라고 치고 거기에 나온 책들을 사면 된다. (웃음)
제가 “일만원보다 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 이 얘기를 항상 한다.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돈을 벌기위해서 반대급부로 뭘 잃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시간이다. 결국에는 살아있는 동안 원하는 것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사는 것이 목적일 텐데 많은 사람들이 종이쪼가리를 모으기 위해 잃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현재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사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럼 꼭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럼 저는 지금 리니지를 해야겠네요.” 그런 얘기는 절대 아니고. 우리가 엔씨소프트 사장님 돈 벌어주려고 태어난 게 아니지 않나. 내 인생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때 돈이라는 관점과 기준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환하기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원래 무엇을 하고 싶었는가,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좋은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그런 분들이 있다. ‘언젠가는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면서 열심히 돈만 모으고 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지금 하라는 말이다. 그런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게 제가 동안을 유지하며 행복한 비결이다.

▲ 향후 계획은?

- 저는 이제 돈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졌기 때문에 돈만 많이 벌면 된다. (웃음) 돈을 시원찮게 버는 것 외에는 삶이 썩 괜찮다. 그래도 요즘 인지도가 올라가니까 돈도 괜찮게 벌린다. 자본론 강의했다고 국정원에 신고 당했던 사건이 인생의 도약지점이었다. 국정원 때문에 먹고 산다. 신고 한 번만 더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약발이 살짝 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제 책 좀 많이 사주셨으면 한다. 6월에 제 신간이 나온다. 책을 쓰는 것에 대한 기술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철학적 측면까지 다 담아낸 책이다. 전 국민의 필독서다. 교과서 채택 뿐 아니라 생일선물 및 경조사 선물로도 참 좋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언제라도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떠나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저도 인기 많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좋다. 다만 ‘그런 것을 추구해야지’ 하는 생각은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꾸준히 하고 그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밥 세끼 안 굶고 먹고 살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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