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가정의달中 - 부모의 자녀교육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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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 가정의 화목은 사회생활의 근본이듯 중요한 문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투데이신문>은 ▲부부갈등의 원인, 소통부재 해결법 ▲자녀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고부갈등, 어떻게 극복하나 이렇게 총 3편으로 연재를 기획했다. 이번 호에는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프랑스 정치인이자 군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자식들의 운명은 언제나 그 어미가 만든다”고 말했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앞날이 결정된다는 것. 자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물론 그 특권을 오용해선 안 되겠지만 말이다.

자녀 교육과 관련된 정보는 넘치지만 이를 공부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굳이 공부가 필요할까’하고 치부하거나 주위에서 들은 정보만 맹신할 뿐이다. 혹은 ‘성적향상’을 위해 자녀를 혹사시키기도 한다. 자녀 교육은 학업에 국한돼 있지 않음에도 많은 부모들이 학업에만 관심을 쏟는다. 부모와의 관계나 인성교육에는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부모의 욕심이 아닌 자녀를 위한 올바른 교육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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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맘, 돼지맘, 헬리콥터맘…과도한 관심 자녀에겐 ‘독’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부모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엄마 유형에 대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몬스터맘(monster mom)은 자신의 아이만을 위해 무리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엄마 ▲돼지맘(pig mom)은 새끼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돼지처럼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엄마 ▲타이거 맘(tiger mom)은 스파르타식으로 공부를 강요하고 아이들의 학업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엄마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 )은 자녀에게 끊임없이 간섭하고 아이가 원하기 전에 미리 채워주는 엄마 등이 있다.

그 중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 여성의 늦은 결혼 등의 이유로 아이를 한두 명만 낳다 보니 자녀를 애지중지 키우는 ‘헬리콥터 맘’의 유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헬리콥터 맘은 마치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언제나 옆을 지키고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욕구를 채워준다.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이다. 이는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떨어트리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헬리콥터형으로 아이를 키울 경우, 아이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지 못한다”며 “자녀가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거나 왕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건국대 유아교육과 최연철 교수는 “부모들이 잘못하는 일 중 하나는 아이들의 실수를 막아주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실수나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되는데 부모들이 미리 막아주니까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부모들이 지나친 보호는 아이가 떼를 쓰는 등의 문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싸고 질좋은 장난감이나 학원이 아니다.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이며 경험을 통해 많이 부딪히고 깨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요즘같이 각박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게 두렵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무조건 자녀를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답이 정해진 학습지보다 정답이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이 마치 직장인처럼 주말을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평일에는 논술,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 엄마의 등쌀에 밀려 학원을 2~3군데씩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시대 아이들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까.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아이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가 성공하는 것을 통해 잘 될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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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자녀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문제지만 무관심 역시 자녀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고등학생 2명 중 1명은 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4월 21~25일 서울 소재 고등학생 5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0.8%가 ‘가족 간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이내’라고 답했다. 이 중 ‘10분 이내’가 14.2%, ‘10분~30분’이 36.6%였으며 ‘30분~60분’은 26.4%, ‘1시간 이상’은 22.8%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은 부모와 고민을 나누는 것에도 인색했다.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8%였고 ‘거의 하지 않는다’가 25.5%, ‘전혀 하지 않는다’가 11.3%였다. 한편 ‘자주 한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모가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가 33.5%로 가장 많았다. 또한 ‘평소 진지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13%)’, ‘부모가 어렵게 느껴져서(4.4%)’ 등을 꼽았다.  

사실 부모는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이 쉽지 않다. 특히, 기성세대 아버지들은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사춘기 자녀들은 예민한 시기라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부모가 먼저 다가가 자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부모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을 먼저 이야기하면 자녀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 교수는 “자녀와 함께 집안 내 대소사와 관련된 고민을 나눠야 한다”며 “예를 들면 ‘할머니 생신인데 밥 어디서 먹을까?’ 등을 비롯해 집안 이야기를 하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집안일을 이야기하면 아이가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물론, 부모가 이를 신세한탄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너희 때문에 희생하며 살고 있다, 너무 괴롭다’는 식의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하 교수는 조언했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국립아동발달연구소에 따르면 1958년에 태어난 1만 7천명을 대상으로 33년간 추적 연구한 결과,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관계가 좋았던 사람들은 학창시절 사회성과 성취욕이 높았고 어른이 돼서도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밝혔다. 그만큼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녀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아이하고 많은 시간을 가질 경우,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게 좋다”며 “단, 아이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자녀가 부모와의 만남을 괴로워하게 된다”고 전했다. 많은 시간을 보내되 아이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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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한결같은 믿음과 기다림”

그렇다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 27일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가건모)에서 ‘좋은부모되기운동 5주년’을 맞이해 좋은부모상을 수여했다. 좋은부모상을 받은 김미숙(46) 씨는 “우리 아이들이 평범하게 자라지 않았지만 한결같은 믿음과 기다림의 결과로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과거 김 씨의 딸 이모 양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병결만 300일이었다. 무엇보다 김 씨를 힘들게 한 것은 딸의 결석이었다. 아이가 졸업을 못할까봐 걱정이 됐을 정도였다. 방황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아이와 싸우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낸 적은 없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딸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마냥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철이 들고 변하리라 믿었다. 그녀의 믿음은 헛되지 않았고 딸은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를 꼬박꼬박 나갔다. 현재 이 양은 대학교 3학년을 다니면서 장학금도 받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훗날 바리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

김 씨는 “딸 아이가 대학병원 클리닉을 다니거나 약물치료도 잠깐 했었다”며 “필요할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각 시도에 자녀교육이나 상담과 관련된 시스템이 많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씨는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다림’인 것 같다”며 “언젠가는 아이들이 철이 든다는 것을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이 왜 기분 나쁜지 본인들도 그 이유를 모른다. 이유 없는 반항인 것이다. 일단 부모는 이런 반항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서 참고 때론 그냥 지나쳐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할 때도 지시형으로 말하면 안 되고 ‘너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이런 경우는 좀 아니지 않니’, ‘협조해주면 좋겠다’는 식의 부탁형으로 말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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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자녀 뒤엔 훌륭한 부모가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인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실생활에서 말보다는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것, 다정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것, 성품을 칭찬하고 훈련시키는 말을 하며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 등이 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과 더불어 사는 자녀로 만드려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에는 칭찬만한 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예를 들어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 했거나 예의바른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해주는 것이다.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박모 (48)씨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운 엄마다. 자녀교육에서 염두해둘 것에 대해 박 씨는 “부모의 행동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답습되고 닮아간다”며 “아이에게 굳이 말로 ‘이렇게 살라’고 하지 않아도 부모가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바른 인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건국대 유아교육과 최연철 교수 “부모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모범적인 부모의 자세를 담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부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아이가 올바른 인성으로 자라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아이의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혼내는 것보다 친척 어른 등이 대신 말해주는 게 좋다”며 “아이들의 심리상 아버지의 말은 듣지 않아도 옆집 아저씨 말은 잘 듣는다. 옆 집 이웃에게 자신의 자녀를 향해 조언이나 칭찬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자녀 인성교육에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끝으로 김 소장은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다면 다른 것을 탓하지 말라. 모든 부모자식간의 문제는 100% 부모의 문제”라며 “아이 변하게 하려하지 말고 부모가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달라진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부모 손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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