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염원
[칼럼] 희망,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염원
  • 김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0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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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욱 칼럼니스트
▸고려대 한문학과 강사
▸저서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 외 4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6·4 지방선거는 실종자를 제외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49재 다음날 치러졌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선거에 임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확실히 여당에게는 악재임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국민들, 특히 야권지지자들은 선거를 통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고자 했다.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 표도 주지 말자”고 외치며 야권의 결집을 도모했다. 위기감을 느낀 여권에서는 유력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도와주세요’라는 표어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읍소를 하는 전술로 맞섰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분명히 야권이 승리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남에선 새누리당이 전 지역을 석권했고, 서울은 전통적인 야당 도시답게 새정치연합이 압승을 거뒀다. 세월호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뒀다. 이런 결과를 접하며 야권지지자들은 허탈해 했고, 여권지지자들은 안도했다.

특히 야권 지지자들은 허탈함을 넘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바뀌지 않는 정치지도를 보며 ‘우리나라는 안 된다’며 자조하고, 포기하며, 분노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13곳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사실에 주목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여러 방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야권 지지자들이 새정치연합을 야당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여당 지지층의 일부마저 진보교육감을 선택했다는 것은 여당의 처지에서도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교육감 선거에는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 틀림없다. 국민들은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경고를 던지며 교육감에게 희망을 건 셈이다.

“보수의 분열 덕분에 진보교육감이 이겼다. 저들이 단일화해서 일대일로 싸우면 저들에게 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승리는 아니다.”고 하며 냉정하게 판세를 분석하는 분들도 많다. 결과를 놓고 보면 확실히 맞는 말이다. 다음에 있을 선거에서 보수의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확한 분석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바로 지지부진해 보이기만 하던 국민들의 희망과 절박함이다. 국민들은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선생님, 그들을 관리하는 교육감에게 ‘희망’을 걸었고, 절박한 마음으로 모두가 선거운동원이 되어 교육감 선거에 임했다. 그 결과 13 곳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국민들이 그들의 희망을 보수가 아닌 진보진영에 걸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결과를 받아들이며, 냉소와 자조를 하기보다는 희망과 기대를 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선거 하루 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민주교육개혁 단일후보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의 연설을 들어 본다.

“……교육은 정말로 미래를 보고 멀리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교육은 희망을 가르치는 것이고, 희망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고, 희망을 나누는 것이고, 희망을 만드는 것이고, 희망을 실천해 가는 것이 교육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꿈과 희망을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희망이 없는 사회는 그건 죽은 사회입니다. 국민은 희망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희망을 먹고 살 때 내일이 열립니다. …… 지난 4월 16일 그 비극적인,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이 상황 속에서 일어난 것들을 우리는 돌이켜 봅니다. 우리는 모두 참담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정부가 단 한명도 구조를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더 큰 참담한 절망을 느꼈습니다. 언론이 고통과 슬픔 속에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쥐어뜯었습니다. 우리는 더, 더 큰 절망을 언론에서 느꼈습니다. 기댈 곳이 없습니다. 희망을 둘 곳이 없습니다. 어디 물어볼 곳도 없습니다. ……자,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여러분! 내일 있을 6·4지방 선거에서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빛의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 내일은 4월 16일 이전과 4월 16일 이후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학교, 새로운 정부,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결정적인 역사적 선거라고 하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재정 TV,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후보 수원역 최종유세>

이제 4월 16일 이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온갖 어려움이 예상될지라도 희망을 지녀야 한다. 이 희망은 그 아이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염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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