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칼럼니스트】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각종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 할 것인가. 이 무거운 질문에 일말에 답변을 해 줄 연극이 있다. 바로 ‘줄리어스 시저’다.

줄리어스 시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잘 알려준 작품 중의 하나이다. 시저의 살해를 중요사건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작품에서 주목 할 점은 다양한 군상(群像)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숙한 부분까지 성찰(省察)했다는 점이다.

로마 공화정 말기 3두 정치의 한 축인 줄리어스 시저(BC 100 ~ BC 44)는 폼페이우스 진압 후 왕으로 추대 받다가 공화정 지지자들에게 암살된다.

셰익스피어는 신으로 추앙 받는 시저의 모습을 영웅이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간질에 앓고 있으며,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한다.

김광보 연출은 "이 정치드라마를 현재 이곳과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고민했다. 극 속 모든 상황은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에 집중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극 중 인물 두 명이 극을 이끌어간다. 시저를 존경했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시저를 죽이는데 가담한 부르터스. 그리고 시저의 충신 안토니.

부르터스와 그 일당은 시저의 암살에 성공한다. 그 후 그의 충신이었던 안토니는 부르터스일당과 피 뭍은 손을 잡으며 한패가 된 듯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면서 시저의 추모 연설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부르터스는 이를 허가한다.

로마시민들 앞에서 부르터스는 시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고 처음에는 야유를 보내던 시민들이 이내 부르터스의 연설을 듣고 감화돼 부르터스에게 환호를 보낸다. 이후 안토니의 추모 연설이 시작된다. 그의 연설은 부르터스 일당을 칭찬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시민들의 심리를 꿰뚫어 선동한다. 그 모습은 정말 시저를 사랑해서 나오는 충성인지 아니면 본인의 야심(野心)인지 혼동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가장 볼거리인 필리피 전투는 웅장하면서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16명의 남자들이 무대에서 외치는 함성소리는 관객에게 힘을 느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간간히 실소(失笑)가 나오게 하는 장면은 극을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됐다.

세트는 단순한 철창이지만 그 너머 배우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엄함까지 볼 수 있었다. 철창에 매달려 소리지르는 시민들을 보며 군중심리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부르터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말과 함께 시대가 변해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 '줄리어스 시저'.

묵직한 정치극이어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번쯤 현실의 정치와 비교해보며 우리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