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무성 칼럼니스트
▸경북 구미경찰서 경위
▸<학교폭력의 비밀을 말하다> 저자

【투데이신문 최무성 칼럼니스트】사람들은 흔히 세상을 약육강식의 논리로 본다. 그래서 강한 자가 질서를 잡고 이끌어 가면 약한 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리는 학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런 동물적 본성에 끌리기 쉽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고 선생님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 세계의 동물들도 위계질서가 있지만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양만큼 취한다. 배가 고파야 사냥을 하고 먹을 만큼 먹고 나면 푹 쉰다. 자연스러운 질서와 힘의 균형이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성을 가진 사람만큼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의 욕심을 정당화하고 교묘한 속임수와 모략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으며 끊임없이 탐욕을 부린다.

우리는 2년 전 14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유승민 군을 기억하고 있다. 유 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고통의 시간과 더 이상 학교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아픔과 눈물로 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는 승민이의 일기와 승민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 학생과 그들 부모와의 처절했던 투쟁의 과정이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아내와 중학생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는 비참한 학교 폭력의 실상과 피해 참상에 몸서리를 쳤다고 한다. 나 역시 피해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어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이 책을 읽고서 인터넷에 학교 폭력의 참상과 자신의 느낌을 글로 올렸는데, 그냥 읽고 넘기기엔 왠지 아쉽고 허전해 옮겨 보았다.

“나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을 자주 봤었다. 괴롭히는 아이들의 표정에선 죄책감은커녕 즐거워하는 표정까지 볼 수 있었다.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시청할 땐 순진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시청한다. 반면에 당하는 아이들은 아예 표정이 없거나 괴롭히는 애들에게 굴복해 안마를 해 주거나 돈을 주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한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좋지 않다. 그러나 도와주면 나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방관자가 돼 버렸다. 어쩌겠어, 내가 도와줘 봤자 도움도 안 될 텐데, 라고 합리화시켰다.
……
폭력을 가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나보다 약하니까 괴롭히고 이것저것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저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한낱 어린 날의 실수니까 용서해야 해.’라고 한다면 그들은 ‘이렇게 해도 용서해 주는구나’라며 반성은커녕 나중에 더한 폭력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는 걸 막기 위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진심으로 뉘우치는 마음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죄를 짓고 그것을 반성했다면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받아야 한다.

요즘 일어나는 사회문제들을 보면 기본을 지키지 않아 크게 번지는 걸 볼 수 있다. 학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중점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친구를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라는 것을 교육시킨다면 학교 폭력은 감소할 것이고 아이들의 미래를 가로막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만약 내 아이가 유승민 군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부모로서 취해야 할 행동이나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매년 되풀이되는 학교 폭력.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해당 학교는 행여나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학생들이 동요할까 두려워 쉬쉬하기 바쁘고 정부나 교육 당국은 뭔가 획기적인 해결책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늘 그뿐이다. 관련 부서의 긴급 대책이나 모임, 회의가 있었지만 기껏해야 CCTV 설치 운영 상황과 외부인 출입 관리 상황 등 교내 안전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100만 화소급의 고화질 CCTV를 단계적으로 설치하여 학교 폭력 취약 지역 학교의 CCTV를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있는 시·군·구 통합 관제 센터에서 관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과연 고성능 CCTV가 설치되었다고 학교 폭력이 사라질까? 학교 폭력은 CCTV 설치만으로 해결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CCTV도 이 문제를 속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최고로 성능 좋은 CCTV는 아이들의 눈이요 우리 모두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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