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경영상 이유로 ‘구조조정’ 뒤에선 5년 간 1000억원 상당 ‘고배당’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앞뒤 다른 행보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불투명한 업황 전망을 감안해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들은 회사 상황을 고려해 회사를 떠나게 됐지만 정작 회사의 수장인 신창재 회장은 최근 5년간 무려 1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황 전망 이유로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
정작 대주주는 막대한 배당금 챙기기?

관련업계에 따르면, 12년 만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교보생명은 입사 15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유는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대응하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력감축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

신청 대상자는 교보생명의 전체 직원 4700여명 가운데 2300여명이다.

교보생명은 17일 전체 직원 4700여명 중 10% 수준에 미치는 480명을 회망퇴직자로 확정했다.

교보생명은 2009년 3조8000억원의 자본이 2013년 5조9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주주들은 2010년 410억원, 2011년 615억원, 2012년 1025억원, 2013년 769억원, 2014년 574억원 등 최근 5년간 3393억원을 배당받았다.

특히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신창재 회장은 최근 5년간 총 1145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교보생명은 업황 전망을 이유로 회사의 자구책 마련보다 오랜동안 회사를 같이 일궈온 직원을 구조조정을 통해 내보내면서 막상 대주주는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어 회사가 어려워서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희망퇴직 아닌 사실상 강제퇴직”

교보생명민주노조는 “희망퇴직이 아닌 사실상 강제퇴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보생명은 두 개의 복수 노조 체제로 이뤄져있다. 약 3500 명가량의 다수가 소속돼있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보험노조(교보생명노조)와 200여명의 교보생명보험민주노동조합(교보생명민주노조)이 존재한다.

사측은 이 중 교보생명노조와 교섭해 희망퇴직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결과 이번 명퇴대상자들은 퇴직 위로금으로 42개월치의 월 기본급(30개월치 평균 월급 상당)을 지급받게 됐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교보생명민주노조의 의견은 포함되지 않아 민주노조 측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민주노조 측은 협상 결과에 사측 입장이 너무 반영됐고,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급속하게 협의가 진행됐다는 점도 잡음이 일고 있다.

때문에 협상 진행에 민주노조 측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더불어 회사가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희망퇴직이 필요한 상황인지도 다시 한 번 따져봐야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민주노조 홍찬관 대표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만 희망퇴직이지 사실은 강제퇴직”이라며 “회사에서 성과평가 하위 15%에 대해서 부진자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퇴직 대상은 15년차 이상인데 나가기 싫어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분들에게 퇴직서를 쓰지 않으면 부진자 교육을 해야 한다며 (퇴직서 쓰기를) 강요하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희망퇴직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에서 5월 7일 처음으로 명퇴 협의요청을 보내왔는데 합의가 5월 21일에 이뤄졌다”며 “보름도 안 돼 모든 일이 성사된 것이다.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단기간에 이뤄진 협의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퇴직하지 않은 7명에게 비연고지 발령이 났다”며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부진자 교육과 비연고지 발령으로 퇴직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보험 소비자들이 낸 보험료가 자신들에게 다른 혜택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 주주의 배당금과 직원들의 명퇴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 배당금 지급·구조조정 별개 문제 반박

한편, 교보생명 홍보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주들이 배당금을 지급받는 것과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의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님이 지급받은 배당금의 규모가 큰 것은 주주로서 지분이 높다보니 그런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지분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보험업계 중 (교보생명의) 배당이 가장 적다”고 밝혔다.

이어 “본래 보험회사는 일반금융업계와는 달리 장기적인 상황을 따져 전망을 예측한다”며 “이번 구조조정은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 인수 건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 우리 측에서는 우리 은행에 관심이 있다는 정도만 밝힌 상태고 매각방침이 있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엄한 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것은 회계 상의 문제”라며 “명퇴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업의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일반기업들이 하는 것에 준해서 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노초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표노조를 통해 노사합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한 반면 민주노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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