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인터뷰] 이인근 콜텍 지부장

▲이인근 콜텍 지부장 1인 시위 현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갑작스런 공장 폐업으로 정리해고 돼 길거리로 내몰렸던 콜텍기타 노동자들이 7년간 벌여온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2007년 4월 9일 대전 콜텍기타 공장이 폐쇄됐고 같은 달 12일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를 통지 받았다. 한 순간 일자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다른 설명도 없이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이후 7년 동안 시위를 비롯해 안 해 본 것 없이 복직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던 콜텍기타 노동자들은 2014년 1월 10일 고법파기환송심에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 결과를 받았다. 법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는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노동자들은 이런 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2일 법원으로부터 “정리해고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으며 끝내 패소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그 동안 1인 시위를 비롯한 여러 시위 활동을 통해 콜텍 노동자들이 당한 부당함을 널리 알려온 이인근 콜텍 지부장을 만나 이번 판결과 관련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대법원에서 어떤 이유를 들어 패소시켰나.

: 대법원 판결서를 보면 “정리해고 당시 대전공장의 채산성 악화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개선될 가망이 없었고 원고들을 포함한 대전공장 소속 생산직 근로자들의 다른 사업장으로의 전환배치가 어려워 대전공장 폐쇄로 발생한 잉여인력을 감축할 객관적인 합리성도 있었으므로 이 사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다.

Q.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번 인터뷰 때도 말했지만 법원에서 미래에 다가올 경영 위기를 들먹이며 그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는 판결 내린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헌데 이번 판결이 바로 우리나라의 법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돈과 권력의 밑에서 그들을 위한 법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판결로 인해서 근로기준법 24조 정리해고 요건과 같은 건 있으나마나한 법조항이 돼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주심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고영한 대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법원에 법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더 이상 자본과 권력을 대변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국민들로 하여금 법을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그런 판결을 내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법원 스스로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법조항에 쓰여 있는 그대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법관들은 말로는 원칙대로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원칙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과 원칙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렸으면 좋겠다.

Q. 현재 어떤 심경인가.

: 지금 심경이라고 해서 과거와 별다른 건 없다. 지난 7년 동안 느꼈던 심경과 비슷하다. 참담함, 그게 가장 크다. 지난 7년여의 투쟁이 한 순간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든 판결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판결 결과를 지켜보면서)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노동자들도 정당한 결과를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다들 전의를 상실해 비통해하고 있다.

Q. 시위 활동은 계속하고 있나.

: 대법원 앞에서 벌였던 1인 시위는 12일 날 판결에 대한 입장정리 발표와 함께 중단했다. 때문에 지금은 시위를 중단하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다른 시위활동도 현재 진행하려 계획해 놓은 것은 없고 7월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현재는 기존에 잡혀 있는 공연활동만 소화할 계획이다. 오는 20일 대한문에서 하는 문화제와 25일 수요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Q. 판결은 이걸로 끝인 건가.

: 이게 끝이다. 하지만 판결은 판결인 거고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현재 종교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지만 빨리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투쟁계획도 세워 찬찬히 진행할 예정이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 1인 시위나 본사 집회와 같이 기존에 해왔던 시위를 조만간 다시 이어갈 생각이다. 또 현재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모두 생계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계속 연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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