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2000년 7월 김대중 정부의 신임 교육부 장관으로 송자 명지대 총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송 장관은 채 1달이 안 돼, 번역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24일 만에 교육부의 수장 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송자 장관의 이중국적, 사외이사 논란에 표절시비를 걸며 결국 그를 낙마시켰다. 그로부터 6년 뒤, 노무현 정부의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노(盧)의 남자” 김병준도 한나라당이 제기한 제자논문표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사임해야 했다. 송자와 김병준의 공통점은 교수 출신의 교육자가 표절을 했고 그로인해 교육부 수장에 오르려다 좌절당했다고 하는 것이다. 학계에서 표절은 “지식의 절도”와 같다. 당시 한나라당이 두 사람의 표절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은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김병준을 낙마시킬 때 새누리당 나경원 대변인은 “교육 수장의 표절은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학자는 양심과 도덕성이 무기인데 이런 분이 교육부총리라니 한국교육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비판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이 말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제 시간을 현재로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민심수습과 국정 2기의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 개각을 단행했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명수 후보자를 내정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한국교원대 교수이던 시절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다. 논문은 표절하고 심지어 연구비까지 타서 썼다. 새누리당이 과거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에게 들이댔던 잣대라면 김명수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야당은 당연히 이 문제를 가지고 쟁점화하고 있으며 김명수 후보자에게 “스스로 내려오라” 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과 야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특히 교육부 수장에 오를 사람이 논문을 표절했기에 청문회장까지 가서 시시비비를 따질 필요도 없다. 절도 전과가 있는 사람을 경찰청장에 임명한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 송자와 김병준을 표절의 이유를 들어 낙마시킨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표절의혹이 사실로 들어나고 있는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김 후보자에게 사퇴압박을 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 문제만큼은 여야가 없이 한 마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표절문제에 대해서 언급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청문회장에서 의혹을 따져야 한다.” 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중잣대인 것이다.

내가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학자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것은 스스로의 양심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인데 새누리당 에서 지금 이런 사람을 변호하고 있으니 그들이 전 정부에서 들이댔던 날선 인사기준은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 이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 국정원 국정조사 때는 국정원의 대변인으로 맹활약했고 각종 인사 난맥이 이루어져도 당내에서 건전한 비판 한번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정당이 공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박정희, 전두환 정부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만 보면서 거수기 노릇만 하라고 여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6.4 지방선거 당시 무엇 때문에 국민들에게 절하며 “도와주십시오.”를 연발했나? 과거와는 다른 여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 아니었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제1당이 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 임명 논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은 역시 청와대이다. 인사검증의 필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에 대해서 살펴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의 책임이다. 학계 인사를 공직에 발탁할 때 논문 표절 여부는 인사검증의 핵심 사안인데 청와대 내 검증 팀은 무얼 했단 말인가? 송자, 김병준 때는 표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아서 표절 검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은 표절 문제는 하루 이틀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것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의 검증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자임하는 꼴이다.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는 청와대. 그러나 대통령은 인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비서실장 교체는 상상도 하고 있지 않고 있으니 이 나라가 “김기춘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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