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2014년 6월 24일 문창극 씨가 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하였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부터 그가 사퇴할 때까지, 그가 했던 교회에서의 발언이 내내 문제가 되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가 2011년에 한 교회에서 “일제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것이 바로 그 발언이다. 이것에 대하여 문창극 전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개신교계와 수구 세력에서는 이것이 식민사관이 아니라 ‘신앙적 민족사관’이라고 하면서 문창극 전 후보를 옹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교적인 문제만 살펴보자. 기독교의 사상 가운데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있다. 신정론에 관한 설명은 신학에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조금 거칠게 전개 하자면,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고통이나 악이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나 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악과 고통을 만들어내고, 인간으로 하여금 이것을 극복하게끔 함으로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상을 배경으로 했다면, 문창극 전 후보의 발언이나, 그 발언을 지지하는 일부 개신교계의 발언이 ‘신이 준 고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 가능할 것이다. 즉 이들의 관점은 ‘일제강점기는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극복할 역경으로, 이것을 통해 우리가 더욱 믿음이 굳건하고 강한 민족이 되게끔 만들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또한 최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부 목사들의 망언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최근의 일련의 시사 문제를 보면서 필자는 2012년에 개봉해서 크게 흥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 장면은 가짜 광해군에게 한 신하가 “이 나라가 있는 것 누구의 덕이옵니까? 명(明)이 있어야 조선이 있는 법. 오랑캐와 싸우다 짓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대(事大,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의 예를 다 하는게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사료되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장면과 그 뒤의 장면은 현재까지도 관객들과 네티즌들에게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면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장면이 관객들과 네티즌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은 백성들의 목숨보다 사대의 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하의 모습에 ‘오늘날을 살고 있는’ 관객들과 네티즌들의 공분(公憤)을 샀기 때문일 것이다. 사대의 예, 특히 임진왜란에서 원병을 보내준 명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의 모습은 단순히 국가의 위기에서 구해준 은혜나 실리 외교의 단면으로 설명할 수 없다. 즉 그 기반에는 당시 조선에서 성리학을 사상적 배경으로 하는 조선의 지배층이 화이(華夷), 의리(義理) 등 성리학 사상 중 일부를 실제 외교에 적용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이야기는 곧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근대 이전에나 있었던 일이고,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국민과 여론의 분노와 반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예로 2004년 5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한 교회에서 했던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다른 종교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창극 전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문창극 전 후보가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하거나, 그의 발언을 ‘신학적 민족주의’라고 평가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것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방문을 하거나, 최근 문제가 되었던 고노담화 수정에 대하여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개인 신앙의 문제가 실제 국정을 펼칠 때 구분될 것임을 보여주고, 그 모습에 대하여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응원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본인들의 실수와 잘못을 모른 채, ‘개인의 신앙의 자유’을 언급하면서 후보직 사퇴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후보직을 사퇴하는 문창극 전 후보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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