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칼럼니스트
· 연세대학교 신학 전공
· 중앙대학교 문화이론 박사과정 중
· 저서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공부란 무엇인가>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도대체 나라가 한 시도 잠잠할 날이 없다. 이번에는 군대다. 강원도 동부전선 GOP(general outpost)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전역을 삼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에 일어난 것이다. 그는 상관 및 동료 다섯 명을 사살하고, 일곱 명에게 중경상을 입히고서 수류탄 하나와 실탄 육십여 발을 가지고 탈영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를 추격하던 소대장 한 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고 한다.

GOP에 투입된 관심병사

알고 보니 임 병장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심 병사였다. 그것도 원래는 작년 4월에 행해진 1차 인성검사에서 (근무부적격에 해당하는) A급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작년 11월 경에 B급으로 재차 분류되고 곧바로 GOP로 투입되었다고 한다. 한데 GOP, 즉 일반전초(一般前哨)는 주력 부대의 전방에 배치되는 경계기지로서 적을 관측하고 아군을 보호한다. 일반적인 병사라도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더욱이 이곳에서 임 병장이 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평시에 선임으로서의 합당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 달여 간의 경계근무명령서를 살펴보면, 50-70%에 이르도록 하급병이 아니라 병장들과 근무한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엄연히 그곳에 계급이 낮은 병사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후임들이 대놓고 그를 무시하여 거의 투명인간처럼 취급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장례식을 연기하는 유가족들

그렇다면, 이 사안을 간단하게 병영 내의 왕따 문화의 산물이라고 보면 되는 것인가? 실제로 군 당국이 취하고 있는 접근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한 면으로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 소대를 가해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다른 한 면으로는 그 관심사병, 즉 무장 탈영병을 애초에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이로 몰아가고 있다. 이 모두 언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이 기이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번 난사 사고의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6월 26일 오후 5시 20분 경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무엇보다 유가족들은 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총기사고와 관련한 국방부와 군 당국의 처리과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였다. 여기에서 임 병장이 아니라 국방부와 군당국에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총상을 입었던 다섯 명은 조기에 대처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니 이렇게 군 당국이 불신의 대상이 된 것도 당연하다. 이와 달리 총기난사 사고의 가해자로 알려진 임 병장에 대해서는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긍휼의 대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그도 저희에게는 지키고 보듬어야 할 자식”이라고 적시하며, 더욱이 “군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며 그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어설픈 초등대응과 부적절한 원인규명

당시 군부대는 다섯 명의 부상자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고스란히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살 시도로 인해 그보다 더 큰 부상을 입은 임 병장도 살려냈는데 말이다. 도대체 초등대응을 어떻게 한 걸까? 애초에 최고 등급의 경계조치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응급조치 지연’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GOP내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무장 탈영한 임 병장에게 화살이 향하고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6월 25일에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이렇게 사고자가 된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집단 따돌림이라는 이런 현상이 군에 역시 존재한다.”라고 발언했다. 결국 총기사고 집단 따돌림 오해에 대해 그는 사과했고, 6월 28일에 마침내 총기난사로 사망한 다섯 명의 영결식이 진행되었다.

후자는 더 심각하다. 가령 그의 학력이 공개되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그가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의 사회부적응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닌가? 또한 어느 전문가는 임 병장이 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이 게임중독?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군 당국은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 병장이 자실 시도 직전에 작성한 메모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병원에 옮겨질 때에 대역을 내세운 이유는 무언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우리는 근본적인 것을 물어야 한다. 관심사병, 즉 이른바 군 부적격자를 굳이 최전방에 투입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징병제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집총거부를 위해서 불이익을 감수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포함한 평화주의자들의 신념을 존중하기는커녕 형법으로 다스린다. 성정체성 문제로 인해 융화가 쉽지 않은 동성애자들도 제대로 배려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 군대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가령 동원할 인력이 부족하면 자동화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장군들을 위한 골프장을 지을 돈으로 차라리 GOP에 자동 감시설비를 하는 것이 낫겠다. 더욱이 태백산맥을 넘어갈 만 한 수준의 헬리콥터가 없다는 사실이 육군 의무실장을 통해 인정되었다. 국방비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가 궁금할 지경이다. 이제 군대 문제를 사회 공론장에 새롭게 제출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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