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산천 ⓒ뉴시스

철도노조 “KTX 산천 결함 심각”...승객들 안전 ‘빨간불’
KTX 산천 차량 도입이후 총 388건 하자 발생
철도공사·현대로템에 차량결함 대책 마련 촉구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KTX 산천 차량이 운행에 투입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무려 388건의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철도 안전 확보를 위한 철도노조 기자회견’을 열고 KTX산천 차량의 대차 결함에 대한 해결 방안을 촉구할 것을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KTX 산천 차량의 심대한 결함을 철도공사에 제기했다. 도입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차량에서 총 388건 중 136건이 미해결되는 등 4백건에 가까운 사고가 발생했고 특히 열차 운행의 기본 주축이 되는 대차에서 심각한 결함이 계속 발견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토부와 철도공사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철도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KTX 산천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KTX 산천 대차 결함…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지름길

철도노조에 따르면 현재 KTX 산천 대차는 전체적인 균열, 차륜의 이상 마모현상, 차축의 산화, 테로텍스의 파손, 제동 디스크의 균열, 감속장치 불량, 동력전달장치 불량, 견인전동기 불량 등 거의 차량 모든 부분에서 결함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도차량용 대차는 주행 및 제동의 기능을 갖춘 기구로서 차륜·차축을 보관 유지하여 차체의 중량을 차축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모든 차체의 하중을 대차에서 전달받아 레일이 최소한으로 마모될 수 있도록 선로를 보호해준다.

이렇듯 대차는 철도차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이기에 만약 대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탈선 및 전복 등 사고로 이어져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KTX 산천 대차에 문제가 발견되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KTX 산천 대차의 결함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차축의 결함 문제로 현장의 검수원들은 이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해왔다. 더욱 심각한 건 지난 5월 9일 차륜과 차축이 연결된 부위인 시트부에서 산화가 발견된 것이다. 테로텍스라는 코팅제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나 초음파 탐상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철도노조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면 차량의 결함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탈선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KTX 산천 차량의 대차 문제는 제대로 유지보수 되지 못한 선로 상태와 맞물려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KTX 산천 차량의 경우 차량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레일관리 문제도 맞물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토부 철도안전 상시점검 결과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2004년 개총 이후 약 10년이 경과돼 레일 절손 등 레일관리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레일의 수명연장과 유지보수비 절감, 레일절손 방지를 위해 레일연마를 적기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경부고속철도 경주고속사무소구간 메아지 고가 상선 종점부 종곡선 변곡점토공구간 및 대구남연결선 터널구간은 2010년 11월 개통 이후 레일연마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아 레일의 파상마모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현재 철도 레일은 ‘궤도검측차 검측자료에 의한 유지보수기준 초과 선로에 대한 대책(선로 면, 궤간, 줄, 뒤틀림, 합성, 레일마모)’이 필요하나 인력 부족 등으로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선로 유지보수의 기본은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보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많은 선로가 기준을 초과한 상태이나 인력부족 등으로 겨우 1단계 보수기준(우선보수기준)을 초과한 선로에 대해서만 보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KTX 산천 차량은 대차와 차륜 등의 결함과 레일 적기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결합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X 산천, 과연 안전한가?
운행 이후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는 사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실이 철도공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 산천 차량은 도입이후 총 388건의 하자가 발생했다(2014년 5월 19일 기준). 이 중 종결된 것은 252건으로 고작 64.6%에 불과하며 166건(35.0%)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박 의원은 “KTX 산천 차량에 고장 및 하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KTX 산천의 제작 및 시운전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의원은 “철도공사는 KTX 신규 열차로 KTX 산천을 도입해 2010년 3월 2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7월까지 총 207건의 하자가 발생됐고 이 중 108건을 작업완료 했으나 63건은 작업 중, 35건은 조치방안을 검토하는 등 계속해서 문제가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라 박 의원은 “철도공사는 KTX 산천의 고장 및 하자로 인해 열차지연에 따른 환불금을 물어주는 것을 비롯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74억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며 KTX 산천을 둘러싼 계속된 잡음에 대해 꼬집었다.

더불어 박 의원은 “KTX 산천의 차량 제작기간은 36~40개월로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제작한 KTX-1의 제작기간 6년과 비교해 볼 때 2분의 1에 불과한 기간”이며 “KTX 산천의 시운전 기간은 36개월로 KTX-1의 시운전 기간 52개월보다 무려 16개월이나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X 산천의 잦은 고장과 하자발생 등 차량 결함은 무리한 공기단축에서 비롯된 것이며 설계 및 제작 시운전 모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자칫 대형 인명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에 철도공사와 현대로템은 더 이상 차량에서 고장 및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KTX 산천의 차량결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철도 안전 확보를 위한 철도노조 기자회견 ⓒ뉴시스

철도노조, “KTX 산천 문제 해결해 달라” 촉구…투쟁 계획도 밝혀

철도노조에 따르면 철도노조 고양차량지부는 그 동안 KTX 산천 대차 문제점에 대해 노사협의 등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차량의 보유량 부족 및 유지보수 기지 부족, 유지보수 인원 부족, 유지보수 보수품의 부족, 유지보수 시간의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경부선 2단계 개통과 호남선 개통 등 운영해야 할 고속철도가 늘어나면서 안전을 위한 유지보수에 힘쓰기 보다는 흑자를 내는 고속차량을 한 대라도 더 운행하는 것을 중요시 했고 그 결과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지며 운행되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KTX 산천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노사민정 대책기구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한번에 수백명이 타는 열차를 정비하는 기본은 사고와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정비”라며 “운행에 투입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KTX 산천 차량에 왜 이런 결함이 발생하고 있는지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억짜리 차량을 사전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행에 투입한 경위까지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며 “잘못된 관행과 봐주기식 관리·감독, 수익성만을 위한 운영이 가져온 세월호의 비극이 또다시 철도에서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 철도노조는 “정부와 철도공사는 하루 빨리 KTX 차량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사전 조치를 마련하고 노(철도노조)·사(철도공사)·민(전문가)·정(국토부, 기재부, 국회)이 참여하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단위를 구성해 KTX 산천에 대한 정밀안전 진단과 중대 결함 확인 시 운행 중지를 포함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철도노조는 이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철도 안전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면적으로 진행할 뜻을 밝혔다. 지난 23일에 열었던 해당 기자회견을 비롯해 앞으로도 ‘철도안전 위협 사례를 제기하는 전 조합원 철도안전 인증샷 데이 투쟁’과 ‘철도안전 및 철도 분할 민영화 반대 대국민 선전전 및 세월호 서명운동’, ‘철도노조 주요간부 1박 2일 상경투쟁’ 등 여러 투쟁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우리 스스로의 치부이기도 한 철도 현장의 안전 문제를 오히려 밖으로 꺼냄으로써 ‘안전한 철도’라는 공기업 철도공사의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철도 안전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철도 안전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