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준모 칼럼니스트
▸<어떤 하루>저자

【투데이신문 신준모 칼럼니스트】오랜만에 쉬는 날, 새벽5시에 일어나서 노가다를 나갔다. 너무 나태해진 내 자신에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활력소를 불어넣으려고. 활력소를 불어넣는데 노가다를 왜 나가냐고? 노가다를 며칠 연속 나가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정말 힘들다. 특히 여름에 땡볕에서 일할 때는 정말...

몇 년 전에 돈이 필요해서 한 여름에 몇 달간 노가다를 나간 적이 있었다. 하루이틀은 견딜만했지만 날이 가면 갈 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점점 더 일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입은 꽤 짭짤했지만 일하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이렇게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은 못살겠다! 공부 열심히 해야지! 실제로 그때 이후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3시간씩 공부를 하거나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와 책읽기는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었고 전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조금 삶이 편안해졌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하거나 책읽기를 게을리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날 선택한 것은 인력사무소에 나가서 일하기!

돌도 나르고 삽질도 하면서 오랜만에 땀흘려가며 일을 했다. 땀 흘리고 나서 먹는 점심이여서 그런 걸까? 올해 들어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의도치 않게 거짓말도 많이 했다. 노가다는 왜 나왔냐는 말에 나태해져서 활력소를 불어넣으려고 왔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용돈 벌러 왔다고 했고. 지금 뭐하냐는 말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학생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어디 대학교 다니냐? 무슨 과냐? 졸업 후 뭐할 거냐? 등... 역시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1개의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10개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래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이 아니었음에 스스로에게 위안을...

밥을 다 먹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중에서 20대, 30대의 젊은이는 나 빼고는 한명도 없었다. 일을 하시는 분들의 연령층은 40대에서 ~ 50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연령층은 50대였다. 그렇다면 취직난을 겪고 있는 20대, 30대 젊은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청년실업 100만 시대? 88만원 세대?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서 그렇다고? 그렇지 않다. 이것저것 따지다보니까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경쟁률이 센 곳에만 이력서를 넣고 있으니 그러는 거 아닌가. 돈 없어서 죽겠다 죽겠다는 소리 좀 그만했으면 한다. 정말로 돈 없어서 굶어 죽겠는 사람은 그런 불평할 시간조차 없다.

인력사무소에 나오셔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싶어서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가족을 위해, 생계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계시는 거 아닌가.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아직은 살만 하니까 그런 불평을 늘어놓고 있는 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저평가된 중소기업과 공장단지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란다. 끊임없이 채용공고를 내도 구해지지 않거나 구해도 한두 달만 일하고 그만둔단다. 그렇다고 그 곳이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다. 좋은 직장에서 시작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면서 일 끝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생각을 해야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마냥 기다리면서 불평만 하고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다들 편하고 좋게 일하는 줄 알지만 선진국으로 가면 갈 수록 빈부격차가 더 심하면 심했지 좁혀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절대로 나라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내 탓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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