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감사원은 당시 법령 기준에 따르면 세월호는 애초부터 도입되지 말았어야 할 선박이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8일 중간발표 형식으로 공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도입부터 출항 전 안전점검까지 안전관리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정부의 여객선 안전관리 및 감독이 업무태만과 비위행위로 얼룩져 있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도입·증축과 안전점검, 운항관리에 이르기까지 안전규정과 절차를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무시하면서 총체적 부실이 겹쳐 ‘언젠가는 침몰할 수 밖에 없는 세월호’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 좌초된 '세월호' / 사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인천항만청, 세월호 도입·증축에 변조된 ‘선박계약서’만 믿고 승인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당시 법령과 기준에 따르면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수 없는 선박이었다고 지적했다.

해운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박 증선은 해당 항로의 평균 운송수입률이 25% 이상 유지될 때에만 인가를 받을 수 있는데,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선박계약서’를 위조해 여객정원을 804명에서 750명으로, 재화중량은 3981t에서 3000t으로 줄여 이 같은 규정을 충족시킨 것.

서류 조작으로 청해진해운은 인천~제주 항로 운송수입률을 24.3%에서 26.9%로 과다 산정해 증선 기준을 만족시켰으며, 인천항만청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채 2011년 9월 증선 계획을 가(假)인가했다.

특히 인천항만청은 2012년 9월 이후 세월호가 증축을 통해 여객정원(921명)과 재화중량(3794t)을 늘려 운송수입률이 24.2%로 감소된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최종 인가를 내줬다.

◇한국선급, 잘못 계산된 '복원성' 그대로 승인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증축으로 인해 배가 기울어졌다가 다시 중심을 잡는 ‘복원성’을 상실한 선박이었지만, 한국선급의 부실한 ‘복원성 검사’로 인해 이번 사고를 미리 방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2월, 한국선급은 세월호 중축 설계업체에서 선박중량을 과소 산정(100t↓)하거나 화물 무게를 부당하게 축소·조정(440t↓)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월호의 복원성을 잘못 계산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감사원이 이같은 오류를 반영해 세월호의 복원성을 이번에 다시 계산해 본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는 복원성 기준 중 ‘풍압경사각’과 ‘선회경사각’ 등이 각각 기준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승인 전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향응수수

감사원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부당 승인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청 직원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해 2월 인천해경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4일 전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를 공짜로 타고 제주도 출장에 나섰다. 이들은 제주도 현지에서 3박4일 동안 청해진 해운 직원으로부터 관광, 숙박, 주류 등의 향응을 수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를 개최하면서는, ‘선박 복원성 계산서’ 등 관련서류도 위원들에게 제공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심사를 진행함으로써, 차량적재나 화물적재 한도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지난해 2월25일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조합, 형식적인 ‘출항 전 안전점검’으로 세월호 과적 방치

감사원은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와 오하마나호가 올해 1~4월 인천~제주 항로를 총 118회 운항하면서 절반가량인 56회에 걸쳐 차량적재한도를 초과했는데도 운항관리자인 해운조합이 형식적인 ‘출항 전 안전점검’으로 출항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세월호 출항 당일인 4월15일 해운조합 소속 인천·제주 운항관리자들은 출항 전 세월호의 화물중량과 차량대수 등을 확인하지 않고 3등 항해사가 무전으로 통보한 수치를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감사원은 지적했다.

사고 당일 실제로 실린 적재화물과 차량은 각각 2142t(검찰추정치), 185대이지만 657t의 화물과 150대의 차량을 실었다는 승무원의 보고를 확인하지도 않고 세월호의 과적을 방치했다는 것. 게다가 승인된 차량대수가 97대인 선박에 150대 차량을 실었다는 보고도 무시한 채 그대로 출항허가를 한 것이다.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사고발생 이전상황에 대해 “세월호의 도입, 선박검사, 운항관리규정 심사, 출항 전 점검 및 복원성 검사 등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한 일련의 규정과 절차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세월호가 과적과 고박부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출항했다가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에서 급변침하는 과정에서 결국 침몰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감사원은 향후 조치와 관련, “안전관리·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한 해수부, 해운조합 등 관련자와 초동조치를 미숙하게 하고 정부불신을 야기한 해경, 안행부 등 관련자에 대해 그 책임을 철저히 규명, 엄중 문책함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안 여객선의 안전과 관련, “선박도입부터 출항 전 점검까지 전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개선책을 통보함으로써, 연안여객선의 안전수준을 높이고 국민들이 여객선을 안심하고 안전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