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17일 국회의사당서 열린 제헌절 경축행사, 세월호 유가족 반대로 중단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제헌절 경축행사가 열렸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반대로 중단됐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는 오후 4시 30분부터 ‘열린국회 비전 선포식’이 개최됐다. 국방부 의장대 공연을 비롯해 김민숙 명창과 홍익예술단의 명창공연, 부리푸리무용단의 ‘엄마의 바다’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국방부 의장대 공연이 끝나고 명창공연이 시작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잔디마당으로 나와 피켓을 들고 소리치며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행사장 옆에서 ‘누구를 위한 공연이냐’, ‘우리 아이들은 바다에서 죽어갔는데’, ‘공연 중단하고 세월호 특별법부터 제정하라’ 등 울부짖었다.

   
▲ 정의화 국회의장

결국 명창공연은 중단됐고 마이크를 잡은 정의화 국회의장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런 쌍소리를 의장한테 하는 법이 아니야”라며 “여러분은 이 의장의 배려에 대해 협조를 해주셔야 된다. 지금 이 행사는 중단하지만 여러분께서 가능한 한 질서를 지켜달라”고 말해 유가족들은 분노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최재규(53) 씨는 “지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논의해도 모자랄 판인데 공연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전했다.

   
 

국회 측은 이번 행사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에게 이번 공연은 창과 무용을 통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고 국민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유가족들에게는 행사와 관련해 아무런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추모관련 플래카드가 걸리지 않는 등 유가족을 위한 행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단원고 희생자의 한 아버지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공연이라고 하던데 그런 공지가 전혀 없었고 음악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공연 사실을) 알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희생자의 한 어머니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우리는) 4일 동안 얌전히 기다렸다. 아이들도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우리 자식들은 수학여행 간다고 며칠 전부터 춤연습을 하는 등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하며 울먹였다.

한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은 국회 본청 앞에서 4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명창공연이 중단되자 본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동 중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어떤 매체냐”며 “(기자) 신분증을 달라”고 말하면서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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