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왕봉 일출

지난 5월쯤 몇몇 지인들과 모처럼 2박 4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다녀왔다. 거의 2년 만에 가보는 곳이라 설레는 가슴으로 출발일이 기다려졌다. 출발하기 전 다시 한 번 준비물을 점검하며 배낭을 꼼꼼히 꾸렸다. 당일치기 근교산행이 아닌지라, 준비물이 빠져있어 낭패를 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지리산 새벽운무

오후 9시 25분 용산역을 출발해 종착역인 구례구역에 새벽 1시 43분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린 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승합차를 이용, 성삼재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주차장에는 우리 일행처럼 국립공원 입산시간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많이 있었다. 드디어 입산시간에 맞춰 노고단으로 이동하는데 아직도 주변이 깜깜하다. 주차장에서 40~50분정도 소요되는 노고단에 도착하니 여명이 조금씩 밝아온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벽소령으로 향한다.

▲ 지리산 계곡

여기서 잠깐 지리산에 대해 알아보자. 지리산은 1967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3개도(경상남도, 전라남북도)에 걸쳐 있으며 483Km²로 국립공원 중 가장 넓고 크다.  우리가 자주 가는 북한산국립공원이 약 80Km²이니 그 크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홈페이지는 설악산을 ‘절세가경(絶世佳景)’으로 묘사하고 지리산국립공원의 홈페이지에는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지리산을 소개하고 있다. 첩첩이 겹쳐진 아름다운 계곡과 신비한 동천을 예로부터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찾았고, 가난으로 헐벗고 배고픈 사람들은 한목숨 보전을 위해 지리산으로 깃들기도 했다. 그리고 종주길인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의 산길을 따라 늘어선 천오백 고지의 산들을 보노라면 웅(雄)하고 장(壯)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 장터목 가는 길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 노고운해(老姑雲海)/ 깊고 깊은 적막강산에 높이 뜬달 -벽소명월(碧宵明月) / 드넓은 평원을 수놓는 철쭉의 향연– 세석철쭉/ 운무 피어오른 높은 봉우리 신선이 사는 곳 -연하선경(煙霞仙景) /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장엄함 -천왕일출(天王日出)....이번 산행에서 부디 인연이 있어 지리십경(智異十景) 중 위의 다섯 절경과 정취를 맛볼 수 있기를 기원 한다”는 일행 중 형님 한분이 출발 전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촛대봉과 세석철쭉 이야기

임걸령과 노루목, 삼도봉(3개도가 만나는 지점), 토끼봉을 거쳐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대략 오후 2시경이다. 연하천 산장에서 가져간 라면과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30분가량의 휴식을 취한다. 오후3시경에 연하천을 출발해 형제봉을 거쳐 벽소령 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이다. 산장에 입실을 배정받고 짐을 푼 뒤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자정을 향해간다. 여러 사람이 쓰는 산장에서의 첫날밤은 자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6시에 기상해 간단한 세면과 식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칠선봉과 영신봉을 거치면 세석산장이 나오는데 대략 4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세석산장에서 중식을 하고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내일은 천왕봉 일출을 보아야하기에 식사와 담소는 짧게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선비샘의 유래

우리 일행은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짐을 챙긴 뒤 3시에 장터목산장을 출발했다.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다다르니 새벽5시이다. 천왕봉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기에 봉우리밑의 바위틈에서 웅크리고 일출을 기다려 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이 온통 잿빛이라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며칠을 서울에서 달려온 보람이 있었는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황색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일출 후 간단히 아침을 먹고 중산리로 하산했다.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가파르지만 거리가 짧은 구간이라 등산객이 자주 애용하는 하산코스이기도 하다. 중산리에서 원지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오후 5시 30분에 도착했다. 일행과 가벼운 생맥주 한잔을 하면서 2박 4일간의 산행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내년에도 또다시 지리산에서 좋은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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