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고(故)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 "삼성, 교섭을 면죄부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뿐"

 ▲고(故) 황민웅씨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지난 23일 오후 5시 삼성본관 정문 앞에서 고(故) 황민웅씨의 9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벌써 9주기를 맞은 고(故) 황민웅씨는 지난 1997년 7월에 설비엔지니어로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현재 홀로 남편의 죽음 앞에 맞서 싸우고 있는 아내 정애정씨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지난 2004년 10월 27일 백혈병 진단을 받고 다음해 7월 23일 결국 사망했다.  

고(故) 황민웅씨가 세상을 떠나고 9년 동안 계속돼왔던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들의 처절했던 사투 끝에 지난 5월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반도체 백혈병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삼성 측과 백혈병 피해자들은 교섭을 진행했지만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추모식은 권 부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열린 것이었는데 사과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유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고(故) 황민웅씨 부인 정애정씨를 비롯해 고(故)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씨, 고(故) 이윤정씨 남편 정희수씨,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 삼성SDI 백혈병 피해자 고(故) 박진혁씨 아버지 박형집씨 등 다른 백혈병 피해자 가족들을 포함한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정애정씨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자리를 지켰다.

 
고(故) 황민웅씨 아내 정애정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9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울부짖었다.

정애정씨는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권오현 대표이사가 사과를 했는데 더 이상 무슨 사과를 하냐고 말한다. 우리가 삼성 앞에서 이런 자리를 가지면 삼성 경비들은 우리 대표가 사과했는데 왜 아직까지 이러냐고 욕을 한다. 하지만 (사과 이후) 달라진 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람들은 삼성 측과 교섭을 시작한 것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교섭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시작일 뿐이다. 피해자 가족들끼리 힘을 모아 삼성에 잡혀 먹히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故) 황민웅씨 아내 정애정씨
정애정씨는 “지금 삼성의 행동을 보면 협상은 단순히 면죄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된다. 나는 삼성이 ‘네 남편의 목숨 값으로 얼마를 원하느냐’고 말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이어 “애기아빠 기일이 장마철이여서 추모제를 잘할 수 있을까 매번 조마조마한데 추모제가 시작하기 전에 비가 그쳐줬다. 아무래도 먼저 떠난 피해 노동자들이 도와주는 것 같고 애기아빠가 하늘에서 우리를 지지해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부끄럽지 않게 삼성과 싸워가는 것으로 지금 이 감사함을 대신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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