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구월산의 금괴 50조원

   
 

함박눈이 내리면 선문의 후배 성종은 누군가가 그립다.
마르지 않고 샘솟는 애정 덩어리 어머니의 눈물은 생명의 바다, 추운 겨울에도 그 눈물은 따뜻했다. 자식을 사랑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눈처럼 하얗게 티 하나 묻어 있지 않은 어머니가 입던 모시옷, 자식을 감싸주는 품안은 바다처럼 넓다. 하나님께 죄 아뢰기 전 고해성사를 미리 알아채던 어머니, 그 어머니 눈물이 되어 흐를 것만 같은 하얀 눈이 흰나비처럼 내리는 날이다.
성종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시골에 있는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눈이 많이 내려 출근길이 힘들 것 같아요.”
아내가 외투를 챙겨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오겠으니 염려 말아요.”
아름다운 만남은 찰나로 시작해서 영원으로 이어진다. 이 세상에는 강한 것이 열 가지가 있다. 돌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돌은 쇠를 당할 수가 없으며, 쇠는 불에 녹아버리며 불은 물을 이길 수 없다. 물은 구름에 흡수되고 구름은 바람에 의해 날려가고 흩어진다. 바람은 결코 사람을 날려 보낼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은 불안과 공포로 두려워하여 술로 떨쳐 내보지만 잠을 자고나면 깨버리고, 수면은 죽음만큼 강하지 못하다. 그런데 그 죽음을 이기고 일어서는 것이 있으니 곧 인간의 애정으로, 죽음도 애정에는 승리하지 못한다.

포근한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 출근길이다.
성종이 처음 그 노인을 보았을 때 그는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단순한 호의라 할 수 있는 비둘기 모이 주는 자선 행위는 어디서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이나 군산의 월명 공원, 제주도의 신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의 이름난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은 서울의 관악산 부근에 50센티미터의 기록적인 눈이 쌓였을 만큼 강한 눈보라가 한창일 때 국사봉 산자락에서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길이 미끄러운 탓에 차바퀴가 눈에 미끄러져 운전하기 어려웠다. 성종은 집에서 약 십이 킬로미터 떨어진 사무실 주차장으로 통하는 좁은 길을 간신히 올라가다가 그곳에서 그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는 거센 눈발 속에서 갈색 종이봉지 속의 곡물 씨앗으로 된 모이를 꺼내어 새들에게 던져 주고 있었다. 거의 무릎 아래까지 덮는 외투자락 주위를 빙빙 돌며 법석을 떠는 산새들 무리 속으로 조심스럽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성종은 턱을 핸들에 고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앞창 클리너 사이로 그를 보고 있다가 이내 차 문을 열고 눈보라 속으로 걸어 나갔다.
눈은 노인의 긴 머리카락을 온통 하얗게 덮었고 턱수염에도 눈이 달라붙고 있었다. 검은 눈은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의 거무스름한 얼굴을 더욱 뚜렷이 보이게 했다. 그의 목에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가죽 끈에 매달린 채 걸려 있어서 그가 산새들에게 작은 모이조각을 던져 줄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왼쪽 손목에는 빨래줄 한 가닥이 감겨져 있었고, 그 한쪽 끝은 늙은 삽살개의 목에 매여 있었다. 그 노인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산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성종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할 생각부터가 잘못된 일이었다. 그건 누가 생각해도 무리였던 것이다. 성종은 지난 3주 동안 대성기계 코팅 주식회사 사업 판매촉진을 위한 국내 여행을 했었다. 신문기자와 여러 차례의 회견을 가지면서 끈기야말로 성공의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틈이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던 성종 이였기에 아무리 자연의 분노가 무섭다 해도 물러설 수는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주차장이 50센티미터 이상 쌓인 눈 속 깊이 묻혀버렸다. 이곳은 마치 제주도 성산포 해안의 흰 모래사장을 연상케 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이곳 주민들이 주차했다가 떠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동차들이 눈 속에 묻혀 버린 것을 보고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 버렸거나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근한 모양이다.

노인은 산새에게 먹이를 주며 성종이 오는 것을 쳐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다. 개가 몇 번 짖었으나 노인이 무슨 말인가 하자 금방 조용해졌다.
성종은 노인을 향해 머리를 공손하게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춥지 않습니까?”
그의 말은 소음에 흡수되고 눈발에 둔화되어 이상스럽게 들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마치 건물에 부딪쳤다가 다시 되돌아 왔을 때의 메아리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이 아름다운 날에 당신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라오!”
성종은 그의 말에 답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노인은 성종의 차가 갈 수 있도록 길 위의 눈을 치워주었다.

성종은 종종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걸까? 일단 우두머리가 되면 좀 삶이 쉬워질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사직을 하지 않고 있지? 그의 대학 동창 최현미의 책 인세보다 받는 월급은 4배를 초과하고 있지 않는가? 회사가 성공한 지금 와서 성종은 무엇을 더 얻으려고 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아직도 가슴 속에 야망을 껴안고 고통스러워하며 사는 것일까?’

그것은 아내이자 동지인 임선숙에 대한 사랑과 의무 때문일 것이다. 성종의 회사 문화경영연구소는 임선숙이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선숙은 많은 상속을 아버지 살아생전 받았다. 그녀는 사업에는 도통 흥미가 없어, 공학 박사인 성종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다. 사업방향은 대성 코팅회사를 통해 문화마케팅사업을 하기로 정하고 그 방면의 사업이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이를 지원하는 연구소 운영을 해왔다.

성종은 안경을 서류가방에 넣고 외투를 들고 불을 끈 뒤 사무실 문을 잠갔다. 길모퉁이에 줄지어 서있는 가로등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육교 밑을 지나 영광사진관을 돌아 주차장 입구로 들어섰다. 공용주차장은 거의 주민들의 차로 채워져 있었으며 어둠이 깔린 주차장을 반쯤 횡단해 갔을 무렵에 첫눈 오던 날 만났던 노인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의 기다란 외투가 트럭이 주차해 있는 뒤편에서 걸어왔다. 캄캄하기는 했지만 성종은 노인을 알아보았다. 반가움에 몸을 돌려 그에게 다가갔다.

“좋은 날입니다. 당신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그는 영혼을 울리는 듯한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눈 오는 날 도움만 받고 감사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수롭지 않는 일인 걸요. 우리는 모두 서로 돕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거죠.”
성종의 바지자락에 코를 들이대는 삽살개의 등을 쓰다듬은 후 노인은 성종에게 악수를 청했다.
“성종이라고 합니다. 김성종.”
“당신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종씨, 내 이름은 루카 강봉천입니다. 그리고 네발 달린 내 친구는 샘물이라고 하죠. 루카는 가톨릭 본명입니다.”
노인은 커다란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샘물?”
“그렇습니다. 이 개는 얼마나 잠꾸러기인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자고 있을 때가 많아요. 성종씨, 미안하지만 당신의 이름이 퍽 이상 하군요. 성종·····, 한자로 어떻게 쓰죠?”
“成宗, 聖鐘, 成鐘, 어느 것이나 쓰라며 여스님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큰 인물이 되라는 뜻이군요. 큰 집안, 성스러운 종, 종을 만드는 사람”
“그래서 한글 성종을 씁니다. 원래 호적 이름은 종성이에요. 종성(宗成) 이것도 두 가지 뜻이 있어요,”
“서로 만나라는 뜻인가요? 높이 올라가라는 뜻인가요?”
“호적에는 종성이니 조상이 바라던 것은 집안의 종가여서 높이 되라는 뜻이지요.
“희귀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종이란 이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름하나에도 의미가 많다는 말이 있지요.”
“지금은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시나요?”
“비행기, 군함, 장갑차를 안전하고 오래 이용하도록 코팅을 하는 사업입니다. 항공기 부품을 주로 생산 판매 하고 있습니다.”
“혹시 회사가 ‘대성 코팅회사’ 아닌가요?”
“예,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무공해 사업이 현대 사회에 감동적이군요.”
“노력합니다.”
“성종 씨, 고려 목종, 현종 때 거란이 강동6주의 반환을 요구하며 거란의 장군 소배압이 지휘하는 10만 대군을 탁월한 전술과 용기로써 일거에 참패시켰던 강감찬 장군을 아시나요?”
“예, 그분의 일대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사철로 피는 꽃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에 의미가 있듯이 지식이 녹아 있으니 그분의 글은 知, 情. 意 가 조화롭더군요.”
“저의 선대 조상이지요”
“장군이 태어날 때 큰 별이 떨어졌다는 낙성대에 강감찬을 기리는 동상이 있지요. 저도 그 근방에 삽니다.”
“장군은 조정에서 물러나 정계를 은퇴한 이후에는 성남의 별장에 들어가 학(鶴)을 벗 삼아 독서와 저술로써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면서도 잠시도 국사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예, 강감찬 장군은 경도(京都)의 방비가 소홀한 것을 걱정하여 나성(羅城)을 쌓게 한 것도 그분이였지요?”
“그렇습니다. 강감찬 장군은 만년의 저술로 나라를 걱정하는 낙도교거집(樂道郊居集)을 냈으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저도 글을 쓰지만, 우리 후손의 잘못이지요.”
“우리는 강감찬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어떤 위대한 인간의 역량이 국가나 민족의 역사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더 이 문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군요?”
“역사는 진실만이 중요하지요.”
“지금까지 강봉천 씨의 이름으로 책이 몇 권 출판되었나요?”
“아홉 권이지요. 잘 팔리지 않는 책이 더 많지요.”
“놀라운 일이군요. 이런 곳에서 작가를 만날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런 지저분하고 빈 술병이 어지럽게 굴러다니는 곳에서…….”
“성종씨, 오히려 이런 곳이 많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요? 인생의 진실함을 엿볼 수도 있고, 무언가 값어치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감스럽긴 하지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역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고작 시간만 흘려보낼 뿐 심오함이나 인생의 교훈은 심어주지 못하고 단지 나 자신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죠.”
노인은 다가와서 성종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피곤해 보이는군요.”
“예, 피곤합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또 긴 일주일이었지요.”
“집이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까?”
“사무실에서 약 십이 키로 됩니다.”
“시골길로는 삼십 리 길이군요.”

강봉천은 돌아서서 긴 팔로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오층 짜리 푸른색 아파트 건물을 가리켰다.
“나는 저기서 살고 있습니다. 2층이지요. 집으로 가시기 전에 저의 집에 가셔서 솔잎주라도 한잔 드십시다. 피로가 풀리지 않을까요?”
성종은 거절하려고 하였지만 언젠가 눈이 오던 날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에 따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먼지가 쌓인 통로로 해서 노란 플라스틱 명패가 붙은 황동제 우편함을 지나 낡아서 움푹움푹 패인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갔다.
201호라는 붉은색 번호가 얼룩진 문 위에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성종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고 전기 스위치를 켜며 말했다.
“사는 것이 이렇습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모시고 와서 죄송합니다. 샘물과 단 둘이 살고 있고 또 집안 정리를 잘하는 편도 아니라 엉망이거든요”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거실 구석구석은 깨끗할 뿐만 아니라 천장에 거미줄 하나 없었다. 성종은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책들이 키 큰 주인보다 높은 책장에 가득히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게 잡아도 만권은 넘을 것 같았다. 성종은 깜짝 놀라 강봉천을 바라보았다.

“늙은이가 읽고 생각하는 일 빼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 편히 앉으십시오. 솔잎주를 한잔 따라 드릴 테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강봉천은 주방으로 가서 솔잎주가 담긴 술잔 두개를 들고 왔다. 성종은 잔을 받아서 가볍게 봉천의 잔에 살며시 갖다 댔다. 두개의 유리잔이 맞닿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울렸다. 봉천이 먼저 말했다.
“영원함을 위하여!”
“아멘”
“나의 장서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많은 책들에 놀랐습니다. 제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군요!”
“그저 관심뿐입니다.”
“큰 사업가로 책에 대해 성종씨처럼 관심이 있는 분은 드물지요. 앞으로 훌륭한 사업가로 성공하실 것입니다. 이건 대부분 헌 책방에 드나들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사 모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 모두가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기는 하지요. 또 그런 이유로 굳이 생각해본다면 한 권 한 권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는 합니다.”
“그 나름의 의미라면 무슨 말인가요 ?”
“예, 이 책들은 제 나름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적이 무엇인가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는 책들을 일컬어 하나님의 손길이라 부릅니다.”
“하나님의 손길이라니요? 강봉천 선생님, 혹시 S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신 강봉천 교수님이 맞지요?”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나를 잊었지만 나는 세상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책들이 작곡가나 예술가, 또는 작가나 희곡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그 작품의 저자나 제작자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잠시 고용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강선생님, 저도 S 대학교 석사출신입니다. 작가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이로군요?”
“나는 한때 자연 속에 살면서 신선(神仙) 사상에 도취했었지요. 그러다가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성종은 루카 봉천의 말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2주일 전에 인기 있는 뉴스타임 기업 잡지에 김홍준 주간이 자신의 사업평을 하며 애독자들에게 하나님의 손길이란 말을 사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성종은 솔잎주를 홀짝이며 실로 몇 개월 만에 마음의 평온을 찾은 것 같았다. 웬만큼 긴장이 풀린 그는 의자 옆에 있는 식탁위에 잔을 놓고 작은 황동으로 테두리 장식이 된 액자에 끼워진 두 개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하나는 분홍빛 피부를 간직한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며 또 하나는 학생복을 입은 미소년이었다.

“내 아내와 아들입니다.”
성종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천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낮아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거실을 떠돌아 날아오는 것 같았다.
성종은 눈을 감고 나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봉천의 다음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때 내 나이…….”

성종이 눈을 떴을 때 봉천은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움켜쥔 채 이마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는 순간적이지만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슬픔을 보인 것이 민망스럽다는 듯, 일어서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성종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루카 봉천 선생님,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노인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다시 미소를 보이며 두 손을 허공에다 한 번 휘저었다.
“저는 고물주이입니다.”
“네?”
루카는 그의 손을 성종의 어깨위에 올려놓고 지긋이 눌렸다.
“성종씨, 고물주이란 밥벌이를 하기 위하여 길거리나 쓰레기 더미에서 넝마나 그 밖의 폐품들을 수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종류의 고물주이는 아닙니다. 낡은 신문지나 빈 맥주 깡통보다는 더 값나가는 것을 찾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또는 그들 자신에 의해 버려진 사람, 또는 훌륭한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자존심과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하려는 욕망을 잃어버린 그런 폐품인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여, 새로운 희망의 신념과 방향을 주입시켜 지금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모든 지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책들로부터 얻어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게 바로 내 직업인 셈이죠.”
강봉천이 말하고 성종은 주로 듣기만 했다. 솔잎주로 취해감에 따라, 봄비에 대지가 젖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강 선생님의 호의와 솔잎주에 감사드립니다.”
성종은 그와 악수를 한 후 통로로 걸어 나왔다.
“성종씨, 나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당신이 읽을 책을 보내 주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저서 중 영성이 깃든 친필 사인 책을 갖고 싶습니다.”
“성종 사장님, 기쁘게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루카 강봉천 선생님, 고기잡이 베드로가 사람을 낚아오면 의사인 루카가 영혼을 치료해 주셨지요.”
“루카에 대해 알고 있군요. 예수님 제자 중 가장 훌륭한 문필가지요. 또 당대의 위대한 의사였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말했지요.”
“무슨 말이 있나요?”
“루카야,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는 너무 많다, 그러니 너는 내게로 와서 영혼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라.”
“함축적이고 다의적이며 시적인 말 같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주차장 안에 차를 세우고 막 차에서 내리면서 성종은 경기장 안내 방송보다 더 나지막한 소리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성종은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목소리가 또 들려 왔다.

“성종씨, 여기 위에 있어요.”
그곳에는 루카 강봉천이 그의 이층 아파트 방 창가의 화분들 위로 몸을 내민 채 조그만 푸른색 물뿌리개를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성종씨, 책 말입니다. 약속한 나의 책을 잊지 마세요.”
성종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방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했다.
“내일 저녁에······ 퇴근 시간 후에 어때요?”
성종은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미소 지으며 소리쳤다.
“당신을 위해 솔잎주를 준비하겠습니다.”
성종은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차 문을 닫고 사무실로 향했다.

‘루카 강봉천씨, 당신은 누구인가?’
‘루카 강봉천씨, 당신은 무엇인가?’
‘루카 강봉천씨, 당신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무실로 가는 동안 성종의 뇌리에는 세 가지의 의문이 맴돌았다. 그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그 자신을 괴롭혀 왔다. 알 수 없는 루카의 그 무엇이 성종을 매혹시켰으며 그 방면에 성종을 겁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강봉천의 외모와 행동을 미루어 보면 성종이 상상해 왔던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나 다른 신비한 인물과도 같은 것 같았다. 그에 관한 생각은 책이나 사업에 대한 검토를 할 때라든지 회의 도중 아주 긴박한 시간에 떠오르곤 하였다. 그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아무리 업무에 집중하려해도 순간적으로 성종의 생각은 흐트러지고 말았다. 얼굴뿐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와 그의 행동 등을 떠 올려도 그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는 어디서 왔는가?
시대에 뒤 떨어진 이 예언자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오늘 저녁에는 반드시 여기에 대한 답을 얻으리라.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오늘이 아니면 너무 늦다. 업무가 거의 종료 되었을 때 성종은 비서 혜리 씨에게 강봉천 선생의 책 한권을 받아야 하니 답례로 선문 선배가 쓴 소설 찔레꽃 한권과, 고객에게 줄 회사 선물을 가져오도록 일렀다.

“다른 부탁은 없습니까?”
그녀는 선물을 가져다주면서 성종에게 물었다.
“됐어 혜리씨, 수고 했어요.”
“그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나오실 때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잊지 말고 꺼 주세요.”
“알았어, 잊지 않을 테니.”
“사장님께서는 지난번 밤늦게까지 일하실 때도 그렇게 말씀 하셨는데 음식을 태워 버렸잖아요?”
혜리가 나간 후 ‘소문 없는 베스트셀러’라는 독서신문의 평을 읽었다. 강봉천 선생이 쓴 그 책은 4년 동안 주요 도시에서 어떤 책보다도 판매 부수가 월등히 높았다. 또한 몇몇 출판업자들이 보급판을 만들기 위해 저자와 판권 계약 문제로 흥정을 하려한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강봉천 선생이 갑자기 돈과 명예를 얻게 된다면?
현 생활에 변동이 생겨 행여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닐까?
결과를 알기 전에 누군들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성종은 마음속에 생겨나는 만약에······, 라는 생각들을 억제하면서 루카 강봉천에게 줄 책을 펼쳤다.
성자와도 같은 이 사람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까. 적당한 말이 있어야 할 텐데…… 칼린 지부란, 플타크, 풀라톤, 세네카, 도산 안창호, 이순신,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인물의 전문가인 그가 선물을 받고 나서 어떻게 생각할까? 그건 성종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하나님이 보낸 최고의 고물주이 루카 강봉천 선생께 사랑을 담아······.’

성종은 먼저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내렸다. 이어 방범 경보기의 작동장치를 올리고 불을 끈 후 문을 닫고 어두운 주차장을 지나 루카 강봉천의 아파트로 걸어갔다.
우편함 속에 노란 페인트로 201 이라고 크게 쓴 것을 보고 벨을 두 번 누른 후 층계를 올라갔다.
봉천은 복도에서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으셨군요!”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까도 상기시켜 주셨는데요.”
“아, 그랬지요. 나이가 들다보면 건망증이 있는 법이죠. 하하, 성종씨, 어서 들어오십시오.”

아파트 거실에서 그들은 선물을 교환했다. 성종은 그에게 선문선배의 소설 찔레꽃 한권과 회사선물을 주었고, 강봉천이 쓴 책 한권을 받았다.
성종은 책의 제목을 읽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꿈을 품어야 꿈을 이룬다. 무척 재미있군요. 저자가 누구인지 한번 알아 맞춰볼까요?”
“성종씨,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내가 썼는데, 가명입니다.”

봉천은 성종이 선물로 준 선문이 지은 찔레꽃 소설 페이지를 넘겼다. 그 순간 그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감격에 찬 눈물인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과찬을 해주셨습니까? 고물주이, 맞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낸 최고라니요?”

성종은 그의 많은 책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처음 제가 이곳에 왔을 때 강 선생님은 신의 손길에 의해 쓰여진 책이란 이론에 관하여 설명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어떤 책이 하나님의 손길에 의해 인도된 작가가 쓴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틀림없이 하나님의 특별한 친구일 거라고 말입니다.”

봉천은 성종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성종이 시선을 피할 때까지 뚫어져라 바라보는 바람에 왠지 마음이 불안하기까지 했다. 성종은 그런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선생님 책을 읽은 후 과연 이 책이 여기에 있는 다른 책들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 정말 하나님의 손길의 인도를 받아 쓴 것인지 판정하기를 원하나요?”

“성종씨, 저는 그렇게 원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잠재의식 속에서 그걸 원하는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히 내가 아는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영감일 수도 있고 예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일찍이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왠지 내 마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계신 듯합니다.”

봉천은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의자에 댄 채 눈을 감았다.

“예감이란, 무엇인가 일어날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경고입니다. 강선생님은 저와 함께 있거나, 혹은 저를 생각할 때, 그런 감정이 일어납니까?”

“성종씨, 솔직히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술은 하나님이 창조했습니다. 천지창조 그림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말씀이 곧 시이고, 동물들의 움직임의 소리가 음악이고, 우주를 창조한 후 보시기에 좋은 것이 그림이지요. 우리작가들은 다만 찾아내 발견할 뿐인 것 같습니다.”

성종은 솔잎 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요즘은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에 비유하고 있는데, 그것도 세네카나 그 밖의 사람들이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컴퓨터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행복> 이것은 행복한 자료를 넣으면 복이 나온다는 뜻이지요. 만약 당신이 좋은 계획과 정확한 사상과 이념을 자신에게 주입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강 선생님, 결국 생각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의 답변을 들은 성종은 이것이 그를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졌다.
“이제 선생님 자신에 관해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탁자 위에 말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을 무릎위에 포개 놓은 채 그 손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보니 우리의 관계를 위해 사실대로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 나이 88세로 보다시피 아직은 건강한 축에 듭니다.”
“루카 선생님, 언제 우리나라에 오셨나요?”
”이 나라에 산 지는 1948년 이후부터이지요.”
“그럼 여기로는 광복 직후에 오셨군요?”
“그렇습니다.”
“전쟁 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노인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내말을 믿으려면 우선 내게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무역회사를 경영했습니다.”
“루카씨, 회사는 지사를 가지고 있었습니까?”
“열개나 있었지요. 예루살렘, 바그다드, 카이로, 베이루트, 홍콩, 미국, 한국······.”
“열 개나요?”
“예, 분명 열개죠”
“어떤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셨나요?
“상품 대부분이 어느 정도 희귀하고 값진 것들이었습니다. 가공된 양모와 아마포, 정교한 도자기, 값진 보석, 고급 양탄자, 방향수지, 가죽제품······.”
“왜? 군수물자는 취급하지 안했나요? 그 당시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터인데요.”
“일본에 지사를 두지 안은 이유와 연관이 있었지요. 당시 일본은 전쟁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고 아버지가 도자기 사업을 크게 했어요. 조부는 이북에서 만석지기 갑부였으며 황해도 구월산에 가묘가 있는데, 그 안에 731부대에서 병원 운영비로 사용하고 남은 현시가 50조원 대의 금괴가 숨겨 있다고 부친한테 들었습니다. 구월산의 최고봉인 사황봉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안악, 신천, 재령 등의 평야지대와 평안남도 남포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단군이 도읍을 옮긴 후 은퇴한 아사달 산이 바로 이 산이라는 설도 있다 구월산이라는 이름은 단군이 아사달에서 9월 9일에 승천하여 신이 되었으므로 구월산이라고 일컫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구월산에는 단군이 머물렀다는 장당경, 환인ㆍ환웅ㆍ단군을 모시는 삼성사, 단군이 올라가 나라의 지리를 살폈다는 단군대, 활 쏘는 데 사용했다는 사궁석 등이 있다. 이 산에는 고려 때 쌓은 구월산성이 있는데, 1920년 황해도 지방에서 활동했던 항일 독립운동 단체인 구월산대가 군자금 모금 활동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고, 한국전쟁 때 반공 의용군이 이곳을 본거지로 삼아 북한 공산군에 대항하여 유격전을 벌인 전적지도 있다.

“731 부대에 대해 말해 주실 수 있나요?”
“731 부대는 일본제국 육군 관동군 소속의 비밀 생물학 무기 연구 및 개발 기관으로, 중국 헤이룽 강성(黑龍江省) 하얼빈에 있던 부대인데 일천 구백 삽십 이년에 설립하였고 초기에는 관동군 방역급수부로 불리다가 향후에는 731부대로 개명하였습니다. 중일 전쟁을 거쳐 일천 구백 사십 오년까지 생물·화학 무기의 개발 및 치명적인 생체 실험을 행하였지요.”
“첫 부임자였던 의사 이시이 시로(石井四郞)의 이름을 따라, 이시이 부대(石井部隊)라고도 불렸다지요?”
“예, 731부대는 또한 히로히토의 칙령으로 설립한 유일한 부대이며, 히로히토의 막내 동생이 그 부대의 장교로 복무하였습니다. 이 부대는 일본의 정치적 선전, 일본 군대의 사상적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며, 처음에는 공산주의 정치 선동에 대항해 일했으나 나중에 그 영역이 확대되었고, 화학·세균전 준비를 위한 연구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위한 것 이었습니다. 민간인과 군인 모두 1만 명의 중국인과 조선인, 몽골인, 러시아인이 731부대의 실험 대상이었습니다. 일부 미국인과 유럽인 등 연합군 전쟁 포로가 이 부대의 손에 죽었습니다. 게다가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에 의해 연구된 생물학 무기의 사용으로 수만 명의 중국인이 죽었습니다.”
“강 선생님, 그 후에 731부대는 어떻게 되었지요?”
“731 부대장 중장 이시이 시로 731부대와 관련된 많은 과학자가 나중에 일본에서 정치, 학계, 사업, 의학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부는 소련군에 체포되어 하바로프스크 전범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미국에 항복한 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사면 받았지요. 그들이 행한 잔인한 행위 때문에 731부대의 활동은 국제연합에 의해 전쟁범죄로 선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조부님이 그런 악독한 731부대와 관계가 있는가요?”
“악독한 그들도 밥은 먹어야 함으로 황해도 평야에서 나는 곡물로 살아갔지요. 그 때 황해도 지역의 최고 농지를 가지신 조부에게 군용 식량을 가져가면서 조부가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로는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그들 중 젊은 장교들이 조부를 존경하여 많은 혜택을 주고 바로 가묘를 만들어 그 속에 금괴 50조 원대를 숨기게 되었으며, 그들이 전범으로 체포되어 가고 그 사건이 비밀로 남게 되었습니다.”

“강봉천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야 하겠군요.”
“금괴보다도 고향 산천이 보고 싶고 이북의 친구들 친척이 그립습니다. 성종 사장님은 국제적 사업가이시니 남북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도록 노력해 주시오.”

“루카 선생님,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납니다. 여름밤에는 수백년 된 팽나무에서 부엉이가 유난히 울었어요. 부엉이는 어떤 새인가요?”
“다른 야행성 조류와 마찬가지로 깃털이 부드러워 날아다닐 때 거의 날개소리가 나지 않지요. 부엉이의 분포 지역은 대단히 넓어서 남극·그린란드를 제외한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살아요. 먹이를 닥치는 대로 물어다가 쌓아 두는 습성이 있어 재물을 상징하기도 하였어요.”
“새끼는 산토끼· 꿩· 집쥐· 개구리· 뱀 등으로 키우며, 야행성 조류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지요?”
“어리석어 이해타산이 분명하지 못한 셈을 부엉이셈이라 하지요. 부엉이는 오염된 먹이로 인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번식지를 비롯한 월동지와 서식지의 파괴, 인간에 의한 마구잡이 등의 원인으로 나날이 그 수가 감소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새로서 한국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지요.”

“부엉이 우는 소리를 백성의 소리로 알았다고 하던데요?”
“조선 인조 때 문신인 현곡 '정백창'이 연안 원님이었을 때, 한 가난한 백성이 관조를 많이 빌어먹었는데, 가을이 되어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자, 몹시 고민스러워 한 노인에게 계책을 물으니, 노인이 말했다네. 우리 읍에서는 부엉이가 관아 뒤뜰에서 울면 원님이 반드시 갈렸지. 밤중에 도롱이를 쓰고 관아 뒤뜰에 있는 팽나무 위로 올라가 부엉이 소리를 지어내면 원님은 그 소리를 듣고 틀림없이 불길하다고 여기고는 관직을 버리고 돌아갈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빚 독촉을 면할 수 있을 거네. 백성은 '옳다 꾸나'고 곧바로 관아 뒤뜰에 있는 나무위로 올라가 '부엉 부엉'소리를 몇 차례 내니, 그 소리를 들은 현곡은 부엉이가 아니라 사람인 줄 알면서도 짐짓 큰 목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말했어."불길한 징조로다. 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관직을 버리고 돌아가야겠구나!. 원님을 속인 것에 신이 난 백성은 그 다음날도 또 나무에 올라가서 부엉이 소리를 내고 있을 때지. 현곡이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끼운 채 나무 아래로 가까이 가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부엉씨, 부엉씨!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내려오시오, 빨리 내려 와!" 백성은 할 수 없이 나무 아래로 내려 와 땅에 엎드렸지. 현곡이 말했다네."이 부엉이는 참으로 시도 때도 없이 잘 우는 놈일세. 그러더니 백성으로 하여금 종일토록 꿇어앉아 '부엉'소리를 내도록 하니, 관아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네.”

“관조는 관에서 양곡을 방출하여 춘궁기 때 빌려주는 것으로 백성이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며 빚 갚을 생각을 안 했군요?”
“우리조상들은 관리가 백성을 사랑했는데 내 고향 북한은 젊은 김정은 이가 왕서방이 되더니, 스키장을 짓고, 손에는 스위스의 라도 시계를 차고, 재난이 올 거야.”

“루카 선생님, 북한 김정은에게 편지 하나 써주세요.”
“뭐하려나?”
“밤마다 미인에 양주로 파티를 연다고 하니 소리 소문 없이 부엉이를 보내려고 해요.”
“밤에 활동하는 모습은 같지만 ……, 부엉이는 먹고 사는 일인데. 그래 부엉이 울음소리를 전하기로 하지.”

-부엉이 울음소리
모두가 자고 있을 어둑 캄캄한 밤 식량 걱정에 부엉 산에 땔감 없다고 부엉
강산 구경 식후경인데 물 걱정 부엉 생색내는 게 큰 취미인 북괴 김정은
북한 아이들 배고픈 북한 인민들 허기에 먹을 물이나 제대로 마시게
북한 곳곳이 극심한 가뭄으로 논, 밭 갈퀴로 긁게 생겼다는데 먹지도 못한
어른, 아이들 구경만 진탕 시키면 허기진 그 배들은 어찌할꼬?
혼자서 홀로 밤하늘을 날아다닌 부엉이 공원 과일들 산 까치나 쪼아 먹나
북괴 괴뢰 김정은이 주먹 통치 권력위엄 세계로 손 뻗치는 구걸 북괴 식량난!

생색내는 큰 취미에 인민은 영양실조 매 마른 눈물마저 가뭄인 가짜 왕서 방! 눈 속에는 커다란 손전등 두개를 달고 천수답도 물을 올릴 수만 있는 곳이면 양수기라도 마을에 공급해주면 하오 검게 타들어가는 논밭 중동사막에 도 대수로 물 통로 공사를 했다는 한국 !그 기술 적극 할용 해 보면 어떨까
달빛과 별빛에 비치는 눈에서 빛나는 부엉이 홀로 밤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러면 저는 부엉이가 머물 팽나무를 심어야 하겠어요.”
성종의 선배 고향시골 마을에는 지방 보호수로 되어 있는 수백 년 묵은 팽나무가 있다.
“ 제가 아는 선배님이 써준 글입니다.”

-팽나무
홀로 서있는 천하 장승 단숨에 들이키는 통 막걸리 늦봄에 연한 황색 꽃을 피우며 파릇파릇 팥알만 한 열매 단단한 핵 주위에 파란 육질 배고픈 옛 시골마을 간식거리 혀끝에서 달콤하게 익히면서 메케한 모깃불 타는 마당가 목이 잠긴 찹쌀 강아지 두견주 한잔에 부엉이 울음소리 팽총에서 날아간 팽-열매처럼 떠나버린 적막한 팽나무의 꿈 상쇠 징 소리 울리던 마을 복판 동네길 훤히 모닥불 피어올라 어지럽게 흔들어 돌던 상모고깔 우리를 지켜주던 업구렁이 무너진 집터 횅하니 뚫린 고샅길 수 백 년을 지키는 팽나무 바닷가 소금 바람이 부는데도 올곧게 고운 살결로 살아가네.
“성종씨, 그 선배는 팽나무를 잘 알고 있네요. 앞으로 한국이 고조선시대나 고구려 때처럼 일본과 중국을 능가하려면 나무나 새에게서 많이 배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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