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 외 4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새누리당 의원들과 그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유족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느냐. 나라를 믿고 기다려라.”

“그래도 계속 하네? 혹시 다른 생각 있는 거 아니냐?”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이 사고 수습하는데 온 나라의 힘을 다 쓸 수는 없지 않느냐.”

좋은 소리도 두 번 세 번 하면 듣기 싫다. 하물며 사람이 죽은 일을 100일 이상 꾸준히 말하고 있으니 이젠 진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사람이 죽으면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도 동시에 시작된다. 언제까지 세월호 참사를 입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저 말이 맞다. 수긍이 간다. 유족들도 살아야 할 사람이니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소모적 정쟁을 그만두고 가장 중요한 ‘민생’을 챙기는 데 애써야 한다. 평일에 주말까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겠다. 더구나 직접적인 잘못도 없는 대통령을 계속해서 비판하면 ‘반정부 투쟁’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좋다. 일상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다만 그 전에 내가 돌아갈 일상의 모습을 살펴야겠다.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것만 알려 달라. 보상ㆍ특례입학ㆍ의사자 지정 따위는 애당초 말한 적도 없다’며 영양보충을 해도 시원찮을 이 더운 날에 단식을 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런 부모들에게 도리어 호통을 친다. 그 사이 대통령은 피서를 갔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물고문ㆍ성추행ㆍ집단구타를 당해 처참하게 죽었는데 이런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고’를 받는 국방부 장관이 있다. 군대 내 가혹행위는 한 달에 4천 건이나 벌어졌다고 한다. 순직한 소방관의 영결식장에서 V자를 그리고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 북한과 심리전을 펼쳐야 할 국군 사이버 사령부가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쳐 왔음이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목에 쇠사슬을 건 채 알몸으로 내 땅을 지키겠다고 외치는 밀양의 할머니를 개를 잡듯 끌어내고는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경찰이 있다. 수명이 다해 언제 멈춰버릴지 모르는 고리 원전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잘 돌아가고 있다. 동급생에게 매춘을 강요해서 화대를 챙긴 것으로도 모자라 몸에 끓는 물을 붓고, 때려 죽여 놓고는 시신까지 훼손한 괴물들이 있다. 국민의 생명줄인 강에 녹조가 생겨도 ‘수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우기는 전문가들이 있다. ‘정치는 정치가한테 맡기고 우리는 가만히 있자’고 타이르는 점잖고 착한 국민들이 있다. 이런 게 우리 일상의 참 모습이다.

그래,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주마. 그런데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일상이 없다. 새누리당과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당신들의 말은 틀렸다. 똥 무더기 위에 꽃잎을 뿌려놓고 향기가 난다고 우기지 마라. 막말을 내뱉은 그 입부터 헹구고 진짜 일상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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