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락식혜 ‘의리 광고’ 김보성편 제작자 권덕형 국장

 
권덕형CD, 하는 광고마다 ‘대박 행진’ 기록
‘사람을 향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 
국문과 출신으로 <15초 생각 뒤집기> 집필까지 ‘다재다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젊은 층에게는 다소 인기가 낮았던 비락식혜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매출을 기록하며 ‘의리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말이 자자하다. 주춤했던 비락식혜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게 도와준 건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건을 찍으며 사람들에게 ‘으리’ 신드롬을 일으켰던 광고의 힘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왕뚜껑 ‘단언컨대’ 김준현 편, ‘남자라면’ 류승룡 편 그리고 일명 ‘으리 음료’로 통하는 비락식혜 김보성 편까지 남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유쾌한 광고 시리즈를 잇달아 성공시킨 사람이 바로 권덕형CD(Creative Director)다.

<투데이신문>에서 만나본 권덕형CD는 다양한 모습이 숨겨져 있는 크리에이터였다. 이성적이고 냉철해 보이는 첫 이미지와는 달리 ‘광고는 결국 사람에게로 향한다’는 생각을 가진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고 편견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항상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또한 “아직 내 자신을 만족시킬만한 광고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할 땐 욕심 많은 프로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으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지난 2011년 <15초 생각뒤집기>라는 책을 출간했을 만큼 글에 대한 다재다능함도 돋보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광고란 진심을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좋은 광고는 “제품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잘 알아야 된다”고 말하는 가슴 따뜻한 그와 긴 시간 진솔한 얘기를 나눠보았다.   

Q.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보성의 ‘의리 광고’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 비락식혜는 원래 전통음료다. 비락식혜의 옛날 광고는 여자가 고향집에서 눈 덮인 마당을 걸어 나와서 항아리에서 얼음을 딱 깨고 떠먹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광고주가 잡은 광고 콘셉트는 10대와 20대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에게 비락식혜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마케팅 목표를 잡고 콘셉트를 생각하다가 요즘 젊은 친구들이 김보성의 의리를 가지고 패러디를 많이 하는 상황이 눈에 띄었다. 김보성 본인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의리를 외치며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광고에 다루면 충분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인, 탄산, 색소 등 몸에 해로운 것이 없으니까 우리 몸에 대한 의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막내가 제시했고 그 의견을 발전시켜서 1분 40초짜리 광고를 제작하게 됐다. 

Q. 의리 광고 말고도 ‘남자라면’, ‘단언컨대’ 등 인기 시리즈 광고를 많이 탄생시켰다. 비결이 있다면?

: 대부분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운이 계속되다 보니 ‘나에게 정말 뭔가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뤘던 제품들이 대부분 가볍게 다루기 좋은 제품들이었다. 사실 이제는 ‘음료에 얼마나 영양가가 있나’는 소비자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워낙 음료가 많고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시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으로 따져볼 때 내가 다뤘던 광고들은 선택의 기준이 특별히 중요하지 않았던 브랜드들이었고 소비자 감성에 맞춰서 재밌게 해볼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Q.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 광고표현물의 총 책임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표현물이라는 건 CF, 인쇄광고, 옥외광고 등을 말한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쉽게 말해 실제 소비자들이 만나는 그 제작물의 총 책임자다. 광고 문구를 책임지는 카피라이터, 비주얼을 책임지는 디자이너, 피디 등 이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Q. 보통 광고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

: 사실 광고 소재는 시공을 뛰어넘어서 존재한다. 이것저것 세상사는 얘기들에서 힌트를 얻고 인터넷에서 찾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끌어내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도처에 누구나에게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이디어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봐야 좋은 아이디어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스쳐가는데 그 중 어느 날 누군가가 딱 눈에 띌 때가 있지 않은가. 그건 바로 그 때 내가 가진 관심사가 그 사람에게 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평상시에도 늘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지낸다. 아무생각 없이 무심하게 상황을 보지 않고 늘 머리로 생각하는 편이며 수시로 휴대폰에 메모를 해놓는다.

Q. 원래 꿈이 광고제작자였나.

: 나는 원래 국문과 출신이라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직업으로서 광고를 택하게 됐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내 직업의 끝이 광고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중에 작가가 돼 있을 수도 있는 거고(웃음).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뭔가 창의적인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해보고 싶다.

Q.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었나.

: 나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또한 살면서 우울증에 빠지거나 비관적으로 생각하거나 한 적이 거의 없다. 항상 주어진 환경에서 재미있고 밝게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난기가 많다는 건 상황을 좀 재밌게 받아들이려는 성격이라는 걸 말한다. 평소에 ‘나한테 주어진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서 장난기 얘기가 나왔지만 내가 말하는 ‘장난기’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이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부장님이 회의시간에 중요한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부장님의 넥타이를 보며 ‘어 저 넥타이, 점심에 뭐 드시다가 묻히셨네’처럼 다른 데 신경이 쓰이는 것. 그런 게 장난기인 것 같다.

 
Q. 광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제품과의 연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혹은 브랜드에 따라 각각에 맞는 광고를 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비락식혜 광고는 음료광고이기에 유쾌한 광고 콘셉트로 진행했지만 동국제약의 인사돌처럼 약 광고를 한다고 하면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 아픈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기에 장난스러운 광고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Q. 광고를 제작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 아이디어에는 끝이 없다는 것. 광고는 제조공정처럼 목표를 세워 하루에 백개 수량을 만들어내면 끝나고 그런 게 아니다. 제품은 균일한 퀼리티로 나오는 것이기에 다 만들어지고 나면 ‘어떻게 만들었지’, ‘왜 만들었지’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광고는 다르다. 아이디어를 내고 집에 와도 그 생각이 계속 따라온다. ‘아까 내가 낸 아이디어가 베스트인가’, ‘더 재미있는 것은 없나’, ‘더 좋은 것 없나’ 하는 생각. 광고주도 계속해서 더 좋은 광고를 원하기에 항상 머리가 쉬지를 못하고 광고회사 사람들은 늘 야근을 한다. 광고는 시간이 끝을 규정해주는 것 같다. 이 광고를 ‘무조건 며칠까지 찍어야해’ 라고 하면 그 때까지 무조건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는 항상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백점짜리가 광고가 나왔어도 백십점짜리 없냐며 더 나은 걸 요구한다는 점 그 부분이 힘들다.

Q. 광고를 제작하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사람으로 표현하면 친구 중에 말주변도 별로 없고 요령도 없어서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제대로 고백을 못하고 있는 친구를 도와주는 느낌이 들 때다. 광고주들은 서비스나 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에 대한 진심을 전하고 싶어 하는 데 그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광고대행사, 광고인들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광고주들이 가진 진심을, 전하고 싶은 말을 잘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식혜든 남자라면이든 그런 브랜드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데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부분을 해결해준다. 그래서 광고를 ‘문제 해결업’이라고도 한다. 브랜드나 광고주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효과를 보고 ‘너네 덕분에 문제가 해결 됐어’ 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Q. 집필하신 <15초 생각뒤집기> 책을 보면 자유롭고 싶어 머리를 기른다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자유롭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진정으로 자유로운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나.

: 자유롭지 못한 게 맞다. 내가 머리를 기르고 자유를 찾는 것은 현역 직업에 대한 나만의 의리다. 광고는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주의 마케팅 목표에 따라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에 이미 틀 속에 박혀있게 된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는 의리의 관계다. 자유롭고 싶지만 정작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그러나 나는 항상 생각만은 자유롭고 싶다. 생각이라는 해방구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머리로라도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한다.     

Q. 책에서 ‘광고란 인생을 그려내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본인은 광고를 통해 어떤 인생을 그려내고 있나.

: 제품에서 출발은 하지만 결국 광고가 향하는 것은 마케팅용어로 소비자, 즉 사람들 바로 우리다. 나는 광고를 ‘연애, 관계, 대화’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반응을 보이며 공감을 하는 것은 광고에서 나오는 어떤 장면 혹은 광고 속에서 얘기하는 것들이 자신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광고는 제품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잘 알아야 된다. 음료 하나를 광고한다고 해도 정작 캔 하나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은 어떤 사람을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라는 건 결국 사람의 일이기에 숫자로 규정되거나 어떤 법칙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굉장히 인간적인 일이다. 물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굉장히 상업적인 일이지만 반면에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

: 제품에 맞게 사람에게 다가가는 광고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GS칼텍스 착한기름 이야기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 광고는 기름 몇 리터를 사람으로 치환하는 내용의 광고였다. 가령 아침 새벽에 길을 나서서 아들 면회를 가는 부모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아들을 보기 위해 몇 십 킬로미터를 달려가며 쓴 20리터의 기름, 그 기름은 단순히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수단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아들과 부모를 이어주는 착한 모습을 갖고 있는 기름인 것이다. 나는 이런 해석이 녹아있는 ‘사람에게 향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인 것 같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광고가 있다면?

: 나는 사실 욕심이 많아서 내 인생에서 기념할만한 작품이다 하는 건 아직 없다. 아마 내년쯤 나오지 않을까 싶다(웃음).

Q. 그렇다면 ‘이 광고는 진짜 잘 만들었다’ 했던 타 광고는 있었나.

: 옛날에 SK텔레콤에서 ‘사람을 향합니다’라고 했던 광고가 인간의 따뜻함을 보여주면서도 자기 브랜드랑 잘 맞았던 것 같다. 나는 그런 류의 광고를 좋아한다.

Q. 내년에  만들고 싶은 게 그런 광고인 것인가.

: 지금 비락식혜 광고 때문에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광고업계쪽에서 비락식혜 광고를 보고 비락식혜 광고처럼 해달라는 광고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또한 우리 측에도 롤모델을 비락식혜 광고를 잡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생하고 있다. 현재 왕뚜껑, 남자라면, 비락식혜 등 세 개 연속 작품들이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 어떻게 보면 비락식혜 광고가 내 스스로에게 벽이 돼버린 광고라 이 벽을 깨부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욕심이겠지만 어떤 틀 속에 갇히지 않고 지금의 위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와’하고 환호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

: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되고 싶다. 비락식혜 같이 재밌는 광고를 성공했다고 해서 그런 광고를 나에게 맡기면 되겠다는 편견을 만들고 싶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가 담긴 광고만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나는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진 유연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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