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한 종교의 수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그는 세계 천주교와 그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천주교의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측에 따르면, 교황의 방문 목적은 사목 방문, 즉 종교 지도자의 신분으로 종교적 목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천주교의 교황 방한준비위원회 측에서 밝힌 일정을 보면 아시아 청년 천주교 신자들이 모이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 천주교의 주요 축일인 8월 15일에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봉헌, 8월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 집전, 서소문순교성지와 천주교 사회복지 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우리나라 7대 종단 대표자와의 회견 등 교황이 참석하는 행사는 대부분 천주교 관련 행사나 천주교 관련 시설 방문, 종교 인사 접견이다.

천주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가 천주교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천주교의 발상지인 유럽을 제외하고, 천주교 신자의 이민이나 선교사 파견 없이, 사람들이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으로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해서 천주교가 뿌리내린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천주교 입장에서는 이미 천주교에서 성인으로 받들어진 소위 ‘103위 순교 성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순교자들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2차례 방한, 그리고 올해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문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즉 천주교라는 ‘종교’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천주교가 정착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가 매우 이례적인, 천주교 스스로에게 소중한 자산일 수 있다.

그런데 역으로 세속 국가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교황의 방한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보면, 전반적으로 한 종교 지도자의 방문이라고 보기에는 그 관심이 좀 범국민적인 것 같다. 교황의 방한이 발표된 이후, 출판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SNS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언급도 급증하였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교황 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도 교황에게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교황 프란치스코는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주요 공직자들을 만나 연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가에서 지정해서 국민들이 믿도록 하는 특정한 종교도 없고, (천주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의 수가 전체 인구의 10% 전후 정도인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한 종교 지도자의 방문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이유는 교황이라는 지휘가 가진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교황은 전 세계 천주교의 수장인 동시에 바티칸시국의 국가 원수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비록 교황이 사목의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방문하지만,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교황이 가진 상징성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국가적 분쟁이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교황의 발언은 매우 영향력이 있다. 그 예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폴란드 방문은 공산주의 국가 붕괴에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암살범을 방문하여 용서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 타종교 신자의 발을 씻어 주고, 주요 인사를 접견하는 장소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행동과 마피아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등의 부조리와 세계 각국의 분쟁,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그의 여러 발언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성직자 본연의 모습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구명 운동을 했고, 그가 우리나라에 방문했을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그에게 건네준 최루탄 상자를 흔쾌히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교황 방한준비위원회는 방한 때 있을 미사에 위안부 할머니와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하였다. 교황을 특정 종교의 지도자 이상으로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신앙과 종교적 사명에서 우리나라를 비중 있게 바라보는 종교의 지도자인 교황의 세 번째 만남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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