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법적으로 문제없다”

   
▲ 하림 로고 ⓒ하림공식홈페이지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국산 닭고기 브랜드 ‘하림그룹’의 행보에 대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치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형 치킨은 한류를 타고 그 인기를 넓히고 있어 닭고기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닭고기 시장의 1인자 ‘하림’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량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한 기업지배구조 컨설팅 업체는 ‘노른자는 누구에게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는 결국 아들에게 회사를 상속해 주기 위한 ‘꼼수’라고 꼬집고 있다.

노른자는 누구에게로?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이 병아리 10마리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하림그룹으로 키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리고 김 회장의 노력을 통해 하림은 우리나라 닭고기 시장에서 20%가량(2013년 말 기준)의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다.

2위 기업인 동우, 체리부로의 시장 점유율이 7%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기업지배구조 컨설팅 업체인 네비스탁은 보고서를 통해 하림그룹의 성장과 관련한 ‘경영 상속’ 꼼수에 대해 지적했다.

네비스탁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 가금 사업뿐만 아니라 홈쇼핑, 양돈사업, 사료사업 등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외 계열사가 78개에 달할 정도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계열사 간 내부 거래량이 상당한 것과 이 계열사들의 대표가 김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로 알려져 ‘노른자는 누구에게로?’라는 말을 통해 결국 회사의 성장이 자식을 위한 것이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네비스탁은 그동안 하림그룹은 지배구조가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하림그룹의 회사 구조가 다소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점점 지배구조의 상단에 누가 있는지는 분명해지고 있다고 네비스탁은 설명했다.

현재 하림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제일홀딩스이며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하림홀딩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는 하림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하림홀딩스는 NS쇼핑 등을 지배하고 있다.

특이한 지배구조, 그 정점엔 누가?

하림그룹의 시작점인 ‘하림’은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가장 많은 지분(47.83%)을 차지하고 있어,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림의 지분은 고작 1.5%(2013년 말 기준)뿐이다.

병아리 10마리로 지금의 하림그룹을 이끌어 온 김 회장이 갖고 있는 것치고는 적은 수치지만 하림그룹은 지주회사 구조로 이뤄져있고 지주회사의 최대 주주는 김 회장이기에 언뜻 보기에는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네비스탁은 김 회장이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약 7.3%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제일홀딩스가 자사주를 81.1% 갖고 있으며 김 회장 다음으로 ‘한국썸벧’이라는 계열사가 6.89%를 갖고 있다고 했다.

네비스탁은 한국썸벧에 대해 동물약품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매출은 300억 원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65억 원(2013년 말 기준)에 달하는 실속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매출의 대부분이 모회사인 ‘올품’과의 거래에서 나온다는 것.

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썸벧의 매출액은 308억6210만 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에서 올품과의 거래액이 308억48만 원이나 됐다. 무려 99.8%나 차지하고 있어 한국썸벧은 올품이 없으면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회사 올품은 원래 ‘한국썸벧판매’라는 이름이었다. 2010년 한국썸벧이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썸벧과 한국썸벧판매로 나눠졌다. 이 중 한국썸벧판매는 제일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올품을 매입했고 2013년 올품과 한국썸벧판매는 합병해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했다.

한국썸벧판매가 올품과 합병하기 전인 2012년, 한국썸벧판매는 858억3612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썸벧판매 매출의 84.8%인 727억9912만 원은 하림을 비롯한 그룹의 계열사들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썸벧도, 올품(구 한국썸벧판매)도 모두 그룹의 계열사들을 통해 수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품의 경우 그룹의 주요 자회사 지분 매각, 합병 등을 통해 2013년 말 기준 자산 총액은 2067억3025만 원에 달하면서 20억4000만 원이라는 자본금에 비해 100배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올품은 한국썸벧을 통해 제일홀딩스의 2대 주주 자리에 있고 또 올품도 1.34%의 지분을 갖고 있기에 사실상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 아닌 올품의 소유자(8.23%)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올품의 지분은 김 회장이 아닌 아들 김준영씨가 100% 모두 손에 쥐고 있다. 결국 하림그룹의 정점에는 김 회장이 아닌 김준영씨가 앉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네비스탁은 김준영씨가 그저 올품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을 뿐인데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에 이르는 하림그룹 전반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하림그룹의 성장 자체가 김 회장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과정, 곧 ‘꼼수’를 통한 상속이라는 것.

하림 “적법한 절차로 진행, 문제없어”

네비스탁의 보고서에서 지적된 문제점과 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전부 공시에서 밝혀졌던 것 아닌가.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던 것”이라고 짧게 답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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