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유가족 분노 표출 & 청문증인 교착상태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여야가 지난 7일 진통 끝에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관한 합의를 이뤄냈지만 실무 협상은 시작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협상내용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당내에서 반발이 일고 있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도 이번 합의사항 자체를 철회해야한다며 크게 분노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게다가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채택 협상문제가 이번 합의에서 해결되지 않아 특별법 성안과 청문회에 관한 마지막 마무리 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8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주례회담에서 세월호특별법 합의내용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野 특검추천권 양보에 재협상 요구 잇따라
세월호청문회 증인채택 두고 여야 ‘평행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주례회동을 갖고 세월호특별법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긴 11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특별검사 추천권을 현행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 상 임명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또 하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총 17명 중 유가족 추천 3명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팎과 유가족들은 이번 합의 내용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박영선 대표가 가장 쟁점이 된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했다는 것이 실망의 원인이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요구에도 못 미치는 특별사법경찰관 임명은커녕 이보다도 후퇴한 특검 추천권조차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사법경찰관 임명을 통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야당에서 특검 추천권을 주장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도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게는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국회에서 추천한 4인 등 7인으로 구성된 국회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특검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특검 추천권 주장이 물거품 되자,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세월호특별법 태스크포스팀(TF)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전해철 의원이 이에 반발해 TF 주말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전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의 최소 기준은 특검추천권에 있다. 추천권만은 양보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간 주장해왔던 최소한의 기준마저 지켜지지 않는 합의는 재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의원과 함께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영환·부좌현 의원도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세월호 가족과 국민의 요구와 크게 동떨어진 합의"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즉각적인 재협상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의원도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유족들 동의"라며 "그 분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의 주말 협상 불참 선언으로 당장 원내대표 합의에 따른 TF 실무협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전 의원을 끝까지 설득하면서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협상장에 내보낸다는 방침이지만 실무협상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특검 추천제 양보에 뭇매를 맞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까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협상 직후 일부 증인에 대한 양보 가능성을 내비쳤던 새정치연합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 모두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호성 비서관 증인 요구는 과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참여정부 시절 청해진해운이 2천억원의 빚을 탕감 받은 경위와 관련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여야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기로 합의했지만 증인 협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각계각층 "세월호특별법 합의는 밀실야합"
정의당, "전면 폐기돼야"…전당적 행동 돌입

▲ 지난 8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특별법 야합은 무효라며 재협상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정의당을 비롯해 안산시민대책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등 각계각층은 규탄의 목소리와 함께 모든 합의내용을 폐기하고 재논의 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8일 "어떤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처음부터 양당 간의 밀실협의로 시작되고 끝난 이번 합의는 야합으로서 폐기돼야 한다"며 "신뢰할만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지 못해 진상조사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서부터 무능한 수습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정부와 청와대의 책임 범위에 있다. 결국 조사 대상은 정부와 청와대 등의 핵심 권력기관일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정부와 청와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려면 특별 검사는 추천 과정부터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져야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합의된 상설특검은 이러한 세월호 특별법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며 "불과 3개월에 국한된 짧은 조사 기간,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게 임명될 특별검사, 진상조사위원회와 불일치된 활동기간 등을 감안하면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만약 합의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면 모든 걸 걸고 저지할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철회 위한 전당적 행동 돌입을 시사했다.

정의당은 8~9일 '기소권과 수사권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릴레이 단식농성'에 지도부 전원과 당원들이 합류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천호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당연설회를 진행했고 9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문화제에는 전당적인 차원에서 집중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정의당은 또 이날부터 각 의원실별로 돌아가며 국회에서 철야대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당력을 총집중해 11일 열리는 새정치연합의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합의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합의안이 관철될 경우 특별행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역시 8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대신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실시에 합의한 것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알맹이를 빼먹은 껍데기로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야합"이라며 "무효이므로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특별법 재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각종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단체 연합인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교수행동'도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밀실야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렇듯 정치권 안팎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조용할 날이 없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조사위 구성 방식과 특검도입 등 큰 틀의 협상을 마무리했고, 청문회 파행이 큰 정치적 부담인 여야가 증인 협상에 의외로 빠른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어 논의만 재개되면 빠른 시일 안에 조문작업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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