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곳곳에서 균열 발견…목동 삼익아파트 주민 불안 호소
일부 주민, 먼지로 인해 호흡기질환 호소‥우울증까지 유발 
대우건설 “균열, 전부터 있던 것…불편 해소 노력할 것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서울 목동 삼익아파트 주민들이 대우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총 3동, 277세대가 살고 있는 목동 삼익아파트는 대우건설의 공사현장 바로 앞에 자리해 있다. 해당 공사는 2012년 10월 1일부터 시작됐고 2015년 6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공사현장의 소음을 비롯해 먼지, 건물 균열 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먼지와 소음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비염, 알레르기에 이어 우울증이 온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삼익아파트 곳곳에 균열도 발견돼 주민들의 불안감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3일 목동 삼익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을 만나 피해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익아파트, 소음에 균열 그리고 먼지까지

목동 삼익아파트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송모(37·여)씨는 얼마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는 소음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졌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왔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송 씨의 집을 방문할 당시 송 씨는 소음 때문에 딸이 학습지 선생님과의 수업이 어렵다고 판단, 부부 방과 자녀 방을 바꿔놓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부엌 한 켠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 송 씨는 “어느 날 부엌에서 일하다가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고 주위에는 가루가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갑자기 집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동을 느꼈던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그의 집은 대우건설 공사현장과 가장 밀접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균열과 진동은 대우건설 공사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건물 노후로 인한 균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대위는 17년 동안 멀쩡하던 건물이 대우건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균열이 심해졌다는 입장이다.

삼익아파트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지은 건물이기에 튼튼하게 잘 지어졌으며 처음 아파트를 지을 당시 공사를 지켜봤던 주민과 전문가들도 이를 인정했다고 비대위는 강조했다.

소음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은 송 씨만이 아니었다. 삼익아파트 주민 민모(38) 씨는 “진동을 비롯해 소음과 먼지가 상상초월”이라며 “양천구청 관계자가 공사현장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전했다.

소음의 원인 중 하나는 화물을 건물로 옮기는 장치인 실외용 엘리베이터를 뜻하는 호이스트. 민 씨에 따르면 최근 호이스트가 굉음을 내서 결국 구청 직원이 공사현장에 찾아와 ‘호이스트가 주민들에게 난청을 유발할 정도니까 속도를 낮추라’고 했다. 하지만 호이스트를 천천히 가동하면 소음이 줄어들지만 대우건설 측은 그러면 공사가 늦어진다고 했고 이 때문에 호이스트가 빠르게 가동, 소음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소음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민 씨는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로 각종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알레르기로 인해 피부과를 다녔으며, 괜찮다가도 컨디션이 떨어지면 재발하고 목도 계속 쉰다는 것. 그는 “알레르기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우건설 공사로 인한 먼지였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민 씨 외에 비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고 심지어 감기와 비염을 심하게 앓아 미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주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먼지가 심하다며 입을 모으기도 했다. 집안뿐만 아니라 삼익아파트 노인정에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소음과 먼지로 인해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며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극적 대처에 주민 불만 ‘폭발’

비대위는 대우건설 측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우건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한 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대우건설 측은 처음 양천구청에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사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새벽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공사하거나 새벽 3시~ 4시경 혹은 주말에도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 또한 주민들이 공사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해주기를 요청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대위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더불어 대우건설은 비대위 측에 협상 당시 협상 중에는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으며 합법적인 단체인지 증빙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구청에 민원을 넣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주말에도 공사하는 등 소음 및 먼지 발생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대위는 꼬집었다.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철근 자재를 실은 차량을 비롯, 펌프카 등 하루 100대 이상의 차량이 대우건설 공사장과 아파트 근처를 다닌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이 지날 때마다 바퀴를 씻어주는 기계인 세륜기가 없다고 비대위는 주장했다. 세륜기란 차바퀴에 묻어있는 흙먼지를 도로로 유입되거나 날리는 것을 방지, 대기오염을 줄여주는 장비다. 뿌연 먼지가 날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세륜시설이 없어 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

특히 대우건설이 양천구청에 제출한 사전신고서에 따르면 ‘세륜 시설 추가, 미세먼지 방지 위한 노력, 주민 공청회 진행, 인근 주민 민원 접수 후 신속한 처리’ 등을 한다고 쓰여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대위 측은 지적했다. 더불어 주민들이 시위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넣자 그제야 호이스트에 비닐을 씌우거나 살수차로 물을 뿌리는 등 미미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사전 신고 후 세륜 시설을 철거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현재 살수차를 통해 물을 뿌려 먼지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아파트vs대우건설, 깊어지는 갈등의 골

2012년부터 이 같은 불편함을 참아왔던 삼익아파트 주민들은 결국 올해 6월 27일 집회를 실시했다. 주민들은 피해금액안을 대우건설 측에 제시했다. 삼익아파트 277세대에 대한 보상금액을 산정하니 3년 기준, 30억원이 나왔다.

주민 민 씨는 “이 금액을 달라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이만큼 피해를 봤으니 참고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대우건설 측은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해 협상의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103동은 공사현장과 마주하고 있어 피해를 인정하지만 (공사 현장과 떨어진) 101동은 피해를 인정할 수 없으며 보상을 받을 경우, 이를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민 씨는 폭로했다.

민 씨는 “멀리 있는 H아파트도 보상의 대상으로 보면서 어떻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삼익아파트 101동과 102동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대우건설 측은 주민들이 반발하자 삼익아파트 세대에 10만원씩 주겠다고 했고 이어 입장을 바꿔 103동만 40만원으로 올렸다고 민 씨는 주장했다.

또한 비대위 측은 해당 아파트 균열 원인이 공사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살피고자 대우건설 측에 삼익아파트 사전안전진단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우건설은 공사 전 밀집 주거지역에 대해 사전안전진단을 실시했지만 내부문건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민 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에 대한 진단서를 달라고 한 것인데 주지 않아 황당하다”며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말하거나 복구해주겠다는 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송의 비용을 대는 주민에 한해서만 보상을 받게 돼 있더라”라며 “괜히 주민 간 거리감이 조성될까봐 조심스럽기도 하고 좋은 선에서 합의를 봤으면 했는데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 송 씨는 “대우건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이를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고 울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전모(45) 씨는 “대우건설 공사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측은 비대위 측에 집회를 계속하면 업무방해로 피해보상을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균열은 전부터 있었다”

한편, 대우건설 측은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먼저 진동은 비대위 등 민원인 분들이 얘기하는 부분과 관련없다”면서 “계측기 확인 결과 균열은 전부터 있었고 계측기를 설치해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심지 현장이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한 후 해당 공사가 아파트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나오면 보상, 보완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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