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십자가 바티칸으로 가져갈 것"

   
▲ '승천대축일 미사' 집전하는 교황 ⓒ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한을 통해 세월호 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교황의 인기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을 만나 위로를 전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유가족은 교황과 만나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억하겠다"며 다른 곳에서 이런 뜻을 적극적으로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노란 리본이 묶인 십자가를 지고 900㎞를 도보순례한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 2명의 부모에게는 위로의 메시지와 함께 해당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지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교황은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 이 국가적인 대재앙의 결과로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면서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전날에도 공항 영접을 나온 세월호 유가족 대표와 악수하면서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한국 여객선 재난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올렸고 주한 교황대사관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위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교황이 방한 일정에서 전하는 위로는 유가족과 참사로 슬퍼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희망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난 교황 ⓒ뉴시스

아직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 대책위의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교황과 만난 뒤 "간접적으로 우리의 뜻을 피력하긴 했지만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미사 때 교황님이 리본을 달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교황이 한국은 자신의 첫 아시아 순방국가로 선택한 것은 한국이 최근 겪었고, 겪고 있는 슬픔과 아픔에 대해 위로하려는 의지가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탈리아의 첫 방문지 람페두사 섬, 첫 해외 방문지 브라질의 바르지냐 등 교황이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죽음과 빈곤 및 불의로 약자의 눈물이 넘치는 곳이었다.

교황은 유럽으로 밀항하던 아프리카 난민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 람페두사섬을 방문했을 때 '배들의 공동묘지'라 불리는 해안 인근에서 조그만 보트 위에 제대를 마련하고 미사를 주례했고 "누가 보트를 타고 온 사람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라며 무관심을 떨쳐낼 수 있도록 양심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최대 빈민촌 바르지냐의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전했다. 교황은 "공익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들의 타락한 이야기를 들으며 실망할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낙담하지 말고 믿음을 잃지 말라. 희망이 사라져 버리게 하지 말라. 상황은 바뀔 수 있고 사람도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 세월호 십자가

이번 방문에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과 1차례의 회담과 함께 2차례 미사가 남아 있다. 교황이 억울하게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건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위로의 아이콘인 교황의 이런 모습이 아시아의 가톨릭계 뿐만 아니라 지역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교황이 탄 차량이 대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명의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을 향해 교황을 상징하는 금색 테두리가 그려진 흰색 손수건을 흔들며 "비바 파파(교황 만세)"라고 연호하면서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외신들도 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해 아시아 가톨릭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세계 인구의 60%가 몰려 있지만 가톨릭 신자는 약 12%에 불과한 아시아에 교황이 가는 것은 바티칸의 '도전이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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