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 전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프란치스코(78) 교황은 4박5일간 국빈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 화합과 위로의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마지막 날 일정의 첫 시작은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 꼬스트홀 1층에서 열린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오전 9시 검은색 쏘울 차량을 타고 명동성당에 도착한 교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총대리 조규만 보좌주교, 정순택 보좌주교,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인사를 나눈 후 이웃 종교 지도자 12명과 한 사람씩 인사하며 덕담을 나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내 12개 종단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웃 종교 지도자로는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성균관 서정기 관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 정교회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한국대교구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철환 총회장,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 대한예수교장로회 김동엽 총회장,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신정훈 총무 등이 함께했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삶은 곧 길이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살아계신 하나님 안에서 다른 형제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 종교지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향했던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형제들이다. 서로를 형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며 감사인사와 함께 지신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이후 교황은 9시40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천여 명이 참석한 이 미사에서 교황은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우리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진심어린 기도를 바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용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 7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 쌍용차 해고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장애인, 새터민, 다문화 등 사회적 약자, 갈등지역 주민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에 앞서 미사에 참석한 일본군 위원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위안부 할머니 후원 '희망 나비' 브로치를 선물받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교황은 미사 집전을 위해 대성전으로 입당하면서 맨 앞줄에 앉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허리를 굽히고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며 대화했다. 휠체어에 앉은 김복동(89) 할머니가 교황에게 위안부 할머니 후원 ‘희망 나비’ 브로치를 건넸다. 교황은 그 자리에서 이 브로치를 제의에 달았다. 교황은 바로 뒷줄에 앉은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밀양 주민, 용산참사 유족, 장애인들과 일일이 인사한 뒤 제단에 올랐다.

미사를 마친 후 교황은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 국민들이 마음을 다해 따뜻하게 환대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한국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 전달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편안히 돌아가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 대통령에게 “로마에서 뵙기를 기대한다”며 준비해 온 기념메달과 묵주를 선물로 직접 전달했다.

▲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교황에서 선물을 전하고 있다. / 사진제공=청와대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바람대로 조촐한 환송행사를 가졌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경석 주교황청한국대사 등과 강우일 주교, 염수정 추기경,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등 정부와 천주교 관계자들이 교황을 배웅했다.

환송 나온 정 총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반도에 평화와 사랑을 심어주시고 온 국민에게 겸손한 모습의 '큰 인품'을 보여 주셨다"면서 "특히 모든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세월호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계층에도 일일이 사랑을 전달해 주시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교황은 "이 나라의 품위와 존엄성을 주님께서 계속 지켜주시길 기원한다"며 "인위적 분단상황이 일치를 향해 나아가서 남북 평화통일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는 하나의 희망이자 약속"이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한국에 도착, 4박5일간의 일정 동안 어려움에 차한 소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낮 12시50분께 대한항공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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