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종교지도자의 방한(2) - 교황 방한의 명(明)과 암(暗)
[칼럼] 한 종교지도자의 방한(2) - 교황 방한의 명(明)과 암(暗)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8.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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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우리나라에 머문 시간은 99시간. 그렇지만 그가 돌아간 뒤의 ‘교황 앓이’라는 유행어가 도는 것을 비롯해서, 그 뒷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교황 스스로의 행보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120일이 넘은 시점까지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4박 5일 동안 교황이 그들을 만난 횟수가 훨씬 많다고 한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용산 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머니 등 약자로서 피해를 입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미사에 초대해서 가장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청년들에게 적극적 사회 참여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주장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유해지고 사회 약자에게 관심이 적어지고 있는 천주교회에 대하여 엄중하게 꾸짖기도 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로 인해 가장 위로를 많이 받은 사람은 일반 국민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교황이 돌아간 이후에도 교황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것은 반대로 소위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자와 같을 것이다. 교황의 행보로 인해 국민들이 위로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지도층이 그만큼 그동안 국민들을 위로해주지 못했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사회지도층이 ‘국민들이 교황에게 위로를 받은 것은 그 동안 사회지도층 자신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의 반증’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향후 사회지도층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교황 개인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천주교 수장’이라는 교황의 입장에서 순교자를 배출한 국가에서 순교와 관련된 유적을 보고, 아시아 청년 천주교 신자들의 열정을 확인했다는 것은 그의 신앙 스스로에도 큰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휴가를 반납하고 온 만큼의 보람을 느끼셨기를 바란다.

교황의 방한이 우리나라 천주교로서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교황의 좋은 인상으로 인해 종교가 없는, 혹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 천주교에 대한 관심과 입교, 심지어는 개종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천주교 자체에서도 그동안 천주교 신자로 교적만 등록하고 종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던 사람들이 다시 성당에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 스스로가 지적했던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부자 교회’라는 인상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 특히 교황이 세월호 배지를 ‘정치적 중립’을 위해 뗄 것을 요구한 것이 우리나라 천주교 관련 인사 중 하나라는 소문이 있고,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강우일 주교는 이것에 대하여 천주교 관련 인사가 한 말은 아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천주교 관련 인사가 저런 발언을 했다는 소문 자체는 국민들이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수화 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의 증거일 것이다.

아울러 개신교 역시도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소위 ‘움찔’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 방한이 결정된 이후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교황을 적그리스도로 규정하고 교황 방한을 반대하며, 개신교와 천주교의 교회 일치를 반대하기도 하였다. ‘신앙의 맹목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행적은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고, 무작정 교양 없는 행위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들의 행적에 대하여 ‘개신교가 신자를 천주교에 뺏길까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개신교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대변하는 것이다.

교황 방한 덕분에 묻힌 소식들도 많다. 교황이 우리나라에 오는 날 북한은 동해를 향하여 발포하였고, 군 내의 폭력행위에 관한 관련자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도 있었으며, 잠실 근처 도로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교황 방한 이후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반대하고 있다. 교황청에서도 ‘교황은 영적으로 위로하는 것이며, 문제의 해결은 대한민국 국민 몫이다.’고 밝혔다. 교황의 방한을 통해 얻은 위로와 용기, 그리고 교황이 주장한 평화와 정의를 바탕으로 산적한 문제와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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