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여 온 유민아빠, 김영오씨, 그는 계속된 단식으로 체중이 40키로 그람대로 빠지고 두통과 어지러움, 혈압과 혈당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여 결국 22일 오전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한때 미음으로 된 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오보로 밝혀졌고 김영오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단식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오씨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의 동조 단식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며칠 째 동조단식을 하고 있는 중이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 통합진보당 의원들,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감 10여명도 단식에 동참했다. 여기에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이상호 기자, 박재동 화백, 봉준호 감독 등 시민, 각종 단체 소속 회원들도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릴레이 단식투쟁이 계속된다면 정치권, 특히 여권이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병원으로 이송 된 김영오씨는 “죽어도 좋다.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유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김영오씨의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동조단식이 지속적으로 퍼지면 국민여론도 좋지 않게 흐를 것이고 여권이 이런 여론을 지금처럼 매양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여야가 해결할 문제”라며 뒷짐 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단식투쟁이 계속된다면 사태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눈 뜨고 살아있는 애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보아야 했던 우리 국민들이었는데 또 한 번 유족들이 극한상태까지 가는 것을 보게 된다면 여론은 정부 여당으로부터 싸늘하게 돌아설 것이다. 정부여당이 재보선 승리에 도취해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결과를 두고 “최선을 다해 양보했고 더 물러날 곳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새누리당이 양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야당이 쉽게 다 내주고 합의를 했고 그 이후에 유가족이 반발하니 야당이 합의 깨고 재합의하자고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갔으니 새누리당이 대폭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여당은 양보한 게 없다. 유가족이 요구한 수사권, 기소권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야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특검추천권도 받지 않았다. 도대체 뭘 양보했다는 것인가? 재합의 후, 여권에서는 “이번 재합의 안으로 실질적으로 특검추천권을 야권이나 유가족에게 넘긴 것이다” 라고 주장했는데 “실질적”이라는 말장난 하지 말고 진짜로 넘기기 바란다. 재합의 내용을 보면 여당 몫의 추천권은 사전에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겠다고 했는데 사전 동의 받을 때 마다 유가족이 반대하면 그때 새누리당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계속 시간 끌며 특검을 회피할 수도 있고 유가족 때문에 특검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여론몰이에 나설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오죽했으면 같은 당의 이재오 의원까지 “새누리당의 재합의 논리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했을까?

여권이 이렇게 사생결단으로 나오고 유가족들은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대립하고 있어 해결방법이 안보여 질 때는 역시 대통령이 나서야만 풀릴 수가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가의 가장 큰 이슈에 대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 건네받고 가슴에 달고 난 뒤,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리본을 달지 말 것을 요구한 사람에게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박 대통령이 김영오씨의 간절한 면담 요청을 거부한 일은 들은 적이 있지만 노란리본 단 것을 본 기억은 없다. 박 대통령이 유족들의 슬픔을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교황의 슬픔보다도 박 대통령이 느꼈을 슬픔이 더 크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직접 대통령이 나서라. 유가족과 국민들의 슬픔을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주라는 이야기다. 통 큰 정치, 상생의 정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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