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전문 기자 지승호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 사랑하는 것과 비슷
▶이야기를 잘 끌어내게끔 하는 것, ‘인터뷰어의 몫’
▶인터뷰이의 거짓말, 그것마저도 좋은 기록이 될 수 있어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계속 질문 던져야 
▶언론의 역할,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것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듣고 잘 쓰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 인터뷰전문 기자로 칭송받는 지승호(48)다. 그는 2000년대부터 공지영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가수 신해철, 최승호 뉴스타파 PD, 서민 단국대 교수 등 많은 이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더불어 인터뷰집을 만들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지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지승호 기자는 웹진 <아웃사이더>, <서프라이즈>, <인물과 사상> 등에서 프리랜서 인터뷰어로 활동했고 <감독, 열정을 말하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진실>, <신해철의 쾌변독설>, <괜찮다, 다 괜찮다> 등 40여 권에 달하는 인터뷰집을 펴냈다.

2011년에는 김어준 총수와 함께 <닥치고 정치>라는 인터뷰집을 냈는데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열풍에 맞물려 50여만 부가 판매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가수 신해철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승호에 대해 “굉장히 신뢰가 가는 인터뷰어”라고 말했고 서민 교수는 “인터뷰집이 생각보다 훨씬 멋진 작품이 된 것은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은 물론이고 무심코 달았던 댓글까지 꼼꼼히 살펴준 그의 성실성 덕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하면 책 한권이 뚝딱, 그것도 아주 잘 만들어진다는 소문 역시 그의 명성을 증명해준다.

늘 인터뷰이에 집중하고 책을 만드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한다. 꾀를 부리는 법이 없다. 인터뷰이가 소설가라면 그의 책을 모두 읽고, 영화 감독이면 그가 만든 작품을 섭렵하는 등 인터뷰에 자신의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붓는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이다. 이 때문일까. 지승호 기자를 한번 만난 사람들이 다시 그를 찾아 인터뷰집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발행될 책이 4권이나 된다고 하니 쉴새없이, 그는 오롯하게 인터뷰의 길을 꿋꿋하게 걷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은 글쓰기를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라고 했지만 기자가 만난 지승호는 인터뷰를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노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황홀한 글감옥, 아니 황홀한 인터뷰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지승호. 지난 20일, 강남역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사람과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물었다.

   
 

◆ 인터뷰가 가진 굉장한 힘에 매료

Q. 인터뷰어로 활동하다가 인터뷰이로 자리에 앉은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 내가 매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를 한다는 게 신기한지 기자들로부터 종종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매번 남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나도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연락이 없어서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웃음)

Q. 인터뷰 전문 기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 2000년쯤에 인터넷 한겨레에서 하니리포터, 일종의 시민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학교폭력, 가정폭력과 같은 주제로 칼럼을 썼는데 어느 날 제보가 들어왔다. 어떤 아이가 친구 5명에게 맞은 후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만에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피해자 부모 쪽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병원 측에서 사망한 아이가 전격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를 근거로 가해자 쪽은 아이의 사망이 폭력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다른 언론사에서는 취재를 하지 않았다. 자꾸 내게 취재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결국 가게 됐다. 먼저 장례식장으로 가서 피해자 부모들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학교 선생님을 비롯해 피해자 친구들, 담당 형사, 담당 의사 등을 만났다. 당시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자료만 보고 쓰다 보니 막연하게 생각했고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개별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가 보니 인터뷰라는 것이 사안을 입체적으로 알게 해주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고 인터뷰가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인터뷰,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15년 넘게 이 일에 빠져 사는 건가
: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갈등이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싸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보면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자기 의견이 뭔지도 모르면서 주장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대응하다 보니 싸움이 커진다.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정리하면 토론도 훨씬 더 깊이 있어질 것 같다. 인터뷰는 결국 질문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잘못을 했어도 인터뷰를 통해 “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하면 그 사람도 한번 생각해볼 것이고 인터뷰를 보면서 사회 역시 “아 이 사람의 진심은 이게 아니구나”하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행동 하나만 보고 쓰레기로 매도했다가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 저 사람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 죄에 대해 미워할 건 미워해도 어느 정도 오해는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윤 일병 사건 이후로 군대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마녀사냥으로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 일병 사건은 제도의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가해자가 지은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필요하지만 “쟤들은 악마 같아” 이런 식으로만 흘러가면 가해자를 악마로 만들어버릴 뿐 정작 바뀌어야 할 시스템은 변하지 않게 된다. 처벌은 처벌로 두되 이런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물어보고 찾아봐야 한다.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가해자,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Q. 소속 매체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 때론 만족스럽지 못한 적도 있을 듯하다
: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매체에 들어가 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바로 접었다. 나는 조직과 맞지 않고 못 견딜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장점이 많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빠르고, 책도 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출판 산업 자체가 어렵다 보니 팔리는 책만 팔린다. 늘 그래왔지만 최근에 그게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프리랜서로 있어서 좋은 점은 아무래도 내가 평소 궁금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그 인물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료조사를 하다 보면 ‘내가 알지 못한 부분을 갖고 있네’ 라고 느낄 때, 정말 좋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듣는 것과 집에 와서 녹취를 풀며 다시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사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마음 속으로 다음 질문도 생각해야 하고…. 현장에서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는데 녹취를 풀다 보면 ‘재미있네’ 하고 생각될 때가 있다.

   
 

◆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 최대한 많이 수집

Q.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뷰하기 전, 철저한 사전준비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지승호 기자를 ‘성실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사전조사를 어떻게 하나
: 일단 인터뷰 대상이 소설가일 경우 그가 쓴 소설은 다 읽어본다. 영화감독이면 영화를 보고. 어떤 인물이든 그 사람과 관련된 내용, 예를 들면 평론을 읽거나 블로그를 보기도 한다. 또한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참고할 때도 있다. 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인물과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많이 보고 수집한다.

사실 인터뷰 결과물을 떠나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것은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였다. 영화촬영 일정으로 인해 인터뷰 일정이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박 감독에 대한 자료를 계속 찾아봤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준비했던 것 같다. 사전조사에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애정을 투입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인터뷰로 기억한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전조사할 때 충분히 해당 인물 그리고 자료와 사랑을 나눠야 한다.

Q. 인터뷰하기 전에 인터뷰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듯한데
: 큰 틀에서 기대감은 있지만 구체적인 대답을 기대한다거나 ‘이 사람이 되게 멋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찌 보면 선입견이니까. 어떤 사람을 일부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만약 그 사람이 나랑 싸웠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지 않나. 되도록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며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Q. 본인만의 인터뷰 인물 섭외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
: 인터뷰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다. 결국은 ‘지승호랑 인터뷰해도 크게 불이익은 없겠다’, ‘지승호는 장난칠 사람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인터뷰 기자를 생각해주는 것? 쉽게 말해 신뢰가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매체하고 인터뷰할 때 한 기자에게서 “다음에 누구와 인터뷰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망설임 없이 “신해철 씨하고 책 한권 단위로 작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신해철 씨가 그 인터뷰를 본 후 내게 직접 전화를 했다. 바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깜짝 놀랐고 그와 통화한 날 저녁에 만나 밥을 먹었다. 그 인연으로 <신해철의 쾌변독설>이라는 책이 나오게 됐다.

Q. 인터뷰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말을 잘하는 인터뷰이가 편할 것 같기도 하다
: 말씀을 잘 못하는 분을 만나도 이야기를 잘 끌어내게끔 하는 것이 인터뷰어의 몫이다. 인터뷰이가 나와 맞지 않아 이야기를 잘 못할 수도 있고 ‘케미’라는 게 있어서 잘 맞을 수 있다. 어쨌든 인터뷰가 제대로 안 됐다면 기자가 준비를 덜 했거나 준비를 해도 안 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인맥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 사실 잘 못한다. 때가 되면 틈틈이 인터뷰이에게 문자를 하거나 연락을 해야 하는데 못 한다. 감사한 마음만 갖고 있다. 오히려 인터뷰이들이 내 상태가 안 좋다며 나를 챙겨준다. (웃음)

Q. 의외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인맥관리에 적극적이실 것 같았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 늘 긴장을 하긴 하지만 사람 자체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민이 가는 부분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저 작가는 상대를 물어뜯지도 않고 ‘오냐~ 오냐~’하는 식이네”라며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내 성격이다. 물론 인터뷰이에 따라 공격적으로 할 수도 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웃기는 얘기일지 몰라도 나는 유명인들이 욕먹고 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돌봐준다는 생각을 갖고 인터뷰에 임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덜 공격적이게 된다. 덜 공격적인 인터뷰가 맞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의 스타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옳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기자가 쓴 좋은 인터뷰를 보면 즐겁다. 내가 갖지 못한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건 내가 좀 더 낫다 이렇게 생각해보기도 하고. (웃음)

   
 

◆ 한국 언론, 심층취재가 부족하다

Q. 최근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와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라는 인터뷰집을 내셨는데 호흡은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

: 책의 끝 부분에도 나오지만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우리 둘 다 소심해서 커피 마시다가 1시간 30분쯤 되면 “더 시켜야 하지 않나”하기도 했다. 그리고 썰렁한 농담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성격도 잘 맞았다. (웃음)

Q. 그렇다면 서민 교수와 인터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 총 4번 정도 만났고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평균 5~ 6시간이 소요됐다. 총 20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나는 인터뷰를 집중해서 한다. 물론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4번만 만난다고 해서 책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인터뷰할 때 에둘러 가지 않으려고 한다. 치열하게 집중해서 질문과 대답이 오가게 한다.

Q. 올해 6월, 뉴스타파 최승호 PD와 함께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라는 인터뷰집을 냈다. 세월호 참사,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사건, 4대강 등 다양한 이슈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언론이 망가진 이유는 결국 정권의 언론 장악 때문이라는 것을 책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 옛날에는 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까지도 거는 기자가 많았다. 탐사보도를 하다가 암살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한겨레신문 정문태 기자 정도? 그 외에는 목숨 걸고 취재하는 분들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기자들이 직장인처럼 돼서 회사의 방침대로 기사를 쓰지 않나.

데스크가 뭐라고 하면 이게 팩트(사실)인데 왜 그러냐고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기자가 오히려 회사에서 왕따 당한다. 안타깝다. 예전에 MBC는 그나마 건강함이 있었고 PD수첩처럼 취재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번 정권 들어선 이후에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져도 취재조차 하지 않는다.

Q. 그럼 최승호 PD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 최승호 PD는 경험도 풍부하고 언론 문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신 분이라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해줬다. 그는 내가 제일 존경하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50세가 넘는 나이에 꼰대(늙은이)같이 굴지 않고 후배의 삼각대를 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Q. 한국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 요즘 한국 언론은 심층취재가 부족한 것 같다. 이를 테면 학교 폭력이 벌어졌다고 했을 때 굉장히 호들갑을 떤다. 만약 한 신문이 1년 정도 학교폭력과 관련해 심층취재를 한 후에 기사를 쓴다면,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1년 동안 꾸준히 기획기사를 쓰면 50년 정도의 정보가 쌓이는 셈인데 개선책이 안 나오겠나. 우리는 사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문제를 1년만 분석해도 한국 사회에 많은 것이 남을 듯하다.

예를 들어 한류스타가 공항에 왔다고 하면 사진기자가 몰려가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 에너지를 심층 취재에 쏟는다면 어떨까 싶다. 공항사진 같은 것을 찍으면 당장 조회 수는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사건을 깊이 있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매체가 더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언론의 역할은 사회에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 질문 던지는 것이다. 이번에 군대 내 가혹행위 사건도 조금만 있으면 금방 사그라들 텐데 이때 한 매체가 심층취재해서 군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지 1년 간 취재한다면, 자꾸 캐내고 물어본다면 사람들이 귀찮아서라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Q. 어찌 보면 기자님은 진보에 더 가까운 것 같아 보이는데

: 나는 한국사회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과 생각보다 친하지 않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근데 또 보수는 상식적이지 않다. 어쨌든 그냥 나는 약자 상황이고 없는 쪽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나는 상식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 계속 이렇게 끌고 가냐고 질문한다. 결국, 인터뷰는 사람, 나아가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 인터뷰 작업, 모든 과정이 즐겁다

Q. 인터뷰집을 만드는 일을 ‘예민한 작업’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다. 어떤 부분에서 예민하다고 느끼시는지
: 결국 인터뷰도 사람과 사람 관계의 문제이지 않나. 진짜 사소한 것 때문에 틀어져서 작업이 끝날 수도 있고 말 한마디에 상대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인터뷰를 할 때는 최대한 인터뷰이의 관점에서 얘기해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편견을 드러내면 상대가 기분이 상해 “이런 사람이랑 인터뷰 못 하겠어”라고 할 수도 있다.

Q. 인터뷰이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지
: 사실 인터뷰이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 인물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그 사생활이 역할과 관련이 있을 때는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한다.

서민 교수와 나름 친했는데 처음에는 그가 이혼한 것을 몰랐다. 서민 교수와 인터뷰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그는 “(이혼이야기가) 안 들어가면 인터뷰 자체가 가식이 될 것 같다”고 말해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나는 이야기를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나그네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지 않나. 물론 바람이 부는 식의 공격적인 인터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비리 정치인에게 비리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경우에 말이다. 그렇지만 비리를 물어볼 때도 충분한 자료를 갖고 가서 “제가 어디 신문을 보니까 당시 이 부분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던데 지금 말씀과 다른 것 같다”고 말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상대가 거짓말을 할 수 있겠지만 거짓말 역시 충분히 좋은 기록일 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이가 자신이 한 얘기라는 것을 인정만 한다면 말이다. 관점의 차이가 있더라도 팩트(사실)만 있으면 기록은 많을수록 좋다.

Q. 인터뷰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거나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은
: 인터뷰 전 과정이 즐겁다. 내가 궁금했던 사람 만나는 것, 질문하는 것, 사전에 준비하는 것, 녹취를 푸는 것 등 모두 즐겁다. 내가 쓴 인터뷰 기사를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면 더 좋고. 연예인들이 방송을 한 후에 반응이 좋으면 뿌듯하듯, 내가 느꼈던 감동이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거나 인터뷰를 보고 난 후 인터뷰 인물에 대해 “이 사람 참 멋지네”라고 이야기해줄 때 좋다. 물론 악플(악성댓글)이 달리면 화가 난다. (웃음)

Q.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터뷰이들을 통해 좋은 말씀도 자주 듣고 인생의 교훈도 많이 얻으실 듯하다
: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은 것이다. 사실 장하준 선생님이 강의를 들으려면 얼마나 힘든가. 나는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예습하고 직접 개인 강습을 받지 않나. 누구도 얻기 힘든 기회다.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내가 궁금한 것을 바로 앞에서 풀어주니 참 좋다고 생각한다.

Q. 인터뷰이로부터 받은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 제일 기뻤을 때는 신해철 씨가 다른 매체하고 인터뷰하면서 기자가 “지승호 씨하고 작업했을 때 어땠냐”고 묻자 신해철 씨가 “지승호는 굉장히 신뢰가 가는 인터뷰어라서 사생활에 대해 물어봐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내가 신뢰받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Q. 그렇다면 인터뷰를 하시면서 본의 아니게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나
: 내가 못 느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인터뷰할 때는 최대한 상처를 안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크게 상처를 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 가끔 인터뷰이랑 술 먹다 보면 막말할 때도 있긴 하지만. (웃음)

Q, 반대로 인터뷰하면서 상처받았을 때는 없었나
: 있어도 어쩌겠나. 지나간 일인 것을. (웃음)

Q. 인터뷰 전문 기자로는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강연 등을 통한 대중들과의 소통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 강연은 아무래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측면이 있다. 결론을 내야 하고, 인터뷰하듯 계속 질문만 할 수는 없지 않나. 또 젊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꿈을 가지십시오’와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하면 안 될 테니까 다 포기하세요’ 이럴 수도 없지 않나. (웃음) 어쨌든 그런 게 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남 앞에 서면 좀 멘붕(멘탈붕괴)이 된다. 이번 주만 해도 강연 요청이 2개가 들어왔는데 거절했다. 물론 마음이 좋지 않다. 무언가를 전하는 것도 내 일이고 의무일 수 있는데 그걸 안 하니까. 인터뷰 식으로 묻고 대답하는 것은 하려고 하는데 강연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청중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 게 아직은 자신이 없다.

Q. 인터뷰 전문 기자를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 인터뷰는 즐거운 일이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젊은 친구들은 결혼하기 전이면 돈이 많이 안 드니까 도전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잘못 되면 책임지라고 할까봐 단정지어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웃음) 요즘에는 오마이뉴스와 같은 매체도 있고 블로그도 있으니 자기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잘 연구하거나 만나보라. 그리고 인터뷰 기사를 써서 블로그 같은 곳에 올려보길 바란다. 만약 자신이 쓴 인터뷰가 재미있으면 좋은 기회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런 기회를 통해 책을 내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어쨌든 인터뷰를 많이 연습해보는 게 중요하다. 내게 인터뷰가 맞는지 안 맞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안 해보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Q.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 현재 준비되고 있는 책이 4권 정도가 된다. 가능하다면 인터뷰집을 꾸준히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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