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46일 동안 극한 단식투쟁을 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그의 건강을 염려하던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단식을 중단했다. 더 이상 단식을 계속했을 땐 그의 생명마저 위협이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김영오씨의 단식을 통해 비쳐진 우리 사회의 대결 모습은 결코 정상적인 의견 대립은 아니다. 이 사회가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지고 있는지 나와 반대되는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사람에게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을지 그 끝을 적나라케 보여주었다.

유민아빠가 단식투쟁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것은 자기가 사랑하는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단 하나였다. 이것은 유민아빠와 같이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기도 했고 김영오씨를 응원하며 동조단식에 동참했던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고 그들이 원하지도 않았던 보상금,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생활안정 평생보장 등을 떠벌리며 국민여론을 조작했다. 비리혐의를 받던 자신의 측근이 단식농성을 하자 그 농성장을 찾아 격려하고 위로하던 대통령은 자신의 국민이 진실을 요구하며 46일 동안 단식투쟁을 하는 사이 “바쁘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그를 만나지 않았다. “단 한번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그의 절규를 외면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전 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며 반성하던 여당은 선거가 끝나자 세월호 일반유족들과 단원고 유족들 사이를 이간질 했다. 이게 정상적인 정부여당이 취할 태도인가? 청와대와 여당이 이렇게 나오니 보수언론은 김영오씨를 “딸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사람” 쯤으로 매도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보수단체소속 회원들은 광화문에 나타나 생명을 걸고 단식을 하는 김영오씨 앞에서 “폭식투쟁”이라는 미명하에 조롱까지 하는 것 아니겠나!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앞서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이 나라는 정치적 반대파라고 생각하면 갖은 이유를 갖다 대며 손가락질하고 조롱하여 인격을 말살시켜 버린다. 자신의 딸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에게 스스로 통장사본을 공개하게끔 만들고 자신이 딸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카톡메세지를 공개하게 만드는 사회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 있으랴? 이혼한 가정의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했나? 이혼 자체가 흠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된지가 언제인데 이혼했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김영오씨의 정당성을 폄훼하는가? “김영오 죽이기”를 위해 대한민국의 많은 이혼가정까지 비정상적 집단으로 만들어 버린 게 이 사회다. 노조원이면 단식투쟁을 해서는 안 되는가? 그런 법이라도 제정되어 있는가 말이다. 김영오씨의 단식과 그가 노조원 신분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사회는 미쳐 돌아가고 있다.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약자를 조롱하고 짓밟고 조리돌리기를 하면서 망신을 주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많은 약자, 가진 것 없는 다른 사회적 소외자들 에게 언제 이와 같은 비슷한 칼날이 향할지 모른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중재에 나서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고 있으니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배운 교훈이 아무것도 없다.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곳으로 더 달려가고 있다. IMF사태 이후로 생겨난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이 가져야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어 버렸다. 인간존중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철학적 사유가 없는 “배부른 돼지”를 양산케 하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바로 “적폐”이다. 우리 아이들은 작금의 사태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까?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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