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본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차재용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공사 부지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가운데 유력한 경쟁 후보인 삼성그룹은 신중 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29일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 공고 발표 직후 입장 자료를 통해 "한전 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하고 공공성에 입각해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하겠다"며 "업무와 문화,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통해 계획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지난 2000년 연산 253만대 규모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10위 기업으로 떠올르면서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린 현대·기아차는 불과 13년만인 지난해 756만대까지 판매고를 3배 가량 늘리며 글로벌 빅5 업체로 우뚝 섰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양재 사옥이 좁아 서울 각지에 계열사와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업무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사분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 계열사를 한 곳에 거느릴 수 있는 공간 확보는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이번 한전 부지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간적 한계로 글로벌 업체들과의 브랜드 가치 경쟁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현대·기아차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에 있어서 GBC는 매우 절박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는 달리 삼성그룹 측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고가 오늘 나왔으니 앞으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참여 여부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9년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본사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계획한 바 있다. 

2011년에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한전 본사 인근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는 등 한전 본사 부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지만 막상 입찰 공고가 발표되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삼성그룹은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인수 타당상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찰 시한 전까지 한전 부지 인수 여부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전은 이날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에 대한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 부지 감정가는 3조3346억원이다. 최종 낙찰자는 입찰 마감 다음 날인 내달 18일 선정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물론 삼성그룹과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도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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