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정당 추진, 당심과 민심 모두 잡아라
최대 계파 친노의 급부상, 복잡해지는 야당
문재인 역할론, 과연 당권을 잡을 것인가

   
▲ 문재인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행보가 심상찮다. 문 의원이 최근 들어 발언을 자주하고 있으며 언론의 노출 역시 잦아지고 있다. 문 의원이 흡사 당권과 대권을 위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문 의원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의지가 결연한 모습이다. 야권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행동은 물론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높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문 의원이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대선 패배를 한 패장의 모습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런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침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월 재보선 패배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을 혁신하고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정국에 맞물리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만나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안까지 끌어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물론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당내 온건파로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자신이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간 협상이 이뤄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야말로 무존재 그 자체가 됐다. 박 위원장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 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야권 지지층 중 강경파는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떠난지 오래다. 오히려 진보정당으로 지지를 옮겨 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7월 재보선에 비해 반토막이 나있다. 더욱이 호남의 지지율 하락은 당의 존립 자체에 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은 공중분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당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혁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점점 커지는 문재인 역할론

이런 상황에서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문 의원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야말로 심상찮은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의원의 행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10일 간 동조단식이다. 물론 당내는 물론 당밖에서도 문 의원의 단식농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보수층에서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해결을 해야지 국회 밖에서 농성을 벌인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종편에서는 연일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해 차기 대권주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문 의원의 단식농성이 문 의원에게는 약이 됐다. 그것은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결집을 끌어냈다. 아울러 야권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탈환했다. 문 의원의 단식농성 전에는 야권 차기 대권주자 1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하지만 문 의원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야권 지지층은 결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문 의원에게는 단식농성이 독이 아닌 약이 된 셈이다.

박 위원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반면 문 의원은 단식농성을 통해 친노계의 결집을 이뤄낸 것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가 장외투쟁을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문 의원이 지난 2일 문성근 ‘국민의 명령’ 상임운영위원장과 최민희 의원 등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3명 모두 ‘시민통합당’ 출신이다. 시민통합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당시 문 의원과 문성근 위원장은 공동대표를 맡았고, 최민희 의원은 사무총장을 만났다. 3명의 만남은 단순히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만남은 아니라는 것이 정가의 해석이다. 3명의 만남 이후 문 의원은 ‘네트워크 정당’을 이야기했다. 문 의원은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 폐쇄적 정당구조를 탈피하고 네트워크 정당으로 변모해야 계파나 리더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 문재인 ⓒ뉴시스

네트워크 정당이란

네트워크 정당을 이야기한 것은 당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폐쇄적인 정당구조를 갖고 있다. 당원의 참여가 거의 없고, 일반 국민의 참여 역시 힘든 상황이다. 당은 비민주적 구조를 갖고 있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역할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곤두박질친 이유는 이런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정당구조 때문이다. 모든 권한이 당 대표에게 쏠리게 되면서 당 대표는 ‘전략공천’이란 미명 하에 자신의 사람을 심는데 급급했다. 이로 인해 당내 분란이 일어나고, 그 갈등이 표출되면서 7월 재보선은 패배를 맛봐야 했다. 때문에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정당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그 대안으로 네트워크 정당을 제시한 것이다.

네트워크 정당의 구축은 ‘친노 계파’의 부상을 의미한다. 당내 최대 계파이기는 하지만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던 계파가 바로 ‘친노’이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을 했지만 ‘민주당’의 조직이 워낙 굳건하면서 사실상 친노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폐쇄적인 정당구조에서 친노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친노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친노는 힘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그리고 실제 온라인 상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눈 감고 귀 닫아’ 버렸다. 그리고 인해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면서 일반 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외면했다. 때문에 민심을 당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정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네트워크 정당’은 당원·지역위원회 중심의 기존 정당 구조에 온라인 정당을 결합한 것이다. 민심을 정당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 시민이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민심을 정당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정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민심이 과연 최선이냐는 것이다. 때로는 민심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보수층에서 민심을 왜곡시킬 가능성도 높다. 최근 들어 보수층과 진보층은 인터넷 여론몰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세월호 정국에서도 마찬가지. 보수층은 세월호 정국이 풀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 책임이라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진보층은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사안을 갖고 인터넷 상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여론을 어떤 식으로 수렴을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잘못 수렴하게 되면 민심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 정당의 경우 ‘인터넷’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노년층’의 소외를 자초할 수도 있다. 노년층은 문명기기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 그들은 TV와 신문 이외에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할 줄 모른다. 즉, 네트워크 정당으로 전환할 경우 노년층 민심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 것이냐는 숙제가 남아 있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향해야 할 것은 바로 노년층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유권자를 살펴보면 노년층 유권자가 청장년층 유권자보다 상당히 많다. 더욱이 노년층 유권자들은 투표율이 높다. 문제는 노년층 유권자들 상당수가 새누리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노년층 유권자들을 상대하지 않으면 사실상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노년층 유권자’를 어떤 식으로 공략할 것이냐는 것도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한계는

어쨌든 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네트워크 정당’을 선택했다. 이는 당의 혁신을 의미한다. 그동안 당내 정치인들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을 제시해왔다. 여기에 문 의원이 합류한 것이다. 사실상 문 의원이 당 혁신을 부르짖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당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 체제는 내년 1월까지이다. 그 이후 당은 누군가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선출해야 한다. 차기 당 지도부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고 있다. 즉, 차기 당 지도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최대 계파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최대 계파를 이룬 세력이 결국 차기 대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1월 전당대회를 놓고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 친노는 물론 비노 그룹도 차기 당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지사.

그런데 문 의원이 최근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차기 당권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즉,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권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내년 1월 전당대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계파 간 목소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정당들도 계파 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 간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할만한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 친이 친박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당권과 대권을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쥐고 있었다. 그러면서 당내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통일됐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권과 대권이 철저하게 분리되면서 당권의 목소리와 대권의 목소리가 따로 놀게 됐다. 그로 인해 외부에 비쳐지기를 계파의 싸움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리더십이다. 그래야만 계파 간 목소리를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1월 전당대회 역시 당권과 대권을 분리를 시키게 된다면 결국 당권은 관리형 당 지도부가 될 수밖에 없다. 총선이나 대선을 욕 먹지 않을 정도로 치루는 그런 당 지도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권과 대권이 하나가 된다면 자신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의견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즉, 당권과 대권이 하나가 된다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게 되고, 이로 인해 통일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당권과 대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문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기등판할 경우 여권에게 공격을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렇지 않아도 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연일 문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문 의원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새누리당은 아마도 문 의원을 난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당 대표치고 제대로 임기를 채운 상황에서 물러난 예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즉, 문 의원이 내년 1월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이렇게 된다면 문 의원의 차기 대권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기 등판을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문 의원이 조만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그만큼 당이 위기에 놓여 있다. 때문에 문 의원의 역할에 대한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야권 지지층에서는 문 의원이 나서서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관리형 당 지도부 체제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문 의원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대선 이후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밀알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만큼 당을 위해 나설 때가 있으면 나서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문 의원이 조만간 커다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과연 얼마나 많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그렇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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