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음 인간> 저자 이나미 심리학자

 
‘미래 인간’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다음 인간>
이나미, “과거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라”
비관적인 전망도 수용하는 사고 필요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오를까?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이나 상용화된 우주여행 같은 것이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면 좀 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보라. 그렇다면 현재 개발 중인 자동화 제어 시스템을 장착해 스스로 차선을 달리는 자동차, 마이크로 센서를 달고 스스로 풍속과 온도 등의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비행기, 배터리가 없을 때 태양열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흔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때 주로 기술 환경의 변화에 국한시켜서 말한다. 미래에는 어떤 기계가 발명되고 그 결과 사람들은 지금과 얼마나 다르게 생활하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러한 변화가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상상은 그에 비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실시간으로 자신의 소식을 업로드하는 SNS의 속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만 SNS가 발달함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며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심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이나미 심리학자가 쓴 책 <다음 인간>은 다르다. 변화하는 사회를 정치, 경제, 환경, 가족이라는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소스로 인간의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굳이 인간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무엇일까.

이나미 심리학자는 “미래를 그려보는 이유는 단순히 복권을 맞추고,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어느 정권에 줄을 서면 좋을지 예비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보다는 과연 지금 나는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진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반성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이나미 심리학자를 만나 미래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다음 인간>은 인간 자체에 집중해 미래를 예측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크게 생각하면 우주 안에 지구가 있고 그 안에 공동체, 다시 그 안에 개인이 살아간다. 그렇기에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는 인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룰 때 총체적으로 주변 환경부터 시작해 각자의 내면까지 고려하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깊이 생각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방대한 것도 있다(웃음).

Q. 그렇다면 광범위한 카테고리에 대해 짧게 얘기해 달라.

: 본래 인간에게 정치, 경제, 환경이 안정되지 않으면 심리적인 고민은 사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같이 전쟁이 삶인 나라에서 정치적인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누가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말하고자 하겠는가. 또한 북한과 같이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 사람들도 각자의 내면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먹고 살기에 바빠 ‘어떻게 하면 배고프지 않을까’를 생각할 것이다. 또한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날마다 고생하는 사람에게 미래를 꿈꾸는 일은 사치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안정이 베이스로 깔려야 인간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선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정치, 경제, 환경과 관련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후에는 정치, 경제, 환경에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과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또한 혼자 있을 때 어떻게 노는지,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어떻게 하는지, 혼자 죽게 되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지와 더불어 ‘나’와 함께하는 가족, 친구, 애인, 지역공동체 등의 이야기도 담았다.

Q. 책의 내용이 대부분 에피소드를 동반한 예시로 구성됐다. 또한 신화와 오래된 역사를 인용해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이 많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나.

: 인간이 가지고 살아가는 원형적인 패턴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기술은 발전을 하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나 사랑하는 방식은 그대로 가는 것처럼. 그렇기에 고대의 신화도 과거의 이야기로 끝난 게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되풀이 된다. 이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트렌드를 예측하기가 힘든 것이다. 역사를 모르고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역사와 과거, 또한 현재의 경향은 미래로 가는 하나의 계단이 된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가 각각의 봉우리가 되고 이러한 산맥들이 모여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Q. 미래의 인간은 어떤 모습인가?

: 여러 모습이 있다. 아픔도 욕구도 없이 식물처럼 가만히 있는 무감동에 빠진 사람들,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지도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무욕 인간, 계획적인 삶보다는 찰나의 순간에 충실한 보헤미안형 인간, 정형화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양성화된 인간 등이 존재한다. 또한 미래 인간은 책에 쓰여 있는 이런 유형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하게 존재하며 또 다른 인간 유형은 계속 새롭게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미래에는 영적인 면에 관심이 많은 인간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다보면 나중엔 반동이 형성된다. 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반드시 쿠데타가 발생하고 민중봉기가 있으면 반민중적인 전체주의가 등장한다. 현재는 우리가 너무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영적 분야로 대중의 관심이 치우치는 시기가 올 것이며 이와 관련한 새로운 인간 유형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Q.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물질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까. <다음 인간>에서는 ‘우리 사회가 정신이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개인적으로는 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방 이후 지도자들 중에 경제발전 외에 영적인 성숙에 대해 말한 지도자가 과연 있었나. 지도자들은 배불리 먹으면 된다는 주관적인 행복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그들은 대중들에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환상만 심어줬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니까 기본적인 도덕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때 윤리과목을 폐과목 시킨 것은 이를 보여주는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윤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이러한 행태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의 거울이며 우리가 닮아야 할 사람들이 스스로 윤리와 도덕을 버렸기에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윤리와 도덕을 버리는 상황이 됐다.

Q. 그렇다면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윤리와 도덕은 내 자신이 안전한 사회를 살기 위한 필수요소다. 윤리와 도덕을 버리는 순간 우리 모두가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게 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고 절체절명의 시기에 자신의 임무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했던 사람들이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임무에 대해 태만하고 눈속임해 큰 아픔을 겪게 된 것이다. 윤리와 도덕을 버린다면 우리 모두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Q.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 ‘창조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보통 창조라고 하면 ‘잘 놀면 나오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좋은 데 가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게 창조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창조의 원천은 결핍과 고통에서 비롯되며 무언가 부족하고 힘들 때 나온다. 쇼팽과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왜 불행한 사회에서 나왔나를 생각해보면 된다. 슬픔이 있어야 그 슬픔을 극복하려는 어떤 노력을 하게 되고 그게 창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Q. 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고를 가져야 하나.

: ‘건강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 융 심리학에서는 ‘자아’와 ‘자기’를 다르게 얘기한다. ‘자아’는 주로 본능에 충실하며 외적인 성공을 중시한다. 이에 반해 ‘자기’는 본능이나 외적인 성공이 아닌 온전한 자신과 전체정신을 중시한다. 또한 ‘자기’는 ‘나’ 하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시 여긴다. 이 뿐만 아니라 ‘자기’ 안에는 어두운 부분도 존재하는데, 콤플렉스나 주변사람들과의 마찰을 포함해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어두운 부분을 수용한다. 항상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자기’가 아니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도 수용할 수 있을 때 ‘자기중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나 하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으로 ‘건강한 자기중심적 사고’란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주변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고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Q. 현실의 이득만을 쫓기 바빠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데 소홀한 현대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 현실에 급급해 하지 말고 미래를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철저히 현재만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짐승의 정신 상태와 비슷하게 된다. 짐승들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현재에만 충실하다. 하지만 현재에만 충실하면 반성을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를 살아갈지 고민해야 한다.

Q. 과거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 우선 과거를 통해 반성을 하고 이를 계기로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날 과거타령만 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게 된다. 과거는 아무리 반성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분석해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현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떤 전망 없이 현재 좋아하는 것만 추구하면 생산적이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생산적’이라는 것은 현재는 힘들지만 지금 잘 참고 버티면 후에 참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산성을 유념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만약 내가 ‘이제부터 열심히 일해라, 나 외에 다른 사람도 사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 때부터 책은 설교로 변질된다. <다음 인간>은 ‘꼭 이렇게 될 것이다’하는 예언서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책에 쓴 부분 중 어두운 이면들을 거론할 때는 내가 얘기하는 부분들이 틀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 각자가 자신들의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상해보도록 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가 유토피아를 제시해주면 좋은 부분도 물론 있을 테지만 유토피아만을 생각하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디스토피아가 오게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해답을 제시해주기보다는 각자가 느끼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Q. 다음 예정작이 있나.

: 세 개를 준비 중이다. 하나는 외국 저자들과 함께 외국의 한국 문화에 대한 주제로 쓰고 있고 하나는 가족의 역동에 관해서 쓰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철학자의 살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중 독자들에게 생소한 철학자의 살림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자면, 사람들은 보통 살림에 대해 말할 때 살림하는 기술만 얘기한다. 밥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 어떻게 해야 정리정돈을 잘하는지 등의 기술만 말한다. 나는 이러한 기술들 밑에는 철학과 연결되는 인생관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살림과 관련한 철학을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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