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건국대 주차관리노동자 집회 현장에 가다

   
 

건국대분회 “해고된 주차관리 노동자, 고용승계 해야”
KT텔레캅 “우선 2명만 고용.. 나머지는 자리 날 경우 고용승계”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 자리 비운 사이 행정관 안 농성장 짐 빼
건국대 “대학을 상대로 한 고용승계 요구… 억지 농성”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건국대학교가 교내 주차 관리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차관리 노동자들을 부당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건국대학교분회(이하 건국대분회)에 따르면 건국대는 지난 8월 20일부터 KT텔레캅과 임대계약을 맺고 주차시설에 ‘무인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인 아마노코리아에 고용돼 근무하던 노동자 28명 중에서 23명이 업체 측으로부터 하루 전에 해고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명은 해고를 인정했고 나머지 12명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8월 19일부터 건국대 행정관에서 점거 농성을 실시했다.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로 인해 KT텔레캅 측은 우선적으로 2명을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10명은 자리가 날 경우 고용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건국대분회 측은 순차적 고용승계는 KT텔레캅 사업장에서 결원이 발생할 때만 해당되는 '조건부 합의'라며 반발했다. 12명의 채용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국대학교 측은 “교내 주차관리 임대업체가 지난 8월 19일 부로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임대업체가 들어온 것”이라며 “학교는 임대업체의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행정관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건국대분회 “주차관리 노동자 고용승계, 진짜 사장 건국대가 책임져야”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6일 오전 12시, 서울 광진구에 있는 건국대학교를 찾았다. 건국대 상허박물관 앞에서 건국대분회 관계자를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관계자 등이 함께 자리했다.

먼저 건국대분회 관계자들의 투쟁발언이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주차관리 동지들이 투쟁하는 것은 단순히 노동자의 투쟁뿐만 아니라 이 건국대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 안전해지고 행복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투쟁”이라며 “이 투쟁을 전국에 있는 학생과 성원들이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건국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원직복직 투쟁이 40일이 넘어가고 있다”며 “대학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교육적이어야 하고 응당 그래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에서 고된 노동을 감내해온 이 노동자들을 임대용역이라는 이유로 내몰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동자의 생존권이 단지 자기들의 비용절감의 대상이 그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쟁발언이 끝나고 민중가수 박준동 씨의 노래공연이 시작됐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제목의 노래를 ‘질긴 우리 승리한다’로 바꿔서 노래를 불렀다. 박 씨는 “얼굴 찌푸리지 말고 아주 희망차게 부르자”고 말했다.

   
 

노래가 끝나고 한 노동자가 지나가는 건국대 학생들을 향해 “건국대 학생들이 함께 해줘야 돼”라고 소리쳤다. 이에 몇몇 학생들이 농성장으로 다가와 앉았고 일부 학생들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나모 씨는 “노동 삼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기본적인 원칙이라 배우고 대학에 왔다”며 “약자를 약하게만 치부하고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의 힘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을 쉬게 된다. 모두 끝까지 힘내시고 기본권을 찾기 위해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국대가 책임지고 고용보장 해결하라”, “비정규직 철폐”, “끝까지 투쟁해서 현장으로 돌아가자”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캠퍼스 안에 울려퍼졌다.

또 농성에 참여한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양모 씨는 “학교 측에서 KT텔레캅과 계약하고 무인정산 시스템을 설치할 때 인원이 감축될 것을 알지 않았을까 싶다”며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 다 인권이고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책임지고 일(고용승계)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 아무 관계가 없다고만 말하지 말고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타 대학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았다. 농성장을 찾은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신태영(23)씨는 “일하시는 노동자 분들이 부당해고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됐다”며 “건국대학교가 돈을 벌기 위해 몇 년 넘게 일했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그런 행태들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건국대분회 “학교 측, 통보없이 농성장 짐 빼”

이날 집회가 끝난 뒤 기자는 건국대 행정관을 찾았다. 그런데 행정관 앞에 농성장에 있던 노동자들의 짐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건국대분회 관계자들은 나와있는 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학교 측에 짐을 뺐음을 알게 된 건국대분회 관계자와 건국대 학생 등은 행정관 앞에서 “문 열어! 문 열어!”를 연신 외쳐댔다. 잠시 후 총무팀장이 내려오자 노동자들은 팀장을 향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냐”, “꼴보기 싫은 게 업무방해냐, 조용히 해달라고 해서 조용히 하지 않았냐”,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관 근처에는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경찰이 출동해 대기해 있었다. 이어 5분 뒤 총무팀장은 행정관으로 들어갔고 행정관 입구는 곳곳이 봉쇄됐다. 노조 관계자들은 아무런 통보없이 짐을 뺀 상황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건국대분회 관계자에 따르면 건국대 학생 100여 명은 오전 10시부터 이사장의 배임횡령 문제 등으로 농성을 하기로 해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자리를 비켜줬다. 그리고 1시 30분쯤 학생들이 나가자마자 학교 측에서 무단으로 짐을 뺐다는 것이다.

심정을 묻자 건국대분회 박현수 차장은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당혹스럽다”며 “일단 물품을 여기에 놓고 농성장은 당장 천막으로 하고 향후 계획은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건국대 측이 앵무새처럼 한결같이 자기네 하고 관계없다고 말한다. 건국대학교가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이것이 교육기관다운 자세라고 본다”며 “과거 관리직을 포함해 총 27명이었는데 임대업체가 바뀌고 무인정산시스템이 들어오면서 근로자가 13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 지부장은 주차관리노동자들이 무인정산시스템 도입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노동자를 외면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것. 기존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건국대분회 측은 지난 2월 노동조합이 생겼고 근로자들이 이에 가입하자 그걸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구권서 지부장은 “건국대가 생긴 이후 고용승계가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다”며 “5년 전에는 100% 고용승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차관리에 대해 학교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문제가 발생한 것은 건국대학교 때문이고 학교는 고용문제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이곳에서 일하신 분들은 보통 7~8년이 된다.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건국대분회의 고용승계 주장, 명백한 억지 농성”

건국대학교는 건국대분회 측의 고용승계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건국대에 따르면 주차관리 외주는 파견 용역이 아니라 외주임대이다. 외주임대는 해당 회사가 학교에 임대료를 지불한 뒤 학교 안에서 영업(주차영업)을 하는 것이다. 또 인력 파견용역이나 간접고용과 달리 외주임대는 해당 서비스와 사업 전체를 일정 임대료를 받고 완전 임대하는 것으로 인력 채용 등 모든 사업 운영의 권한이 사업주인 해당 기업에 있다. 이런 근거를 대며 기존 주차 임대업체 직원들의 채용 요구와 시위 집회는 실질 고용주인 해당 민간기업을 상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건국대 측 관계자는 “구내식당 외주 업체도 계약기간이 지나면 (근로자가) 바뀐다. 농성 근로자들이 소속된 회사는 영세 사업체가 아닌 주차관재시스템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외국계 기업 ‘아마노코리아’다”라며 “노동자들의 채용 요구는 소속 기업을 상대로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대학이라는 이유로 민간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억지 농성”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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