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미영 役 신민아

   
▲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망가지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그녀, ‘신민아’
데뷔 10년차, 진정한 배우로서의 고민도 엿보여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 선보이고파”
“‘미영’통해 보통 여자들의 평범한 감정 표현하고 싶었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잔뜩 부은 눈을 숟가락 두 개로 찜질하면서 툴툴대고 듣는 사람이 귀를 막고 싶어지는 음치 수준의 노래를 불러대도 마냥 사랑스러워 보이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바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신민아(30)이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에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4년의 연애 끝에 ‘미영’과 ‘영민’은 결혼에 골인했지만 현실적인 갈등으로 인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신혼생활을 그려냈다.

그런데 망가지는 모습에서조차 예쁨이 뚝뚝 떨어지는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신민아가 과연 지극히 평범한 ‘미영’을 잘 표현해냈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보는 이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맞아. 내가 ‘미영’이라도 저렇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끔 완벽히 ‘미영’에 빠져들어 연기한 신민아를 보며 외모가 아닌 그녀의 연기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서른 살이라는 나이로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차답게 진정한 배우로서의 고민이 느껴지는 그녀를 지난 1일 <투데이신문>에서는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영화에 대한 주변 반응들이 어떤가.

: 워낙 원작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에 주변 반응이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VIP 시사회까지 마친 지금 주변 반응들이 정말 좋아서 기분 좋은 상태로 홍보하고 있다.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 작품을 선택했나.

: 원작에는 없는 부분인데 일하는 여자로써 느끼는 허무함이나 자괴감 같은 ‘미영’의 감정선이 시나리오에 잘 드러나 있었다. 또 ‘영민’과 갈등하는 과정에서 묘사돼있는 ‘미영’의 감정선도 맘에 들었다. 사실 요즘 워낙에 남자배우들이 주가 되는 영화가 많다 보니까 여자의 감정이 드러나는 영화가 많지 않고 나를 비롯한 또래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의 기회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리메이크작이라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다.

: 우리 영화가 원작이 있다 보니까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감독님과 모든 배우들이 영화의 씬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했다. 또 리메이크 되는 장면들은 다른 장면들보다 더 욕심내서 찍으려고 했고 항상 연기를 할 때 원작과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연기를 할 때는 어떤 부담감도 생각하지 않고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미영’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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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씨를 직접 캐스팅 했다고 들었다.

: 내가 먼저 캐스팅이 됐었기에 자연스레 상대배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조정석씨가 코미디 연기를 함에 있어서 자연스럽고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를 하는 부분에서 박중훈 선배님하고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조정석씨가 ‘영민’의 캐릭터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정석씨 얘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조정석씨가 생각보다 훨씬 영민 캐릭터를 잘 표현해줘서 영화가 잘 살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영민’은 음란마귀 씬에서 보여주는 연기 때문에 되게 나빠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조정석씨는 ‘영민’을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그렇기에 ‘굉장히 영리한 배우다, 연기를 통해 자기 매력을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미영’을 표현하고 싶었나.

: ‘미영’을 통해 여자관객들이 연애를 하는 여자가 느끼는 감정, 결혼을 한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 혹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여자임을 조금씩 잃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여성이 느끼는 감정 등 보통 여자들이 느끼는 평범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미영과 실제로 내가 표현해내는 ‘미영’이 서로 잘 어우러져서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미영’의 감정들이 영화 안에서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미영’과 ‘영민’은 어떤 느낌이 드는 커플인가.

: 영화의 엔딩에서 ‘미영’과 ‘영민’이 평생 싸우고 화해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조정석씨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것처럼 ‘미영’과 ‘영민’은 투닥거리면서 알콩달콩하게 살아가는 친구 같은 커플이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부부는 평생 같이 가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와 조정석씨가 연기한 ‘미영’과 ‘영민’이 영화 속에서 귀엽게 놀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자 친한 친구 사이같이 느껴진다.

경험해보지 못한 유부녀역할이 힘들지는 않았나.

: 연기하면서 유부녀 역할이기 때문에 힘들다거나 부담감이 느껴지거나 한 건 없었다. ‘미영’을 연기하면서 ‘내가 왜 이 시나리오에 공감이 됐을까. 나는 결혼도 안 해봤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영화는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것. 부부의 이야기라기보다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영화이기에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결혼한 여자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남편감으로 영민 같은 남자는 어떤가.

: ‘영민’은 어느 정도 낭만도 있고 ‘미영’을 항상 둘만의 애칭으로 부를 만큼 다정하고 ‘미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들은 맘에 든다. 물론 철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여자가 잘 다스리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에서 나오는 음란마귀 씬과 같은 상황이 없게만 잘 다스리면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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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나.

: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 결혼한 분들도 많지 않고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기에 ‘결혼’이라는 게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덧 30대가 되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결혼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또 ‘내가 정말로 결혼을 할 수도 있는 나이구나’ 하는 자각도 하게 됐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생활은 둘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면 큰 갈등도 잘 극복해 나가야 잘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평소 이상형은 있었나.

: 항상 이상형이 바뀌기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같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같이 있으면 소소한 것들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다.

결혼하고도 연기는 계속할 생각인가.

: 결혼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사안 자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결혼하기 전까지 마음이 계속 바뀔 것 같다. 결혼하면 그만 두고 결혼생활을 즐기고 싶기도 할 것 같고 또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 이뤄낸 일이기에 포기하기 싫을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이 일이 그만두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이 있기도 하고 결혼을 하고 나면 또 그런 과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늘어날 것 같기에 일을 그만 두고 싶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쪼록 두고 봐야 알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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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접어들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 내 스스로 30대가 돼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다. 그런데 주변반응들이 달라졌다. 지금 이렇게 ‘30대가 돼보니 어때요’와 같은 질문을 받은 것처럼. 이제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더 이상 ‘어린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반응에 부응하기해서 좀 더 진중하게 행동하는 부분은 있지만 내 마음가짐이나 생각 같은 건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단지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상황만 달라졌을 뿐 나에게 있어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어떤 30대 보내고 싶나.

: 그야말로 잘 보내고 싶다. 물론 무슨 일은 하든지 나중에 40대가 돼서 돌아봤을 때 후회되고 안타깝고 모자라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그냥 ‘인생을 잘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는 물론이고 내 자체의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 예전에는 내 자신을 위한 여유시간이 부족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부분이 후회가 됐다. 그렇기에 30대에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많이 보내고 일도 즐기면서 하고 싶다.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차인데 돌이켜보면 어떤가.

: 너무 어린 나이였던 중학생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까 경험 없이 연기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나 안타까움 같은 게 있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다고 생각하기에 지난 시간들을 모두 소중하게 추억하려고 한다. 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쌓여 꼭 연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생활하는 것에 대한 재미와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아무래도 배우이다 보니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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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 보이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 예전에는 작품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봤다면 요즘에는 ‘내가 이 캐릭터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나에게 작품을 고르는데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인가’를 본다.

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 딱히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는 건 아니고 이번에 연기한 ‘미영’처럼 평범하고 현실에 조금 가까이 있을 법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또 내가 어떤 캐릭터 인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10년 후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지금처럼 대중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년 후면 40대니까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편해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기를 마치 친구처럼 여기면서 지금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그렇지만 연기를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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