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도시철도 김태훈 승무본부장

   
 

최근 자살한 기관사 송 씨, 수면장애와 우울증 앓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자살, 2003년 이후 8명 
기관사들이 겪는 정신질환… 우울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
일본, 한국과 달리 2인 승무에 대한 법제 마련돼 있어
2005년부터 폭압적 조직문화 형성돼… 하루 빨리 개선돼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하철이 아니라 자살철?’

지하철은 시민들의 발이 되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잇따른 기관사 자살로 ‘자살철’이라는 오명을 입고 있다.

지난달 18일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지하철 7호선을 운행하던 한 기관사가 목숨을 끊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대공원승무사업소 소속 송우근(45) 기관사는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송 씨는 1994년 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해 올해로 근무한 지 20년이 되는 베테랑 기관사였다. 지난 2000년 4월에 승객이 지하철에 투신한 사상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재직 중 사장 표창을 여러 차례 받았을 정도로 우수한 근무실적을 보였다.

평소 송 씨는 수면장애를 앓아왔고 최근 우울증이 깊어져 병원을 알아보던 중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나 후배에게 자상하고 정이 넘치는 선배였던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늘 성실하고 적극적이었던 송 기관사의 죽음으로 많은 동료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기관사 송 씨가 근무했던 대공원승무사업소는 지난해 10월 정모 기관사의 자살사고가 있었던 곳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또 사고가 발생했다. 2003년 8월, 공황장애를 앓던 서모 기관사가 6호선 열차에 투신자살한 것을 비롯해 2013년 1월에는 신경성질환을 호소하던 황모 기관사가 자택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문제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자살사고가 2003년 이후 8번째라는 것이다. 11년 사이 무려 8명의 기관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건강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 다시 말해 기관사의 근무환경이 안전문제와 연결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기관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의 권고안과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더불어 후진적이고 병폐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3월 이모 기관사 자살사고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를 발족해 ▲지하철 근무자 정신건강증진과 질환예방 ▲조직문화 개선 ▲2인승무제 등을 위한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고안은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 보고서 적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표류 중이다.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는 기관사 자살을 막기 위해 힐링센터 설치 등 여러 대책을 내놓거나 시행했다. 더불어 지난달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행되고 있는 지하철 기관사의 자살예방 대책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관사의 자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살을 택했던 기관사들은 주로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은 기관사들이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억압적인 노무관리와 폭력적인 조직문화 ▲기관사 1인승무 시스템 ▲100%에 가까운 지하터널 구간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무형태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크게 ▲휴일 수 확대 ▲무사고 포상금 인상 ▲승무원 정신건강 프로그램 확충 ▲노후침실 신축계획 ▲2인승무 시범실시 ▲운전실 환경개선 등이 있다. 이런 지속적인 요구가 언제쯤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투데이신문>은 기관사들이 지하에서 저승사자와 동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서울도시철도 김태훈 승무본부장을 만나 기관사들의 근무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하철 기관사들에게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고리, 과연 끊을 수 있을까.

   
▲ ⓒ 뉴시스

Q. 최근 대공원승무사업소 소속 송우근 기관사가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2012년 이후 벌써 네번째 사고다. 동료 기관사들이 애통하고 굉장히 슬퍼하셨을 것 같다
: 그렇다. 2년 사이에 연거푸 네 분이 돌아가셨다. 사실 충격이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워낙 자주, 주기적으로 발생하니까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올 것이 왔구나’라고 말이다. 기관사 자살에 대해 면역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우리 사업장은 어느덧 죽음의 사업장이 됐다. 기관사들도 충격이 크지만 워낙 주기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감각이 무뎌지는, 그런 가슴 아픈 현상이 생기고 있다. 

Q. 故 송우근 기관사가 평소 우울증과 수면장애 호소했다는데
: 송 기관사 역시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이야기를 주변 동료들로부터 들었다. 사실 불규칙한 업무환경이 축적되다 보면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현재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기관사가 많다. 대부분의 기관사들에게 약간의 수면장애가 있다. 수면제와 같은 약을 처방받아 회사에서 잠잘 때 약을 복용하고 자는 분들이 있다. 업무가 너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관사들의 숙직실은 2인 1침실 형태다. 방 하나에 두 명이 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꾸준히 침실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잠깐 자더라도 여러 사람이 자면 숙면을 못 취하지 않나. 그래서 1인 1침실로 개선해달라고 건의했었다. 이 부분은 사측과 합의가 된 사항이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건물을 지으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현재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해서라도 1인 1침실로 바꿨으면 한다. 

Q.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등 기관사들의 업무가 불규칙하다던데  
: 기관사들의 업무는 유동적이다. 열차는 계속 운행돼야 한다. 아침 5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움직인다. 열차 운행시간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기관사들의 출퇴근 시간이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매일 본인이 몇시에 출근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그 시간을 못 맞추면 내 열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으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Q. 그렇다면 기관사들의 근무 시간은 얼마나 되나
: 열차를 운전하는 시간은 4시간 42분 정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관사들이 대략 5시간을 운전하고 나머지 시간은 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출근하면 열차를 타기 전 운행 상황을 미리 점검한다. 또 특이사항, 이례사항을 사전에 숙지한다. 컴퓨터를 통해 간략한 교육도 받는다. 그렇게 준비 시간이 30분이다.

무엇보다 가끔 기지에 가서 열차를 갖고 나와야 하는 경우, 기지로 열차를 입고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입‧출고 시간이 한 시간씩 별도로 들어간다. 더불어 식사도 해야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 시간이 놀고 쉬는 시간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5시간을 운전한다고 봤을 때 근무 시간은 10시간 정도로 계산돼야 한다고 본다.

Q. 서울도시철도가 전국 사업장의 1인 승무구간 중 터널 비율이 높은 등 노동강도가 세다고 하던데
: 그렇다. 서울메트로 등에 비해 지하구간이 많고 노선도 길다. 또한 혼잡률과 인구밀집도가 높아 노동강도가 더 세다.

   
▲ ⓒ 뉴시스

Q. 현재 노조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2인 승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사측은 1인 승무를 고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비용 때문인 것인가
: 일단 사측은 자동운전을 하기 때문에 1인 승무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동운전을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1인 승무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혼잡률 등을 따져 운전방식에 상관없이 2인 승무를 실시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2인 승무에 대한 법제가 마련돼 있어 그 기준 넘으면 2인 승무를 하는 것이다. 일본 정도의 기준이면 서울도시철도는 다 2인 승무를 실시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가 1인 승무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비용 때문인 것 같다. 

Q. 그렇다면 노조에서 2인 승무를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현재 1인 승무 시스템에서는 기관사가 운전을 비롯해 다른 업무까지 다 처리한다. 한 사람이 하기에는 한계를 넘어선 일을 시킨다고 보고 있다. 기관사 건강에 시민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장 우선시돼야 할 부분은 시민의 안전이다. 시민이 안전하려면 기관사가 건강해야 하므로 우리는 2인 승무를 주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구 지하철 참사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시 2인 승무체제였으면 한 사람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뒤편의 상황을 잘 모른 체 혼자 처리하다 보니 화재가 번졌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Q. 그렇다면 2인 승무가 사고 예방 확률이 높다는 말씀인가
: 그렇다. 사고가 발생하면 두 사람이 처리하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故송우근 기관사가 지난 2000년 4월에 사상(투신)사고를 경험했었다고 들었다. 사상사고를 경험하는 기관사들이 많은 편인가 
: 사상사고는 사람이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려는 것을 뜻한다. 사상사고를 경험한 기관사들은 꽤 있는 편이다. 스크린도어가 나오고 난 이후 사상사고가 줄기는 했다. 어쨌든 사상사고 경험이 있는 기관사들은 대대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기관사가 많다. 사상사고 경험한 사람 중에 공황장애로 이어져서 전직한 기관사도 있고 산재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Q. 송 기관사가 사망 전,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우울증을 호소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송우근 기관사는 남에게 본인의 힘든 점을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쌓이다 보니 힘들어했고 우울증이 심해져 치료를 위해 병원을 알아봤다고 하더라. 업무적 스트레스는 계속 지적된 강압적, 폭압적인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잇따른 기관사들의 자살로 인해 전문가들 역시 2인 승무시스템 도입과 함께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시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 현재 힐링센터가 마련돼 있다. 힐링센터는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전문의가 상주해 있고 기관사나 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다고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기는 힘들다.

사측과 치료와 치료비 보장 그리고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지켜지지 않은 게 몇 가지 있다. 실제로 힐링센터에서 치료받은 직원의 성과급이 적게 나온 경우가 있었다. 경력이 오래 됐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누락이 된 분도 있었다. 장기근속자로 따지면 1순위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기관사들이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에 억압적인 관리를 받았던 피해자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실적경쟁을 강요했던 사람들이 현재도 관리자로 있는데 어떻게 아프다고 말할 수 있겠나. 당시 폭압적으로 관리했던 당사자들이 현업 소속장들로 다 구성돼 있다.

우리는 이번에 자살사고가 터지면서 결국 ‘조직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기관사 자살사고가 발생했을 때 폭력적으로 조직을 관리했던 사람들은 한 명도 책임지지 않았다. 기껏 문책한다고 한 게 2급은 2급으로 자리 이동하고…. 보직변경만 하는 것이다. 약간 중요한 업무에서 덜 중요한 업무로 바뀌는 것이다.

힐링센터나 이런 곳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쉽게 말을 못하는 것이다. 비밀보장을 한다고 하지만 믿지 못한다. 결국 (아프다고 말하고 상담을 받으면) 나중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이 왜 아프겠나. 자신이 아픈 걸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팔 부러지거나 외부로 보이는 것 빼고는 말이다. 그런 징후들을 잘 찾아서 치료하거나 아픈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측이 도와줘야 한다.

   
 

Q.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폭압적인 조직문화란 어떤 것을 말하나
: 2005년 이후부터 폭력적 조직문화라 할 수 있는 사건이 여러 가지 있었다. 일단 조직의 리더들이 굉장히 폭력적인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2005년에 취임한 음성직 사장은 폭력적인 경영을 보여줬다. 5년 가량 재임해 2010년 2월까지 있었는데 당시 창의경영, 창의조직이라는 명목으로 수시로 조직개편을 했다. 언제 인사발령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또 노동조합을 억압하기 위해서 간부들의 징계를 과도하게 내리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벌였다. 그 중 하나가 퇴출부서 운영이다. 사측에서 ‘업무 부적격자’라고 규정한 사람들을 퇴출부서로 보내는 것이다. 일단 퇴출부서에 들어가면 허드렛일을 한다. 부정승차를 잡는다든지 홍보물을 붙이는 등…. 기관사들도 있고 다른 직종의 근무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승무출신을 많이 보냈다. 더불어 폭력적인 경영 중 하나는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돼 있음에도 안전 운행과 상관없이 수동운전을 하게 했다. 1인 승무를 하면서 수동 운전을 하는 것은 노동강도가 몇 배로 높아지는 것이다.

Q.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들에게 수동운전을 실시하게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 쉽게 말해 실적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수동운전 실적을 많이 올린 사람과 실적관리 대비가 되니까. 사측에서는 표면적으로 수동 운전을 하면 에너지 절약이 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절약이 되는지 증명되지 않았다. 또 당시 범국민적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사무실에 불을 반 정도 꺼버린다거나 에어컨을 못 틀게 하기도 했다. 어쨌든 기관사들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정도 거의 100% 가까이 수동운전을 했으며 업무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만약 수동운전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단으로 보내버리니까 기관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전문제에 있어서도 수동운전보다 자동운전이 훨씬 안전하다. 수동운전을 할 때는 다른 부수적인 장치도 같이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운전은 열차가 도착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기관사는 출발, 출입문 취급 등을 한다. 반면 수동운전은 출입문 취급을 비롯해 속도조절도 해야 하며 정거장에 도착하면 출입문에 정확히 맞춰 서야 한다. 게다가 1인 승무이기 때문에 민원, 업무방송, 사고수습, 열차운전 등을 혼자 다 책임져야 한다. 사실 사측에서는 실적을 수치상으로 관리하기에는 수동운전만큼 편한 게 없었기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2012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자동운전을 시행했다. 

Q.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폭력적인 경영 중 하나로 ‘조별경쟁’을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 원래 버스기사, 비행기 조종사는 개별교번제로 근무를 한다. 개별적으로 근무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를 조별로 묶어버렸다. 조에 관리자를 붙여서 통제하고 관리하기 쉽게 만들었다. 심지어 반장, 총무까지 임명해 같은 기관사가 기관사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Q. 사측의 조별 관리로 인해 따돌림의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는데 
: 지금까지 사측은 (직원들이 서로) 따돌림을 시킬 수 있는 문화를 형성했다. 예를 들면 대기 근무표라는 게 있다. 이는 기관사가 긴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운행하지 않고) 대기해있는 것이다. 아픈 사람이 생길 경우 대신 운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픈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편, 사측은 조별경쟁 근무형태가 좋다고 주장했다. 친밀도가 높아지고 기관사와 관리자가 소통이 잘 된다고 했다. 외부적으로 보면 설득력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실적경쟁이 굉장히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처음에는 동아리 활동의 경우 축구, 테니스, 등산 등 취미생활이 비슷한 사람끼리 묶어줬다. 하지만 집단적으로 탈퇴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동아리까지도 억압을 했다. 결국 관리자들은 동아리마저도 노무관리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이후 직원들에게 개별교번제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한 결과 85%가 찬성이 나왔다. 이에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개별교번제 시범실시에 합의했다. 그래서 개별교번제가 작년 6월부터 시범실시됐고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한다고 본다.

Q. 기관사들이 호소하는 정신적인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기관사들이 호소하는 정신질환은 보통 우울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이 있다. 또 외상후 스트레스도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때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Q. 실적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
: 불편한 실적 경쟁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업무와 상관없는 봉사활동 등으로 실적관리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에는 봉사활동을 못 하지 않나. 보통의 경우, 야간근무를 한 뒤 아침에 봉사를 간다. 이것을 토대로 실적을 평가한다.

또한 ‘제안제도’라고 해서 직원들이 회사에 좋은 제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몇 건씩 해야 하며 이것 역시 평가에 들어간다. 더불어 칭찬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직원에게 가산점을 준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칭찬민원은 가짜 칭찬민원이다. 지인들에게 칭찬민원을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등 거의 칭찬민원 90%가 이런 식으로 들어왔다. 이 외에도 사측이 복수노조를 관리하는 등 폭력적인 운영으로 기관사들이 힘들어했다. 

Q. 5‧6‧7‧8호선의 지하터널 구간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전동차 운행 환경이 어떤지 궁금하다
: 지상으로 역사가 몇 개 있기는 하다. 7호선 청담대교와 뚝섬유원지를 지날 때 그 사이 지상이 좀 있고 8호선 구간 잠실 쪽에 한 정거장이 있다. 어쨌든 전체구간으로 따지면 거의 1%도 되지 않는다.

지하터널 구간에는 시야확보를 위해 양 쪽에 형광등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목으로 몇 개씩 끈 적도 있다. 무엇보다 기관실 내부 공기가 탁하기 때문에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그런데 5‧6‧7‧8호선은 지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환기를 시키고 싶어도 터널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환기가 어렵다.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거나 비염에 걸린 기관사도 많다. 나 역시 예전에는 비염이 없었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생겼다.

Q. 기관사들의 승무환경,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 기관사들의 근무 환경이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관사들이 1인 승무에 대해 공포감 느끼고 있다.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를 앓는 기관사들이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 사람하고 2인 승무를 해야 하는데 저승사자와 2인 승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