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섬, 서울 대표 수상문화 복합시설물로 거듭날까

▲ 왼쪽부터 ‘가빛’, ‘솔빛’, ‘채빛’

‘가빛’, ‘채빛’, ‘솔빛’에 ‘예빛’으로 구성된 ‘세빛섬’
재개장 준비 끝…“10월 중순 전면 개장 앞둬”
서울의 ‘랜드마크’로 거듭나나…이목 집중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한강 반포지구 반포대교를 따라 가다보면 한적한 반포한강공원 앞 한강에 자리 잡은 세 개의 건물을 볼 수 있다. 그곳은 바로 세 개의 빛나는 섬 '세빛섬'이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그 건물들은 마치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세 척의 배를 연상시키며 보는 이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한 때 ‘세빛둥둥섬’이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했던 세빛섬은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체 위에 건축물을 건설하는 ‘플로팅(Floating)’ 형태로 지어진 인공섬이다. 이는 우리에게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물 위에 떠 있는 건축물’이라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해줄 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마치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색채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다. 

▲ 세빛섬 야경

이러한 화려한 외관에 걸맞게 주중 약 1500명, 주말에는 약 5000명이 찾아 서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촬영을 비롯한 각종 행사의 개최지로 주목 받으며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세빛섬을 지난 7일 <투데이신문>에서 직접 찾아가 봤다.

‘한강의 꽃’ 세빛섬, 다양한 공간 갖춰

세빛섬은 지난 2007년 “한강에 섬이 생기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삭막한 한강에 문화의 꽃을 피워 나간다는 의미’를 담아 설계됐다. 총사업비 1390억원을 들여 2011년 완공됐으나 연 90억원이라는 임대료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세빛섬은 2년반 동안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방치됐다.

그러던 중 효성이 1대주주로서 직접 운영을 맡고 2대 주주로 서울시 산하의 기업 SH공사가 나서며 ‘가빛’, ‘채빛’, ‘솔빛’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개의 섬에 ‘예빛’이라는 미디어아트갤러리가 더해진 세빛섬은 각각 ‘활짝 핀 꽃’, ‘꽃봉오리’, ‘꽃씨’라는 뜻을 품고 비로소 ‘한강의 꽃’으로 탄생하게 됐다.

▲ CNN카페 ⓒ투데이신문

먼저 세 개 중 가장 큰 가빛섬은 겉면에 부착된 LED로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만큼 다양한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다. 1층에는 간단한 빵과 음료를 즐기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CNN카페’, 이탈리아 레스토랑 ‘Ola’ 등이 있고 2층에는 컨벤션홀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과 발코니 라운지 ‘빌라드 노체’, 3층에는 컨퍼런스 룸 ‘리브고쉬’와 팝 레스토랑 ‘비스타 펍’이 있다.

이러한 가빛섬의 편의시설은 반포한강공원 근처에 다른 식당이나 카페가 없어 공원을 놀러왔다 그 근처에서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카페에서 간단히 차를 즐기거나 펍을 찾아 분위기 좋은 야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 잔 하는 등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

한편, 가빛섬 2층에 위치한 컨벤션홀은 최대 15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메인홀과 소규모 행사가 가능한 라운지를 갖추고 있다. 해당 홀은 최고 수준의 조명과 음향 장비뿐만 아니라 파노라마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최첨단 설비도 갖추고 있다. 커다란 돔 형태를 띄고 있는 해당 홀은 높은 천정과 분위기 있는 조명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꽤나 근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또한 컨벤션홀 옆에는 신부대기실이 존재했는데 세련된 쇼파와 고급스러워보이는 유럽풍의 화장대가 멋스럽게 느껴졌다.

가빛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 보니 가빛섬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고 있는 채빛섬이 눈에 들어왔다. 세빛섬의 두 번째로 큰 섬인 채빛섬은 ‘채빛 퀴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섬의 1층은 현재 빈 공간으로 남아있고 2층에는 탁 트인 한강의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뷔페식 레스토랑 ‘채빛 퀴진’이 위치해 있다.

▲ 채빛 퀴진

가빛섬을 둘러보기 전 한강의 경치 속에 둘러싸인 채 식사를 할 수 있는 ‘채빛 퀴진’이 있다고 들었을 때는 채빛섬이 굉장히 화려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막상 가빛섬을 방문했을 때 아쉽게도 1층은 아직까지 입점된 업체나 편의시설이 없어 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2층에 올라가보니 예상 밖으로 1층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썰렁한 1층 분위기와는 달리 2층에서는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특히 반포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중년층 단체모임이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포지역 주민들에게 이곳은 느긋하게 모임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걸어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인식된 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었다. ‘채빛 퀴진’은 특급호텔에서 스카우트해온 주방장들이 만들어내는 음식들의 고급스러운 맛 또한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빈 공간으로 존재하는 1층은 식사만으로는 아쉬움을 느끼는 고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소소한 구경거리들로 채워질 계획이라니 추후에는 뷔페를 즐기면서 동시에  눈까지 즐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 예빛섬 

채빛섬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면 가빛섬과 채빛섬 사이로 빼곰히 나와 있는 섬을 하나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세빛섬의 세 번째 섬인 솔빛섬이다. 솔빛섬은 아직은 개장되지 않은 섬으로 10월 중순에 예정인 전면개장에 맞춰 리테일샵과 수상레저시설 등이 들어올 계획이다. 세 개의 섬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예빛섬은 재주와 예능을 나눈 빛이라는 뜻에 걸맞게 미디어아트갤러리로 약 1000인치의 초대형 LED와 연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추후 예빛섬은 시민들에게 각종 문화행사와 영상 관람 등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멀리서 바라본 겉모습만으로는 아직 두 섬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선보이게 될 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가빛섬과 채빛섬에 이어 각광받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장 준비 마친 세빛섬, 보완할 점은?

지난 4월말 가오픈 이후 약 1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며 새로운 휴식처로 떠오르고 있는 세빛섬이지만 10월 중순 전면개장을 앞두고 몇 가지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세빛섬은 말 그대로 물 위에 존재해 홍수나 태풍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물에 떠 있는 형태라 건물 전체가 흔들려 멀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한 해답은 옥상에 있었다. 가빛섬 4층으로 올라가보니 옥상정원 맨 끝 쪽에 조그만 GPS의 안테나가 보였다. 각 섬에는 두 개의 GPS가 장착돼 있으며 조그맣게 보이는 해당 안테나가 각각 섬의 위치를 전달해 준다. 또한 각 섬에는 직경 12cm의 정도 되는 두꺼운 계류체인과 위치를 잡아주는 4개의 원치(와이어 로프를 감는 도르래 장치)와이어가 물 밑 땅 속에 있는 앵커블럭과 연결해 섬을 고정해 주는데, 비가 오게 되면 한강수위 16m 높이까지 계류체인이 풀어지면서 위로 떠오를 수 있게 설계됐다.

▲ GPS

또한 상황실에서 항시 섬의 위치와 상태, 원치와이어와 계류체인 상태를 확인해 조절해주는 구조이며 세빛섬은 GPS를 이용해 위치가 30cm만 변동돼도 자동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첨단구조물로 설계돼 내부에서 움직임의 변화를 느끼거나 멀미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세빛섬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겉으로는 반포대교 옆 덩그러니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각자의 섬마다 각자 개성이 있어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전면개장을 앞두고는 있지만 아직 가벼운 발걸음으로 섬을 찾은 사람들이 가빛섬의 식당들 외에는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과 대중교통으로는 세빛섬에 오기 불편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세빛섬을 방문해 보니 세빛섬으로 오고가는 버스가 두 대뿐이라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버스노선 증설에 관해 협의 중에 있고 셔틀버스 운행계획도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보면 세빛섬으로 향하는 길이 훨씬 편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먹을거리에 치우쳐있는 면을 다른 즐길 거리들로 채우는 것도 세빛섬이 풀어야할 과제다. 반포한강공원이라는 주변의 커다란 자연환경을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생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직은 활성화 되지 않은 솔빛섬과 예빛섬에 레저와 스포츠, 공연, 전시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인근 유동인구를 조금 더 흡수시키고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낸다면 ‘섬’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이라는 특이점이 하나의 테마가 되어 원래의 계획대로 시민문화의 새로운 거점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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