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삼국지인물전>, <역사, 어제이면서 오늘이다> 외 4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국민메신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카카오톡의 대화내용이 사찰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다음카카오측에서는 대화의 내용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며 일견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카카오톡 사찰이 밝혀지고 며칠 있지 않아 이에 항의하는 150만의 유저들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빠져나갔을 때 황급히 사과문을 게재하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 어떤 이유로든 국가기관이 개인의 사적 영역을 넘보는 일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다. 이들한테는 그럴 권리가 없다. 또한 이용자의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넘겨준 다음카카오의 짓거리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도의’와 ‘신뢰’를 깨뜨린 용서받지 못할 죄다.

국가기관의 불법사찰도 문제지만, 이 사건을 대하는 다음카카오 측과 일부 이용자의 시각을 살펴보면 더욱 절망적이다. 사찰에 항의하는 150만 사용자가 독일의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하자 다음카카오 측은 이렇게 사과했다.

“제일 중요하다는 우리 이용자 정보 보호를 외치며 그저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법과 울타리만 잘 지키면 된다고,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해왔다고 안주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다는 아닐 터인데……. 이것이 첫 번째 드려야 할 사과입니다.”

이 사과를 사과로 볼 수 없는 까닭은 이들이 말한 ‘외부침입자’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 사과문만 봐서는 다음카카오측은 대화내용을 요구한 국가기관은 ‘외부침입자’로 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건 말이 사과지 실제로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려는 변명일 뿐이다. 여기에서 진짜 절망이 시작된다. 이들은 은연중 ‘국가기관은 사찰을 해도 된다’거나 ‘나라를 위해서라면 개인은 희생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러니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법무팀에서 스스로 나라를 위해 대화를 요약해서 갖다 바치고,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사과를 사과랍시고 당당하게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힘으로 유지되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사찰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 역시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지인들한테 망명 사실을 알리고 카카오톡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사찰 당할 말을 하지 않아서 괜찮다.”

국가에서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불법이라도 상관없고, 국민은 무조건 그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을 때 가능한 말이다. 사찰을 한 국가기관과 그에 협조한 이들에 대해 당연히 분노하고 항의해야 함에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이런 엄청난 일에 눈을 감아 버린다. 또한 이 말 안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편리함만 추구하고 번거로운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하는 요즘의 세태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니 국가기관에선 불법사찰을 감행하고, 사찰에 협조한 다음카카오측은 이렇듯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사찰보다 이게 진짜 더 절망적인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사찰은 반드시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어째야 하는가. 카카오톡을 버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관과 일부 몰지각한 국가지상주의자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해야 하겠다. 한편 새누리당의 모 의원이 ‘텔레그램으로의 망명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했단다. 단순히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말 같기도 하다. 국산품이라도 질이 좋지 않으면 버릴 수 있고, 버려야 한다. 그게 진짜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이 와중에 다음카카오 측을 옹호하는 걸 보니 이 의원은 국민을 불법으로 사찰하면 ‘나라에 이익’이 생기는 걸로 믿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도 일어난다. 이런 말을 백주대낮에 맨 정신을 갖고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현실도 절망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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