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길 1피치 전경

지난달 말경 관악산에 있는 ‘하늘길 암장’을 다녀왔다. 하늘길 암장은 총 1~10개의 코스가 있는 피치등반 코스암장이다. 등반할 때 바위에 설치된 볼트에 처음으로 올라 퀵드로를 걸고 자일을 설치하는 사람을 선등자라고 한다. 선등자 등반거리는 자일의 길이에 따라 약 40미터 안팎이 되는데 이것을 한 피치라고 한다. 바위에 피치가 1개인 것을 ‘하드프리’라고 하며 피치가 2개 이상인 것을 ‘멀티피치’라고 부른다. 즉 멀티등반이라 함은 피치가 2개 이상이며 매 피치마다 선등자나 후등자가 상호 확보를 받으며 오르는 것을 말한다.

▲ 하늘길 개척한 SRAC

관악산 하늘길 암장의 개척팀은 SRAC(Sky Rock Alpine Club)로, 개척기간은 2008년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한 달여 소요됐다. 등반 시 필요한 장비는 3인의 경우 자일(60m 한 동), 퀵드로(10개), 슬링(1~2개) 정도면 가능하다. 난이도는 대부분 5.10정도이며 중급수준의 선등자라면 무난히 등반할 수 있다. 특히 1~10번 코스 중 6번 코스는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라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등반시간은 3인 1조의 경우 5시간~6시간(휴식포함)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관악산 하늘길은 접근성이 좋아 날씨가 좋은날에는 많은 수의 암벽인들이 찾기 때문에 등반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또 하늘길은 쉽게 보고 등반을 시작했다가 안등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에 주의를 요하며 초보의 경우에는 선등을 하면 곤란하다.

▲ 과천시 전경

3인 1조로 구성된 우리 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4호선 과천청사역 8번 출구에서 만났다. 멀티피치등반의 경우, 도시락을 제대로 싸와서 먹기 보다는 간편식(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준비를 하는 게 등반에 도움이 된다. 과천청사역에서 하늘길로 이동하려면 관악산을 마주보고 정부청사 왼쪽 뒤로 이동을 해야 한다. 기술표준원 쪽으로 이동을 하다보면 기술표준원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좁은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이 연주암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연주암 방향으로 15분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문원폭포 밑이며 연주암과 육봉능선의 갈림길이다. 여기서는 육봉능선으로 가야하며, 육봉능선을 올라서면 하늘길 입구가 멀지 않기에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조금 올라가면서 좌측을 살피다 보면 바위 밑 부분에 화살표시와 함께 ‘하늘’이라고 표시된 곳이 있다. 이곳이 하늘길 입구이다.

▲ 하늘길 암장 방향표시

우리 팀은 오늘 완등이 목적이 아니라 코스를 접해 보자는 취지에서 온 것이라 안전등반을 위해 천천히 코스를 오르기로 하였다. 먼저 각자 장비를 챙기고 1피치 등반을 시작하였다. 1피치는 길이가 25m의 슬랩코스로 시작은 무난하나 마지막 부분에 오버행 바위턱이 있어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2피치는 10m정도의 오버행 크랙코스이다. 초보자의 경우, 오버행이 있는 경우 부담을 느끼고 등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완하려면 선등자의 동작과 무게 밸런스 이동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우리 팀 중 한명 역시 초보자인데 힘은 좋으나 몸의 밸런스 이동이 부드럽지 않아 실패를 하고 말았다. 이제는 3피치인데 10m를 오른 후 크랙코스가 나오는데, 크랙을 두 손으로 잡고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레이백으로 통과하면 무난하다. 마지막으로 오버행이 나오는데 이곳은 잡을 곳이 마땅찮아 퀵드로를 설치한 후 인공등반으로 오르면 된다. 3피치를 마치니 벌써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다. 3피치에서 간단히 가져온 김밥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과천시내와 안양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라 하늘은 높고 푸르며 공기가 조금은 차갑다. 비행기 지나는 소리에 눈을 들어 보니 하늘 위로 비행기 1대가 지나간다. 관악산 위가 비행기가 지나가는 항공로란다. 그래서 암장이름이 ‘하늘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4피치 등반을 시작한다. 4피치는 3피치 바로 옆이라 3피치 연장선인거 같기도 하다. 4피치를 마치고 5피치로 가려면 등산로를 조금 따라 올라가야 한다. 6피치가 난이도가 높다는 얘기는 미리 들었지만 5피치를 직접 마주 대하니 고도감이 만만치 않다. 자일이 걸려 있는 후등이라면 몰라도 선등을 직접 해보니 고도감도 크고 잡을 홀드도 마땅치가 않아 두 번째 퀵드로를 설치하고는 옆으로 우회하여 자일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말이다.

▲ 하늘길 3피치 후등 빌레이와 등반

5피치 등반을 마치고 6피치로 이동해 살펴보니 듣던 대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첫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설치한 후 등반을 시도해보았으나 역부족이다. 해서, 퀵드로와 자일을 회수한 후 밑의 7피치로 이동을 하였다. 길이가 30m인 7피치는 출발은 90도 가까운 페이스 등반이지만 둘째 볼트만 통과하면 슬랩길은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7피치를 오른 후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다되어 간다. 오늘은 7피치를 마지막으로 등반을 한 후 바로 옆으로 하강해 일정을 마치기로 하였다. 배낭을 꾸려 하산을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5피치와 6피치를 등반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아쉬움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 생각한다. 무리한 등반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며, 내가 안전해야 남을 구할 수도 있는 것을 명심하고,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안전한 등반을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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