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커피 체험② - 커피빈 CBTL 편

   
 
국내 딱 하나, 핸드드립 전문 커피빈
No Self service! 여유롭게 즐기세요
추천원두?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커피로드의 첫 발은 잘 딛으셨나요? ‘프리미엄 커피’에 흥미가 생겨서 지난 주말을 이용해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방문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또 다른 외국계 커피 브랜드인 ‘커피빈’의 프리미엄 매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커피빈은 경쟁업체인 스타벅스나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 외에는 매장 접근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노는 커피빈이 제일 맛있다’라는 반응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커피의 맛은 나뉘게 마련이지만 타사에 비해 커피빈의 아메리카노가 원두의 탄 맛이 덜하고 향이 좋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그래서인지 커피 맛에 대한 커피빈의 자부심은 굉장합니다. 커피빈에서 계산 후 받는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영수증 하단에 ‘대한민국에선 커피빈커피가 가장 맛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커피빈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CoffeeBean&TeaLeaf = CBTL
다양한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 각종 잎차 맛볼 수 있어
 
그렇다면 커피빈의 프리미엄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어떨까요? 커피빈 프리미엄 매장은 타 브랜드들과 달리 여러 군데 있지 않고 전국에서 딱 한 군데,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 파이낸스센터에만 있습니다. 매장 이름도 ‘CBTL’로 일반 매장과는 조금 다릅니다.
 
‘CBTL’은 The CoffeeBean&TeaLeaf라는 명칭에서 각각 따온 것인데요, 사실 CBTL은 태평로에 있는 곳 말고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곳과 다른 곳들의 차이가 있다면 다른 CBTL은 커피 캡슐 머신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고 태평로에 있는 CBTL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비롯해 다양한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와 고급 차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CBTL 전경. ⓒ투데이신문
올해 유난히 더운 날이 계속됐던 여름이 이미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을의 평일 오전 11시, CBTL을 찾았습니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처럼 대로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 파이낸스센터 지하 2층으로 내려와 약간 걸었더니 금방 CBTL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매장 밖 인테리어부터 조금 색달랐는데요, 야외에 있는 매장처럼 매장 밖에도 4개 정도 테이블을 두고 편안해 보이는 소파들이 놓여있었고 그 자리 위에는 모던한 느낌을 주는 스탠드가 설치돼있었습니다. 내부가 좀 좁은 편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바깥에 만들어 둔 듯합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좌우 벽면에 진열된 원두와 찻잎이었습니다. 좌측에는 아직 로스팅이 되지 않은 생두를 비롯한 원두들이 가득, 우측에는 커다란 찻잎들이 주황색 틴케이스에 담겨 줄지어 서 있는 모습에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개인 카페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일반 좌석에 앉는 것보다는 Bar에 앉는 것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잘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자리를 정했는데요, 그런 저를 보고 CBTL 점장님은 웃으면서 “이 자리에 앉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로스팅된 원두와 생두 저장고. ⓒ투데이신문
   
▲ 다양한 찻잎이 보관돼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커피만 마실까 하다가 차도 한 잔 같이 주문했습니다. ‘Coffee&TeaLeaf’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 커피만 마시기에는 조금 아쉬웠거든요. 커피는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로 차갑게, 차는 ‘기문’이라는 중국 홍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것으로 선택했답니다. 점장님 말에 의하면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는 처음 이곳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물론, 자주 오시는 분들도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라고 하네요.
 
‘기문’은 제가 직접 골라봤답니다. 메뉴판에 ‘난초꽃 향과 달콤한 끝맺음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있었기 때문이죠. 네, 저는 꽃향기와 달콤한 끝 맛이라는 수식어에 넘어간 겁니다.
 
이곳이 다른 매장들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일반 매장들은 계산대 뒤에 커다란 메뉴판이 있는 반면 이곳은 메뉴판을 자리로 직접 갖다 줍니다. 앉은 자리에서 메뉴 선정부터 주문까지 할 수 있습니다. 단 계산할 때는 계산대 앞에서 직접 해야 하고요. 그것만 제외하면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여유롭게 음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점장님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 “고객들이 커피나 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계산을 제외하고는 주문부터 자리 정리까지 저희들이 하기 때문에 고객들도 여유를 느낄 수 있고, 또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음료에 집중하면서 맛과 향을 잘 음미하실 수 있게 됐다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가 머물렀던 시간 동안 테이크아웃 고객은 한 명도 없었고 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핸드드립 과정. ⓒ투데이신문
   
▲ 커피와 홍차. ⓒ투데이신문
설명을 이어가면서 점장님은 제가 주문한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 원두를 분쇄기에 넣고 바로 갈아낸 뒤, 얼음이 담긴 작은 유리주전자에 핸드드립을 시작했습니다. 바(Bar)자리에 앉아있어서 그랬는지 원두를 갈 때부터 커피를 내릴 때까지 구수한 향이 계속 코끝에 맴돌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핸드드립을 거쳐 한 잔의 ‘아이스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가 준비됐습니다. ‘기문’은 찻주전자에 바로 담아 나왔고 작은 모래시계도 같이 준비됐습니다. 세 개의 모래시계가 붙어 있었고 주황색, 검은색, 초록색 모래가 담겨있었는데 각각 홍차, 우롱차, 녹차가 맛있게 우려지는 시간을 잰다고 합니다.
 
주황색 모래가 떨어지는 시간 동안 유리잔에 담긴 아이스 콜롬비아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원래 커피빈의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 원두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과 맛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차갑게 마셨기 때문에 커피로 내려진 후에는 향이 강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맛은 확실히 깔끔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바닐라라떼나 캬라멜마키아또 같은 달달한 커피에 익숙한 분들도 콜롬비아 수프리모 커피라면 부담감 없이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실 ‘하와이 코나 100%’같이 비싸고 독특한 커피를 마셔볼까 싶기도 했었는데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원두’라는 점장님의 설명과 추천을 믿고 마셨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 ‘기문’이 알맞게 우려졌습니다. ‘기문’이 우려지는 동안 “기문의 경우 향이 강한 편이고 커피 등에서 설명되는 ‘흙맛’이 끝에 남는다”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정말 향이 일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흙맛’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기문’의 향기에 취해서 정말 찻주전자 끝까지 전부 다 마셨습니다.
 
앞서 이곳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한다고 했는데요, 판매하는 원두를 전부 다 로스팅하는 것은 아니고 제가 마셨던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라 미니타 타라쥬’, ‘코스타리카 라 카스카다 타라쥬’, ‘수마트라 만델링’, ‘브라질 세라도’, ‘오가닉 과테말라’, ‘이디오피아 이르가체페 모카’까지 7종의 원두를 약 2일에 1번 로스팅한다고 하네요.
   
▲ 로스팅 머신. ⓒ투데이신문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 타사보다 저렴한 편
로스팅된 원두와 찻잎,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어

전국에 한 곳 뿐, 접근성 떨어져
많은 사람 수용할 수 없는 소규모 매장
 
또 원두와 찻잎을 원하는 양(원두 100g 단위, 찻잎 50g 단위)만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원두를 구입하는 고객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맛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타 브랜드 두 군데를 언급하면서 “딱 중간 맛이다. 원두의 탄 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산미도 적당히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믿고 구입하는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원두를 구비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7종의 원두는 직접 로스팅까지 하는 CBTL이지만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전국에서 이 매장 한 군데밖에 없으니까요. 기존 커피빈의 경우도 ‘매장이 있는 곳은 전부 다 몰려있는데, 왜 없는 곳은 없냐’는 소비자들의 애정어린 불만이 있는데요. 더욱이 이곳은 어떠한 사업 확장을 위한 프리미엄 매장이라기보다는 커피빈이 추구하고자 하는 커피와 차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특화된 매장인 셈이기 때문에 서울 중구 태평로에 딱 한 군데 위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매장이 협소하다는 점입니다. 바(Bar)자리가 4~5개 있고 외부 테이블을 포함해 테이블이 6~7개뿐이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바리스타들이 직접 핸드드립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는 것보단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즐기는 게 제 맛일테니까요.
 
가장 중요한 가격의 경우, 제가 마신 ‘콜롬비아 나리뇨 수프리모’가 5500원으로 많이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원두가 5500원으로 타 프리미엄 커피전문점들에 비해 저렴하지만 ‘코나 100%’나 ‘자메이칸 블루 마운틴 100%’같은 프리미엄 원두는 한 잔에 1만 원으로 가볍게 즐기기에는 조금 가격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새로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다양한 원두와 찻잎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뿐만 아니라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데요. 대한민국 커피빈의 유일한 핸드드립 매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곳, 이번 주말 한 번 방문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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