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최근 10월 5일-19일 일정으로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는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화제다. ‘동성애를 포용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가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9일자 기사에 따르면, “보고서는 동성애자들 역시 ‘교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은총과 자질을 지니고 있다’며 ‘그들은 종종 자신들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집과 같은 교회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라고 한다. 이것은 2000여년동안 동성애를 죄악시했던 천주교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천주교계의 변화의 움직임에 대하여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천주교계의 변화의 움직임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보적인 단체와 언론사에서는 개신교의 변화 움직임을 환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 관련 언론사와 소위 ‘보수 신앙’을 자처하는 일부 개신교 교파, 그리고 역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천주교 주교들은 이러한 천주교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동성애는 인류의 역사에서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다. 일찍이 1995년에 『길』이라는 잡지에서 「명사들의 숨겨진 사생활 : 소크라테스에서 마돈나까지 숨겨진 동성애 - 「게이 100선- 과거와 현재 ,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이와 레즈비언의 순위」」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린 적이 있는데, 이 잡지에서는 인류 역사상 유명한 명사 가운데 동성애자 100명을 선정하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플라토닉한 사랑은 동성애’라고 주장한 소크라테스, 동성애로 인해 구속 수사를 당한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조카와의 동성애와 이로 인한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등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또한 고향의 명칭인 ‘레이보스’라는 섬의 이름에서 여성 동성애자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유래된 것으로 유명한 시인 사포, 일본에 관한 대표적 연구서인 『국화와 칼』을 저술한 학자 루스 베네딕트,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엘리노어 루즈벨트,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등 여성 동성애자들도 많이 선정되었다.

동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동성애는 많은 화제가 되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설로 꼽히는 『금병매』, 『홍루몽』 등에서도 동성애의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도 신라시대 화랑들 사이에 동성애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그들 사이의 질투로 인한 다툼도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려 후기 공민왕이 부인인 노국공주 사후 관음증과 어린 소년과의 성관계에 빠졌다는 기록도 남아있다.(물론 이것은 조선 개국 후 조선이 자신들의 정권 찬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려 말의 왕들을 음해했다는 주장도 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종실록』에 등장하는 세종의 며느리 봉빈과 여종 소쌍과의 동성애는 김별아의 소설 『채홍』의 소재가 되었다.

이와 같이 동성애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존재했고, 현재도 공공연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의 커밍아웃, 즉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행위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편견 불식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동성애에 대하여 ‘성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신앙의 강요일 수 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성서는 그저 종교 경전의 하나일 뿐이다.

동성애나 동성애에 대하여 죄악시 하는 것은 앞으로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동성애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적대감을 가지고 경멸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에 많이 걸린다는 것도 과학적 사실이 아님이 입증된 마당에, 이제 동성애자들의 성적 취향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하는 것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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