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중국 방문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영논리에 의한 양극대립이 더 심해지고 있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개헌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언급했다. 개헌 이야기를 김무성 대표가 처음 꺼낸 것도 아니고 개헌이라는 단어가 금기어도 아닌 만큼 김무성 의원이 집권당 대표 자격으로 본인의 생각을 밝힌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이 발언으로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할 기미를 보이자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를 한다. 대통령의 개헌논의 금지 방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개헌에 대해 “개헌론이 시작되면 경제 활성화가 방해받는다.”며 개헌론을 일축하고 개헌에 대해 일종의 “선긋기”를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의 방침을 정면으로 어겼으니 “김 대표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닌가? 항명이다.” 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 것이다. 청와대는 공식반응을 삼갔지만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고 이렇게 되자 김무성 대표가 이례적으로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께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아셈 참석차 외국에 가셨는데 제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를 했다. 우리 정치의 낮은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검찰이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사이버전담팀’을 꾸리는 나라 수준이니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 눈치 봐서 자신의 소신을 언급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무어 그리 놀라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개헌논의는 청와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하는 것이다.

87년의 급조된 헌법체계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87년 체제는 독재정치의 폐해의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대통령 중임제는 독재의 불씨가 될 수 있어 불안하니 단임제로 가면서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한 어정쩡한 제도였다. 거기다 소선거구제의 도입으로 망국의 병이라는 지역감정은 더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중임제를 필두로 독일식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대통령은 개헌논의를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지만 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 아니면 할 시간이 없다. 이번에 개헌 논의를 하지 못한다면 개헌문제는 또 다음 정권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이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말씀을 했다, 87년 체제는 이제 검토할 때가 됐다. 대통령의 반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입법부의 개헌논의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여권의 결단만 내려지면 당장이라도 개헌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CBS가 여야 국회의원 249명을 상대로 개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헌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의원의 수는 231명으로 반대하는 의원 숫자 18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고 여당의원들이 침묵하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집권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서야 어떻게 3권이 분리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며 자신의 발언에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앞서 살펴본 바대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개헌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각종 시민단체나 국민들도 개헌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 이후 본격적인 개헌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만일 그때 또 한 번 청와대가 나서서 여야 간의 개헌논의에 브레이크를 거는 행동을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의원이 던졌던 말, “참 나쁜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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