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끝난 김무성의 반란, 청와대 심기 불편
청와대의 김무성 저격, 꼬리 내리는 새누리당
칼 감추는 김무성, 언제쯤 칼 빼내들 것인가

물러나는 사람이 영원한 패배자이다. 정치권은 확실히 그러하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순간 그 정치인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정치란 누구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전쟁터이다.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곳이 바로 정치판이다. 그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묘한 기운이 감돈다. 그 기운은 바로 폭풍전야이다.

   
▲ 김무성 대표-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폭풍우는 곧 몰려올 것으로 보여진다. 폭풍전야는 고요하다. 너무 조용해서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 기운은 곧 거대한 폭풍우가 될 것이다. 정치권의 현재 상황을 묘사하자면 이러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의 묘한 분위기는 곧 폭풍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단이 발생한 것은 김무성 대표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이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사실 이미 박 대통령은 ‘개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즉, 개헌에 대해 불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가 그것도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개헌론을 꺼내든 것이다. 물론 자신은 실수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실수는 아니었다. 자신이 마음 속에 생각하고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다.

문제는 그 발언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흡사 개헌의 전도사가 됐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개헌을 막는 방해세력이 된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보였다.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기분이 상당히 나쁠 수밖에 없다. 이미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야당도 아닌 여당 대표가 그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꼴이 됐다. 박 대통령의 ‘면(面)’이 서지 않는 모습이 된 것이다.

개헌 꺼낸 김무성

결국 김무성 대표는 바로 그 다음날 귀국하자마자 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개헌’의 ‘개’자(字)도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청와대가 새누리당에게 끌려다닐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변화를 청와대가 감지하게 때문이다.

청와대는 더 이상 김무성 대표의 ‘치고 빠지는 자기 정치’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을 꺼내들면서 모든 이슈를 개헌으로 빨아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김 대표와 여당 내 당권파 등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자기 정치’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치할 경우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개헌론 등을 통해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청와대의 강한 반발을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개헌론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지점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취임 100일 동안 새누리당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친박계의 2선 후퇴와 비박계의 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당권을 장악하자마자 비박계를 당 지도부에 전면 배치시켰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특별위원장에 앉히는 등 비박계가 당 지도부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친박계는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고 원외당협의 당무감사 등으로 인해 친박은 위기감을 느꼈다. 더욱이 현역 국회의원의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았다. 여기에 개헌론 등 각종 이슈가 튀어나오면서 친박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친박계 중진을 중심으로 저항을 하고 잇지만 그 저항의 파워는 약한 편이다. 초재선 친박 인사들은 탈박을 꿈꾸고 있다. 친박계 인사라고 해도 자신은 사실 친박이 아니었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게 하는 친박 인사가 있다. 그 정도로 당은 빠른 속도로 비박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당청관계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었다.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날렸다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전해주기도 했다. 그만큼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앞이라도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개헌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개헌인데 김 대표가 그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꺼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은 모습이다. 이를 김 대표는 감지했다. 이로 인해 일단 꼬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계속적으로 김 대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반면 김 대표는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다. 청와대와 감정싸움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글부글 끓은 청와대

김무성 대표가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고 당은 빠른 속도로 비박계로 재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청와대에 대해 저자세로 나간 것이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굳이 지금 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까지 새누리당에는 친박계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 지금 청와대와 대척점을 갖게 되면 오히려 친박계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김무성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친박계를 새누리당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친박계가 똘똘 뭉치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서 종국에는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감정 대립 등을 하게 된다면 친박계는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단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대표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이다. 아직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후반이다. 아직까지 튼튼한 지지율을 갖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에서는 요지부동이다. 만약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립을 하게 된다면 보수층은 그야말로 분열을 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 입장으로서는 보수층이 분열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계속 고수해야 한다. 그러자면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수층이 분열하게 된다면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무엇보다 사정기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사정기관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면 김 대표로서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굳이 싸움을 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이다. 공무원들은 아직까지 현재권력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현재권력을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꼬리내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당청갈등이 아니라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당장 23일 “당청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 당청갈등설에 대해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시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씀해왔다”면서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면서 작심하고 김무성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이완구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무원연금은 당정청 입장이 똑같다”고 언급, 갈등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쨌든 현재권력은 무너지게 돼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무원들은 현재권력보다 미래권력에 충성을 다하게 돼있다. 따라서 그 시기만 노리고 있으면 된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사이는 껄끄러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당 대표 시절부터 대표적인 친박 좌장이었다. 지난 2008년 공천 학살 당시에는 친박 무소속 연대를 이끌면서 대표적인 친박 좌장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사이가 껄끄럽게 된 것은 김무성 대표가 원내대표 도전을 하면서부터이다. 이때 박 대통령이 만류를 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두 사람 사이가 껄끄럽기 시작했다는 후문.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9년 세종시 이슈 때이다. 김 대표는 세종시 이전을 수정해야 한다고 한 반면 박 대통령은 당시 세종시는 원칙대로 고수해야 한다고 하면서 두 사람 사이는 틀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실상 결별을 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두 사람은 극적인 화해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보수 정권의 탄생을 위한 화해에 불과했다. 즉, 정략적 화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그렇게 계속돼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청와대도 그렇고 김무성 대표도 그렇고 현재 상황은 껄끄럽다.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가 나서서 ‘개헌’을 꺼내든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감정이 상한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여당 대표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 김무성 대표 역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일단 숨을 죽였다. 그러나 그 숨죽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이미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이제 그 시기만 남은 것이다. 그 시기는 내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가 될 시점이 되면 대통령 지지율은 더욱 하락하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이 김무성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는 그 시점이 되는 것이다.

칼은 언제

김무성 대표로서는 차근차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공무원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낼 것으로 보여진다. 개헌론을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이슈화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개헌 이슈 바람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당은 빠른 속도로 비박계로 재편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심상찮은 상황이다. 김 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쨌든 훈푼을 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입법부를 향해 월권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당이 오히려 김무성 대표를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김무성 대표를 비판하면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일도 있지만 이번 사태는 오히려 김무성 대표에게 약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김 대표는 청와대로부터 계속적인 압박을 받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김 대표가 향후 정치적 행보를 걷는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때리면 때릴수록 오히려 김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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