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야구팬들이 흥분하는 계절인 가을이 왔다. 지금 한, 미, 일, 3국에서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는 창단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NC 다이노스가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여 “신생팀이 생기면 프로야구 전체의 질적 하락이 일어난다.”며 신생팀 창단에 반대했던 기존 구단들의 주장을 머쓱하게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오승환 선수와, 이대호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한신 타이거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나란히 제팬 시리즈에서 격돌하고 있다.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류현진의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며 국내 야구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류현진 보다 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한국 청년이 있어 야구팬들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바로 이성우 씨다. 이성우라는 한국의 젊은 청년 때문에 미국 전역의 야구팬들, 특히 캔자스시티 로얄즈팬들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캔자스시티 로얄즈는 1985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에 30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는데 이성우 씨가 바로 캔자스시티 로얄즈의 오랜 팬이다. 이씨는 1990년대부터 AFKN 방송을 보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캔자스시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캔자스시티 팬들과 소통하며 친분을 나누었다. 캔자스시티 팬들은 뉴욕 양키즈나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처럼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대도시 팀도 아닌, 만년 하위권을 맴도는 작은 팀을 태평양 건너에 위치한 한국에서 응원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페넌트레이스 도중, 그를 미국으로 초청한다. 이 씨는 이 초청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 가, 꿈에 그리던 캔자스시티의 경기를 직접 보는 영광을 누렸다. 이성우 씨가 캔자스시티에 도착하자 수많은 야구팬들이 몰려들어 환영했고 <AP통신>, <USA투데이>, <폭스스포츠>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이를 생중계 하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재밌는 것은 이성우 씨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 일어난다. 캔자스시티 로얄즈가 이 씨가 머무는 동안 기적의 8연승을 일궈내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이다. 현지에서는 그를 “승리요정”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팬들은 “여권을 뺏어야 한다. 명예 시민권을 줘야한다.”며 그의 한국행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업이 있던 이 씨는 한국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재밌는 이벤트 정도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캔자스시티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상황은 다시 급박하게 흐른다.

캔자스시티 팬들이 뭉쳐 ‘승리요정 이성우’를 다시 부르라고 구단에 요청한 것이다. 팬들은 “이성우씨 회사 사장 설득하기 운동”등을 온라인에서 벌이며 구단을 압박했고 구단주는 물론 캔자스시티 시장까지 나서서 한국으로 그를 초청하는 공문을 보낸다. 이에 이 씨는 지난 21일,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직전에 다시 미국을 방문했고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해 2500달러를 벌어들여 이를 전액 봉사활동에 써달라며 기부까지 하는 선행을 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 야구팬들이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낸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한국의 이미지를 제대로 올려 준 것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우승컵을 놓고 다투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얄즈가 만일 30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쥔다면 미국 야구팬들은 ‘승리요정 이성우’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와 시카코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이 미국 야구팬들이다. 그들이 승리요정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외교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한국의 외교, 국방인사들을 비난하고 있는 요즘, 한국청년의 유쾌한 미국 방문기가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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